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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3 18:13

위대한 탄생 "달라진 시즌2, 그리고 앞으로 놓인 과제..."

오디션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참가자여야한다.

 
오디션이란 스타로 가는 등용문이다. 쟁쟁한 심사위원들 앞에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이고 마침내 기회를 부여잡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전과정을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개하여 판단까지 시청자들에 맡기는 스타탄생의 장이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로마의 검투사와도 같을 것이다. 오디션 참가자는 자기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스타가 되는 기회를 얻기 위해 심사위원과 대중 앞에서 선택을 기다린다. 그리고 대중은 눈앞의 예비스타에 대해 그 가능성을 판단한다. 스타가 될 만하다. 아니다. 무명에서 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은 - 더구나 그 과정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짜릿한 쾌감일 것이다.

그래서 오디션에는 이미 시작단계부터 스타가 존재한다. 대중적 스타가 아닌 오디션 스타다. 이 사람은 스타가 될 만하다. 이 사람에게서는 될 성 부른 가능성이 보인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에 모이게 만든다.

<슈퍼스타K> 시즌3가 어째서 전작인 시즌2에 비해 저조한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프로가수들마저 서바이벌 무대에 동참해 버렸다. <위대한 탄생>이 바로 <나는 가수다>의 직격탄을 맞았던 경우였다. 그리고 <위대한 탄생>이나 <TOP밴드> 등의 여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다. 많은 이들이 지나친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세에 식상하여 눈을 돌리고, 또 다른 어떤 이들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하며 <슈퍼스타K<를 폄훼한다. 하지만 역시 그다지 화제가 되었던 시즌2에 비해 눈여겨 볼만한 출연자가 없다.

장재인의 충격은 대단했다. <슈퍼스타K>에 관심이 없던 필자마저 <슈퍼스타K>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도록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제주도 예선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김지수.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존박, 그리고 슈퍼위크를 거치면서 허각과 김은비, 이보람 등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미 생방송에 들어갔을 무렵 각 출연자에 대한 지지층이 형성되고 여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악마의 연출이라 불리우는 제작진의 탁월한 감각은 그들을 철저히 띄워줌으로써 그러한 여론에 부응했다.

KBS의 밴드서바이벌 <TOP밴드>의 팬들은 최근 자체적으로 록페스티벌을 연다고 상당히 부산을 떨고 있다. 시청률도 거의 바닥을 헤매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어째서 시청자들은 이리 극성맞을 정도로 적극적인가? 심지어 다른 프로그램에서였다면 상당히 비판을 들었을 노골적인 PPL마저 프로그램 제작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마저 있을 정도다. 어째서?

결국은 프로그램에 대한 <TOP밴드> 시청자들의 높은 만족감과 자긍심일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코치진과 심사위원진 면면이 워낙 화려해서 주목을 받았을 뿐 그저그런 흔한 아마추어 오디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게이트플라워즈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에 빛나는 게이트플라워즈와 아시안비트 그랜드파이널 대상의 브로큰발렌타인. 체리필터의 조유진으로부터 천재라는 말까지 들었던 POE와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으로부터 극찬을 들었던 고교생밴드 액시즈, 2차경연에서는 톡식과 WMA, 아이씨사이다 등이 부각되고 있었다. 번아웃하우스와 시크, 제이파워밴드, 라떼라떼.

회가 거듭될수록 마치 주머니의 송곳처럼 드러나는 밴드들의 실력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은 지금 한 차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었다. 그것은 그런 대단한 순간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존감이기도 했다. 더구나 침체된 대한민국의 밴드음악을 다시 살려보자는 어떤 시대적 사명마저 함께 하고 있다. 그러한 만족감과 자존감이 프로그램에 대한 자긍심으로 바뀌고 이와 같은 강한 충성도까지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들이 스타였다. <TOP밴드>를 보게 만들고, <TOP밴드>에 가치를 부여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만족감과 자존감, 나아서 자긍심을 가지게 만드는. 그들이 있어 <TOP밴드>는 낮은 시청률에도 시청자들의 강한 충성도와 지지로 말미암아 시즌2까지 쟁취할 수 있었다.

<위대한 탄생> 시즌1이 간과한 부분이었다. 사실 <위대한 탄생> 시즌1이 방송되던 동안에도 처음 화제를 불러모은 것은 김태원, 심승훈, 이은미, 김윤아, 방시혁이라고 하는 쟁쟁한 코치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어느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탁월한 재능과 개성이 엿보이는 참가자들이었다. 미국예선에서의 허지애, 한국예선에서의 양정모, 김정인, 이태권, 일본에서의 권리세, 이들이라면 충분히 <슈퍼스타K>와도 경쟁할 수 있겠다.

실제 지금도 <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K>시청자 사이에는 그와 같은 팽팽한 신경전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물론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다 보고 있지만 그러나 핵심을 이루는 시청자들은 서로가 자기가 보는 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이며 상대 프로그램에 대해 항상 의식하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러한 신경전 가운데 항상 등장하는 것이 어느 프로그램의 참가자 실력이 더 출중한가. 어느 프로그램의 누가 최종적으로 스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가? 그것은 말했듯 자존심이고 자긍심이다. 더욱 프로그램에 충성하게 만드는 동기다. 그런데 정작 <위대한 탄생> 시즌1에서는 그같은 스타가 없었다.

