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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12.12 09:34

피노키오 10회 "달콤한 거짓, 불편한 진실, 그러나 진실"

엄마가 된 송차옥, 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진실과 마주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거짓은 달콤하고 진실을 불편하다. 어쩌면 드라마가 잠시 돌아가려 하는 진짜 이유인지 모르겠다. '피노키오'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바와도 일치한다. 원래 사람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도 결국은 불편하고 아픈 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일 것이다. 부모에게 야단맞기 싫어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형의 진실에 대해 눈감았다. 아니 그 이전에 모두에게 자기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아직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이었고, 어머니는 자신과 함께 바다로 뛰어내렸지만 형은 어쩌면 어딘가에 살아있을지 모른다. 찾아야 했을 테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지옥과도 같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대신이 되어 다른 사람을 아버지라 부르고, 아버지 또래의 아저씨로부터 형이라 불리며 그렇게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 숨고 싶었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 묻는 최달평(신정근 분)에게 이미 형을 찾은 뒤임에도 거짓말을 한다. 공무원인 부모는 이미 돌아가셨고 형제는 없다. 하필 자기가 좋아하는 최인하(박신혜 분)의 아버지다. 형은 어쩌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서였다. 단지 핑계에 불과했다. 거짓말은 커질수록 비례해서 이기보다는 이타를 추구하게 된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어떤 가치나 목적을 위해서. 그러므로 지금 자기가 거짓말을 한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진실을 감춤으로 해서 가장 크게 이익을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형인 기재명(윤균상 분)은 아직 최달포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사실도, 그 최달포가 자신의 죄를 인지하고 뒤쫓고 있다는 사실도 아직 전혀 알지 못하는 채다. 최달포가 확보한 녹음내용 역시 기재명의 범죄를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단지 정황에 불과하다. 그러나 덕분에 살인자를 형으로 두지 않아도 되는 최달포 자신은 무척 편해졌다. 형을 살인자로 만들지도, 살인자인 형을 자신의 손으로 단죄하지 않아도 된다. 그 심리가 최인하의 아버지 최달평 앞에서 형의 존재를 부정한 것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이름마저 부정한다. 기하명이 아닌 최달포다.

▲ 피노키오 공식 포스터 ⓒ아이에이치큐(IHQ)

워낙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다. 서범조(김영광 분)의 말처럼 어쩌면 그동안 서범조가 대신 받아본 문자들이 고스란히 송차옥(진경 분)에게로 전해졌다면 최인하와의 관계도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서범조에게서 그동안 최인하가 보냈던 문자들을 받아 본 뒤 송차옥이 최인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었다. 그와 거의 같은 시간을 최달포와 기재명은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헤어져 있었다. 새삼 형제간의 정이라 할 만한 것이 남아있을 리 없다. 형인 것을 알고 난 뒤에도 기뻐하기보다 어쩌면 형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부터 앞세운다. 최인하를 찾아가 경고한다. 기재명은 위험하다. 자신이 기재명의 진실을 묻는다면 기재명과 불편하게 엮일 일따위 이후 전혀 없을 것이다. 기재명이 최인하를 납치하려 하지 않았다면 최달포는 끝까지 기재명을 외면한 채 있었을 것이다. 굳이 송차옥 앞에서 자신의 정체와 진심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최달포를 위해서였다. 어찌되었거나 최인하의 어머니였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기재명이 자신의 형인 것도 알게 될 것이다. 형의 진실에 대해 거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가 형의 동생인 사실을 송차옥은 물론 모두가 알게 될 지 모른다. 그래서 최인하가 대신해서 일어선다. 최달포가 자기에게 했던 말들을 그대로 송차옥에게 전한다.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아무리 화나고 미워도 자기에게는 어머니다. 하필 최달포였기에 그때 자기가 아팠던 것처럼 하필 딸이었기에 어머니 역시 많이 아팠을 것이다. 아무리 머리로는 옳다고 말해도 가슴이 그래서는 안되었다 야단치고 있다. 최달포의 몫이었다. 최인하를 사랑한 만큼 더 이상 전처럼 송차옥을 원망할 수만 없게 되었다. 진실은 어쩌면 이리도 고통스러운가.

태연히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며 모두를 속이는 최달포를 보면서, 거짓말을 못하는 피노키오이기에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자기를 속이는 일조차 못하는 최인하의 곤란해 하는 모습들을 통해, 과연 진실이란, 그리고 거짓이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거짓은 추악한 죄이며 진실이야 말로 아름답고 정의롭다. 누가 그것을 정했는가?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째서 진실이어야 하는가? 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 같아도 놓치는 것이 없다고 하던가? 최달포가 애써 묻어두려 했던 진실은 그 진실의 가치를 쫓는 누군가에 의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낸다. 진실과 함께 묻으려 했던 불행한 가정이 실체가 되어 현실로 나타난다. 하물며 언론이다.

남탓만 하는 것은 결국 자기에 대한 기만이다. 평범한 기사를 뒤집어 임팩트있는 기사로 바꾸는 열정이 있다. 그것이 진실이다. 뺑소니 검거율이 93%에 이른다는 경찰의 발표에서 아직 7%의 뺑소니가 미검거인 채로 남아있다는 진실을 찾아낸다. 당시 소방대장이 주위의 만류에도 무단으로 대원들을 화재현장에 투입했다. 그리고 자기는 혼자서 도망쳐 어딘가 살아있다. 그런데 그같은 사실 가운데 진실을 뒤집어 볼 생각을 한 기자가 어째서 당시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아무리 피해자의 신고가 있었고 증언이 있어도 그것만을 전적으로 믿고 수사하는 수사관은 없다. 기자가 단지 제보만을 믿고 더 이상의 다른 가능성을 쫓는 것을 포기한다면 기자로서의 직무유기일 것이다. 더 임팩트 있는 진실보다 그저 있는 사실 가운데 단어만을 더 자극적으로 바꾸어 쓴다. 언론이라기보다는 카피라이트에 가깝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미 현실에서 더구나 아주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울 것이다.

자식이란 부모의 거울이다. 자식이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야 말로 진실한 자신일 것이다. 그 어떤 비난보다도 아프다. 자식이 부모인 자신을 부정한다. 그동안의 자신의 노력들을, 그리고 지금의 성취를 모조리 부정하며 비난한다. 돌고 돌아 들어야 할 말을 들었다. 외면해 왔을 것이다. 부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애써 변명하며 자기를 위로해 왔다. 자기는 잘못하지 않았다. 당연한 할 만한 일들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당당히 마주하고 선 딸 최인하 앞에서 엄마 송차옥은 더 이상 숨지도 도망치지도 못한다. 그것이 지금껏 자신이 살아온 삶이며,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이 자리의 의미다. 이일주(김영훈 분)의 괜찮느냐는 말조차 날서게 받을 정도로 여유를 잃어 버린다. 어쩌면 가장 큰 복수가 아니었을까? 그 자식으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그 자식의 입을 빌어 부모에게 자신의 말을 대신 전한다. 차라리 잔인하다.

누구나 진실을 추구한다. 거짓은 안좋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현실에는 거짓이 넘친다. 거짓을 증오하면서도 최달포는 자기와 모두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 최달포를 위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최인하의 모습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거짓은 옳지 않다. 진실만이 옳다. 그래서 '피노키오'일 것이다. 주제로 한 발 다가간다.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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