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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10 07:07

강호동의 잠정은퇴 "탈세가 아닌 단지 과소납부에 불과했다!"

법 위의 감정법, 그 야만과 무도함, 치기에 대하여.

 
강호동의 잠정은퇴선언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그것이었다.

"또 어설픈 정서법에 한 사람이 다치는구나."

솔직히 필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워낙 다른 일로 정신이 없던 터라 강호동이 탈세했다는 말만 들었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 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저 탈세했다고 하니 탈세이겠거니. 나중에서야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 알 수 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세금이란 국가에서 얼마를 내라고 해서 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인력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래서 세금을 내는 당사자가 자신의 소득과 각종 비용을 계산하여 과세대상소득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고된 소득을 대상으로 세금을 물리게 되니 이것을 신고납부라 한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출제자는 분명 자기가 정한 답을 가지고 문제를 출제한다. 그러면 시험을 치르는 당사자는 그 문제를 보고 자기의 답을 적어낸다. 과연 그 답이 맞는 답이었는가? 아예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면 그것이 탈세인 것이고, 답을 적어내는 과정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답이 틀렸다면 바로 그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과소납부인 셈이다. 정작 제출한 자료에는 크게 하자가 없는데 다만 소득공제 등에 있어 계산이 세무서 쪽의 기준과 달라 오류가 있었다. 그래서 남으면 초과납부라 해서 돌려주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이번 강호동이 탈세를 했다며 잠정은퇴까지 선언하게 된 진실인 것이다. 그래서 국세청도 정작 탈세라는 표현은 쓰고 있지 않았다. 단지 강호동측이 제출한 소득 및 세액내역에 대해 세무서에서 다시 계산해 보니 추가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사유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정작 추징금이라 하는 것도 정확히는 경정세액이라 해야 옳다. 새로이 올바로 고쳐 거두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아마 그럴 것이다. 처음부터 세금을 적게 내려 과세대상소득을 축소해 신고한 자체가 문제 아닌가. 그러나 근대시민사회에서 모든 시민에게는 당연하게 국가의 강제로부터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기를 지키는 권리가 부여된다. 다시 말해 법이 정한 바를 어기고 있지 않는 한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인정된다.

당장 대다수의 월급쟁이들 또한 그러고 있지 않던가. 연말이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부지런히 연말정산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한 마디로 돌려받는 세금 만큼 나라에 더 적은 세금을 내기 위해 그러고 있는 것이다. 돌려받은 세금은 개인의 사유재산이다. 그리고 국가는 법이 정한 이상의 세금에 대해 시민들에 돌려줄 의무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 과소납부에 대한 것도 범법행위라기보다는 단지 그러한 시민의 권리에 대해 잘못행사되었으니 그 부분만큼 원래대로 더 거두어가겠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범법행위가 아니다. 단지 추징금 - 아니 경정세액이 새로 부과된 만큼 다시 내기만 하면 전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놈의 정서법이. 한 번 탈세라 하니 강호동은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탈세범이 되어 버렸다. 세금을 세무서의 산정한 기준보다 더 적게 내었다. 그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알아볼 생각도 없이 세금을 더 적게 내어 추징금을 물게 되었다는 것에만 집중해 버렸다. 비난이 쏟아지고, 심지어 어느 시민은 검찰에 강호동의 탈세를 수사하라며 고발장까지 제출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결심하게 된 "물의"가 일어나고 만 이유였다.

항상 그렇다. 어째서 한국사회에서는 법정드라마가 인기가 없는가? 법이란 논리다. 그 이전에 개인의 권리다. 법이 정한 자신의 권리를 찾아 법정에서 투쟁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법 위에 정서법이 있다. 그리고 재판따위는 상관없이 여론에 의해 판결이 내려진다. 삼심도 없다. 그리고 공소시효도 없고 처벌에도 한계가 없다. 재판이 벌어져도 정작 피고인을 위해 변호에 나서는 변호사더러 뻔뻔하다 비난부터 퍼붓는데 무슨 법정드라마가 발붙일 곳이 있겠는가? 설사 법정드라마가 방영되어도 이미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대중 자신에 의해 재판의 결과는 결정되어 있을 것이다.

작년에 타블로, 그리고 MC몽 역시 법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중의 정서법에 의해 여전히 유죄로 묶여 있는 중이다. 다시 이번에는 강호동이 범죄조차 아닌 문제를 가지고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도록 만들었다. 그러고도 부족하다며 비난이 퍼부어진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의 정의란. 윤리란. 개인의 권리란. 하다못해 자기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자기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항변하거나.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변명 없이 잠정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에 대해 찬사가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억울해도 억울하다는 말조차 해서는 안 된다. 과거 최민수도 그래서 여론에 떠밀려 무구하게 대중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었다.

논리가 사라진 폭력을 야만이라 부른다. 이유가 없음에도 단죄된다면 그것을 무도하다고 말한다. 단지 감정에 이끌려 충동에 충실하다면 유아적이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미성숙하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능력이 되지 않는다. 과연 대한민국은?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비단 국민MC라고까지 불리우던 예능MC 한 사람이 은퇴하고 마는 문제가 아니다. 그 근본에 대한 것이다. 강호동은 왜 은퇴를 선언해야 했는가? 그로 하여금 은퇴를 선언케 하고, 그러고 나서도 몰아붙이는 그 실체는 무엇인가? 강호동의 잘못은 무엇이었는가?

다시 말하지만 탈세가 아니었다. 과소납부였다. 세금을 고의적으로 탈루한 것이 아니라 단지 신고한 내용이 세무서의 기준에 맞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세무서에서 다시 계산한 경정세액을 시키는대로 납부하는 것 뿐. 실제 그러겠다 하지 않던가.

안타까운 일이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라 더 안타깝다. 누구를 탓해야 할 것인가. 그저 이번에 다시 희생양이 된 강호동이 안타까울 뿐. 한동안 그의 모습을 예능에서 보지 못한다.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자세히 알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 정도에서. 아니라면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이해하고 난 다음에. 그것을 이성이라 하는 것일 테지만. 안쓰러운 것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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