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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5 09:05

보스를 지켜라 "비로소 깨달은 현실, 차지헌인가? 노은설 자신인가?"

같은 하늘 아래 그러나 전혀 다른 상식의 다른 세계가 있다.

 
노은설(최강희 분)의 차지헌(지성 분)에 대한 감정표현이 부쩍 노골적으로 되어간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있을 때 사람들은 이제까지 하던 행동과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된다. 무얼까?

아마 평소의 노은설의 성격대로였다면 차봉만 회장(박영규 분)이 꾸미고 있는 불법승계에 대해 당장 그 자리에서 따지고 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잘못이다. 범죄 아니냐? 그러나 노은설은 차봉만에게 따지기보다 차지헌에 대한 노골적인 애정표현을 보이고 있었다.

두려움이다. 과연 이대로 차지헌을 잃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을 잃는가? 비로소 재벌이라고 하는 실체를 실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게나 사람 좋아 보이는 차봉만 회장이었건만 그에게도 재벌로써의 당연한 이면이 존재했다. 현실적인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노은설을 받아들이고 딸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차봉만 회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 불법도 불사하는 탐욕스런 이기가 자리하고 있다.

"재벌은 다 그런 건가요?"

그것은 절규였다. 비로소 확인하게 된 차지헌과 자신의 차이를. 차지헌이 사는 세계와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가 얼마나 다른가 하는 것도. 그것은 결코 쉽게 어우러질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차지헌이 그 세계를 포기하던가. 아니면 노은설이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던가. 노은설이 차지헌의 세계에 맞춰 자기가 믿고 있던 상식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차지헌이 그 세계로부터 노은설의 세계로 빠져나오던가. 그러나 둘 다 역시 쉽지는 않기에.

응석을 부리는 것이다. 불안해서. 겁나서. 혹시나 잃을까봐. 이제까지 노은설이 차지헌의 응석을 받아주는 입장이었다면, 차지헌이 부리는 응석에 이제는 노은설이 마주 응석을 부린다. 출장을 가서 머물게 된 숙소에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입맞춤까지 하고 나누던 대화처럼.

"만약에 내가 정말로 원한다면 경영권따위 버리고 우리 동네로 올 수 있어?"

그것은 이제까지의 자신을 포기하기 싫다는 칭얼거림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살고 싶다. 이제까지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고 믿고 살아온 것들을 지키며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차지헌과의 멋진 저녁식사에도 그만을 외친 것이었을 테지만. 이대로 익숙해지면 좋지 않다.

그만큼 간절한 것이다. 차지헌과의 사랑도, 차봉만과의 의리도, 그러나 자기 자신이 이제껏 믿어온 정의도, 가치도. 경계에 선 것이다. 과연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일단은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해 차지헌더러 빠져나오라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 드라마도 많이 남아 있으니 그 대답은 더욱 그녀로 하여금 고민케 하고 노력케 만드는 것일 것이다.

어쨌거나 참으로 탁월한 해석이자 묘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에도 말했을 것이다. 이것은 우화라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리 정많고 털털한 아저씨지만, 그러나 재벌회장이 되었을 때 차봉만은 불법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그런 별세계의 존재가 되어 버린다. 바로 앞에서는 언니동생하며 살갑게 지내다가도 돌아서면 이익을 탐하여 감시하고 이용하는 황관장(김청 분)의 모습도 그런 속성을 너무나 잘 형상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차봉만과의 대화 끝에 자리를 박차고 나서던 신숙희(차화연 분)의 묘한 표정은 그 극치라 할 수 있다.

"그딴 짓은 왜 해? 내가 구두가 몇 켤레인데? 그런다고 뭐 내가 고마워할 줄 알아? 그까짓 구두 좀 사준다고 내가 마음약해서 관둘 줄 알아?"

역설이었을 것이다. 고맙다.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나 그만 둘 수 없다. 자기가 성질내느라 던져버린 구두였다. 말 그대로 그깟 구두까지. 그러나 그것조차 잊지 않고 새로 사다 놓는 차봉만의 마음씀씀이가 어렸을 적 친구로써 내심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다름아닌 경영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더구나 아들 차무원(김재중 분)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그녀는 결코 자기 자신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솔직해지지 못한다.

인정보다도 이익이고, 의리보다도 탐욕이며, 그를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도 탐을 내는 것도 너무나 크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일상은 마치 아이와도 같이 천진하며, 이익을 눈앞에 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아이처럼 잔혹하다. 순수하다고 할까? 그것을 보았기에 노은설도 자신의 말을 쫓아 정정당당하겠다는 차지헌이 새삼 고마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말 자식들 만큼은 올바로 잘 자라주었다. 아니 전단계일까? 아직은 순수가 남아 있는 단계에서 서나윤(왕지혜 분)의 말처럼 시간이 흐르면 다들 그렇게 바뀌어 버리는 것일까? 그러니까 바로 그것이 두려워서. 차봉만이나 차지헌을 아주 외면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어느새 자기를 잃어 버리고 바뀌는 것은 싫고 두렵다. 확실히 부모들의 모습도 평소에는 그렇게 멀쩡하다. 단지 이익이 걸리면 바뀐다.

아무튼 바로 이런 게 문제라는 것일 게다. 차지헌이 좋다고 차무원을 차버린 서나윤은 어느새 차무원에게서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껴 버리고, 더구나 노은설에게 이제 갓 차인 차무원은 그런 서나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의 관계라는 게 있기는 했다. 원래 차무원은 서나윤을 좋아했고, 서나윤 역시 어릴 적 친구로써 차무원과 상당히 깊은 관계에 잇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쉽지 않은가.

고민도 없다. 갈등도 없다. 서나윤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기까지도 너무 빨랐고, 그것을 고백하는 것은 더 빨랐다.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보다도 더 빨랐다. 하기는 조역일 테니까. 주연인 차지헌과 노은설은 지금 노은설이 차지헌인가, 자신인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결코 쉽게 끝날 수 있는 고민이 아닐 것이다. 그에 비하면 서나윤과 차무원의 고민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다. 그들은 과연 고민이라는 것을 할까?

장면은 예쁘다. 차무원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차무원이 알아주었으면 바라다가, 다시 자신의 감정을 노은설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고, 그대로 짐짓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공연표로 데이트신청을 하고, 극장에서 기다리는 모습, 실망하며 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그리고 잠깐 졸고 일어났는데 차무원이 뒤늦게 나타나 말을 걸어오고 있다. 하지만 차무원에게 반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 얼마 되지 않았다면. 더구나 이전 한 번 찬 적이 있다. 그런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보는 입장에서 힘이 빠진다. 조연이라 그냥 넘어간다.

어찌할 것인가? 답은 차지헌의 대답에 있다 할 수 있다. 자신의 동네를 떠나 노은설의 동네로 갈 것인가? 아니면 자기 동네에 있으면서 노은설을 들어오라 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경계에 있을 것인가? 분위기가 무언가 답을 내리기는 한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호기심이기도 하다. 흥미롭다.

조금 재미있어지려는 순간이다. 긴장은 없지만 갈등은 있다. 그것도 외부적 요소에 따른 긴장이다. 차지헌과 노은설. 차봉만과 노은설. 그리고 뒤를 노리는 신숙희와 황관장. 그리고 살짝 양념이 되어 주는 차무원과 서나윤. 노은설의 갈등이 깊을수록 긴장도 깊다.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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