처음에는 말했듯 주목받는 참가자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공중파라는 이점도 있고 해서 <슈퍼스타K> 시즌2가 막 끝난 시점이었음에도 그곳 출신자들과 비교하며 오히려 우위를 점치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위대한 탄생>의 김태원이 아니라 김태원의 <위대한 탄생>이라고. 우승자 역시 김태원의 멘티 가운데 TOP4가 나왔고, 그 가운데 이태권과 백청강 두 사람이 최종우승을 다투었다. 어째서?

결국 멘토에 의해 멘티가 눌려버린 결과였다. 돌이켜 보면 멘토 방시혁의 멘티 데이비드 오였지 데이비드 오의 멘토 방시혁은 아니었다. 조형우라는 이름을 들으면 먼저 신승훈 멘토부터 떠오른다. 워낙 대단한 음악인들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멘토들에 비해 멘티들을 부각하란한 캐릭터메이킹 -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져 있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정작 멘티에 대한 스토리가 부족하다 보니 캐릭터가 잡히지 않고, 어느새 멘토스쿨로 넘어가면서는 각자가 멘토의 멘티로써 완전히 고착되어 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생방송경연인데 주인공이어야 할 멘티들 자신은 어디로 간 지 사라지고 멘토들간의 경쟁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멘티였지 참가자가 아니었다. 멘토를 대신해 무대에 오르는 멘티였지 스스로 스타가 되고자 하는 도전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생방송으로 넘어가면서 그렇게 분위기가 과열되었던 것 아니던가. 멘티 없이 멘토만 남았는데 정작 그 멘토가 심사위원까지 맡고 있다. 오해가 불거지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인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공정성논란은 <위대한 탄생>의 권위를 떨어뜨리며 초반의 그 힘을 이어가지 못한 채 혹평 속에 끝나고 마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상의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마 제작진도 지난 시즌1을 다시 검토분석하면서 그같은 점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승환이 말했던 조용필만이 아닌 한대수도 뽑아야 한다는 그 말이 갖는 의미였을 것이다. 시즌1에 이승환이 출연했다면 일찌감치 떨어졌을 것이다. 비음에 부정확한 발음에 너무 큰 몸동작에. 너무 노래 위주로 약점이 적은 참가자들만을 뽑으려 하다 보니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개성과 매력을 지닌 참가자들을 상당수 놓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끝까지 우승은 못하더라도 그같은 개성은 프로그램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시청자들에 재미를 주리라.

더불어 참가자들을 보여주는 방식도 <슈퍼스타K>를 의식한 듯 고도로 계산하여 연출한 듯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시즌 1에서는 그저 단순히 나열하듯 보여주느라 누가 대단한 지도 모르겠고 상당히 산만한 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이 없다. 제작진의 의도에 의해 누가 주목할만한 참가자인가를 모두가 안다. 누구를 눈여겨봐야 하는가를 철저한 서사구조 아래 화려하게 등장하는 참가자를 보며 시청자 자신이 공유하게 된다. 오히려 시즌1보다도 단지 1회가 지났을 뿐임에도 더 화제가 될만한 참가자가 많은 이유일 것이다.

물론 이제 1회이니 확신은 금물이다. 과연 2회에서도, 그리고 나중에 위대한 캠프로 가서도, 가장 중요한 멘토스쿨에서도 지금과 같은 연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철저히 참가자를 부각시키며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을 주목케 하는. 그런 점에서 비슷한 코치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TOP밴드>를 참고해 볼 만도 하다. 코치지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코치가 아니다. 부각되고 주목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밴드이고 단지 코치는 그들에 도움을 줄 뿐이다. 코치가 부각되어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닌, 밴드가 스타가 됨으로써 코치도 스타가 된다.

아무튼 지금의 기조대로 이어간다면 시즌2의 대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의도를 드러내느라 약간 늘어지는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스타를 만들고 쌓아 간다면, <위대한 탄생>만의 스타를 만들어 대중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만족감과 자존감을 심어줄 수 있다면. 진짜 스타가 될만한 참가자에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내 손으로 결정할 수 있다. 손을 근질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성취감이란 참가자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어떻게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가. 무엇보다 이번에는 과연 그럴만한 참가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오디션 참가자란 자기 발로 찾아온 이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바 재능과 매력은 아직은 잠재되어 있을 뿐이다. 그것을 끌어내는 것은 누구인가? 재능을 계발시키는 것은 멘토이더라도 그것을 대중들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은 방송의 역할이다. 제작진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러한 오디션 참가자의 수준이 프로그램의 수준도 결정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오디션 참가자인 것이고, 그들을 대중에 드러내는 것은 제작진의 역량이다.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제작진도 멘토도 아니다. 엄밀히 오디션 참가자들도 아니다. 결국은 대중들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무엇으로 하여금 채널을 고정케 하고 집중케 할 것인가?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스타다. 참가자 자신이 스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참가자가 오디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무엇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가를 알아야 한다.

어째서 김태원의 <위대한 탄생>이라고까지 불리웠음에도 김태원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가. 김태원은 물론 잘했지만 잘해도 너무 잘했다. 사람은 반성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다. 무엇이 한계이고 문제였던가. 새로워진 <위대한 탄생>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하는 것은 참가자로 족하다. 그를 통해서 시청자는 성취감과 만족을 얻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다. 시청자가 느끼는 재미다.

시작은 물론 좋다. 오히려 작년보다도 더욱 힘을 뺀, 그러나 치열하게 노력한 깔끔한 영상이 보는 이를 편하게 즐겁게 한다. 그리고 주목하게 집중하게 만든다. 기억하게도 만든다. 이번주는 어떤 참가자가 나를 즐겁게 하고 주목케 할까? 바로 지금처럼만. 한결 발전한 모습에서 가능성을 본다. 기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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