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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9 09:10

슈퍼스타K 시즌3 "제작진의 무편집원본 동영상공개와 그 쟁점..."

세 줄 요약으로는 때로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거의 유행어처럼 쓰이는 "세 줄 요약" 이 한 마디에 들어 있을 것이다. 긴 글을 다 읽기 귀찮으니 세 줄로 요약해 달라. 상당히 사람 난감해지는 주문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슈퍼스타K> 제작진이 공개한 무편집 원본이라 주장하는 동영상의 핵심은 간단했다. 헤이즈와 예리밴드 두 팀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자원이 너무 달라 서로 어우러지기가 참 힘들다. 밴드가 갖는 특성을 무시한 무리한 콜라보레이션 미션이 가져온 폐해였다.

추구하는 음악스타일도 다르고, 보컬의 성별도 달라 키가 다르고, 그렇다고 드럼조차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가 상당하다. 시간이 여유롭기라도 하다면 이것저것 맞춰보기라도 하련만. 하기는 바로 방송에 나오는 부분까지가 딱 하루치의 협의과정이었을 것이다. 끝내 동반탈락을 두려워 한 헤이즈가 견디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는 했지만.

그러면 문제는 무엇인가? 그같은 행간을 깡그리 무시하고 원인과 결과만 보는 단편적인 시각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고집은 있었지만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씨는 조근조근히 웃음까지 지어가며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설득을 시도하고 있었다. 강압하는 것과 설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모든 협상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들이다. 헤이즈도 결국 나중에 양보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자기들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편곡의 방향을 정하려 입장을 고집하고 있지 않았던가 말이다. 단지 뒷심에서 예리밴드가 더 세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을 뿐이었다.

헤이즈가 올린 글에서도 무려 새벽 5시까지 전혀 아무런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그같은 주장들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만큼 첨예하게 서로의 입장을 견지하며 대치하고 있었고, 거의 마지막에 동반탈락이 두려웠던 헤이즈가 일방적으로 양보함으로써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모든 것이 전혀 다른 밴드의 콜라보레이션은 하루만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당여니 더 유리한 입장을 관철한 예리밴드의 승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간에 한승오씨는 양보하지 않았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기적인 입장만을 강요했고, 그 결과 승리했다. 다르지 않다. 가끔 자료까지 조사해가며 한참을 궁리해 올린 글을 보고 세 줄 요약을 해 달라 할 때 느끼는 당혹감과 같을 것이다. 충분히 설득을 시도했는데 단지 배타적으로 강압하여 끝내 따로 연습하게 되었다. 그것이 과연 같다고 여길 수 있는 상황인가?

제작진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제작진의 말장난에 놀아난 일부 시청자들의 문제이거나. 결국 <슈퍼스타K> 제작진의 의도적인 편집에 의해 한승오씨 개인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되었고 따라서 한승오씨가 무단이탈하여 <슈퍼스타K> 제작진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에도 당시 <슈퍼스타K> 시즌3 슈퍼위크 참가자 중 가장 비난을 한 몸에 받던 신지수씨와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던 것이 다름아닌 한승오씨였던 때문이다. 있었던 일을 없었다 할 수는 없다.

과연 이것이 <슈퍼스타K> 제작진에 유리한 증거라서 공개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고서 의도한 대로 따라와 줄 것이라 믿은 것인지. 그러고 보면 이미 사건이 알려진 어제저녁 필자 역시 글로써 예견한 바 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누가 더 비난하게 적절한가가 중요하지 누가 옳고 그른가는 중요하지 않다. 의외로 동영상의 내용에도 예리밴드를 비판하며 <슈퍼스타K>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결론은 분명하다. 한승오씨가 비록 독단을 부리기는 했지만 허용범위였다는 거. 그것도 대화와 설득이라는 합리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는 것. 그같은 방법적 정당성을 배제한 결과는 - 그것도 오해하기 딱 좋도록 편집한 내용은 완벽한 왜곡이라는 것. 전혀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야 왜곡이 아니다. 없던 일을 오해하도록 만드는 것도 왜곡이다. 과연 한승오씨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방송분이 아닌 무편집본을 보았어도 그렇게 한승오씨를 비판했을 것인가.

하여튼 별 희한한 일로도 화제가 되는 <슈퍼스타K>일 것이다. 항상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좋은 뜻에서든. 나쁜 뜻에서든. 높은 시청률과 대중의 호응이 다 이유가 있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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