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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9.05 07:41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초보 지휘자 김태원과 너무나 버거운 짐"

세계적인 합창지휘자 윤학원 지휘자의 마법을 보다!

 
어쩔 수 없는 초보의 모습이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자기가 먼저 흔들리며 초조해하기 시작하고. 지휘자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니 합창단 역시 더욱 흔들리고 만다. 과연 합창단원이 내는 소리가 자꾸 흐트러지는 것이 합창단원들 자신들만의 문제였을까?

바로 초보와 베테랑의 차이인 것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윤학원 지휘자의 경우는 입으로는 문제가 심각하다 하면서도 표정이나 행동에 여유가 있었다. 느리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그러나 결코 느리지 않았다. 오히려 집요하고 철저했다.

원래 초보나 베테랑이나 일이 잘 풀리는 동안에는 크게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당장 윤학원 지휘자에게 김태원이 지휘를 배울 때, 윤학원 지휘자가 이끌던 인천시립합창단 앞에서는 제법 그럴싸하게 지휘를 하고 있지 않았던가. 윤학원 지휘자가 한 번 잡아놓고 난 다음에도 청춘합창단의 앞에서 상당히 멋지게 지휘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처럼 상황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다음이다.

그런 일을 그동안 한두 번 겪었겠는가. 김태원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윤학원 지휘자는 지휘자 생활만 50년이 넘어간다. 그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겪어야 했던 일들만 모아도 다 이야기하지 못 할 정도일 것이다. 김태원보다 더한 궁지와 난관에서도 끝끝내 딛고 일어나 한 걸음씩 내딛어 왔으니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김태원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윤학원 지휘자의 머릿속에서는 그에 대한 대처법까지 선명히 떠오른다.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바로 즉석에서. 한 가지가 끝나면 바로 다음으로 이어진다. 고민하는 시간조차 거의 없다. 편집의 영향도 있겠지만 불과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합창단을 놀랄 정도로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었다. 김태원과 박완규, 임혜영이라는 두 보컬트레이너가 하지 못한 일을 하루만에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 올려 놓는다.

하기는 기본은 좋은 멤버들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어째서 합창단에서 지휘자가 중요한가. 아니 모든 분야에서 리더가 필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오합지졸도 정예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지휘자라면, 정예도 오합지졸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또한 지휘자다. 양이 거느리는 사자떼보다 사자가 거느리는 양떼가 더 무서울 수 있다. 김태원 역시 밴드의 리더로써는 누구나 알아주는 이일 테지만, 합창이라는 생소한 분야 앞에서는 단지 3개월짜리 초보 지휘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초보지휘자가 이끌기에는 합창단의 개성이 너무 강하고 미숙한 점도 많다.

아마도 이번 "청춘합창단"에 대한 제작진의 오판이고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합창단만이 아닌 지휘자로써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으면 그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자격>에는 김태원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출한 음악인이 멤버로 있다. 그러나 합창단에서의 지휘자의 비중은 제작진이 생각한 그 이상이었고, 김태원이라고 하는 대중음악에 있어 대단한 음악인조차 합창지휘는 처음이라 여러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모인 합창단에 이런저런 트러블이 있으리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고.

차라리 작년의 멤버들은 방송을 통해 자기를 알리겠다는 목적에서라도 보다 합창에 충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춘합창단의 멤버들이란 방송이 끝나고 나면 다시 볼 수 있을 지 모르는 사람들 아니던가. 그 가운데는 초보자도 있고, 합창이라는 것에 대해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 이제까지 쌓아 온 자기세계라는 것도 있다. 미숙하고 서툰데다 그것을 바로잡아 끌어가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앞에 내세운 지휘자가 나이까지 어린 초보자다. 윤학원 지휘자가 긴급히 김태원을 구원하기 위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김태원 자신도 인정한 것처럼 지휘에 있어서만큼은 김태원은 이제 둥지조차 벗어나지 못한 처지인 때문이었다.

불필요하게 욕심만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김태원만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대로 김태원이 끝내 감당하지 못하고 윤학원 지휘자의 도움으로 겨우 모습을 갖추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과연 합창단에서 어떤 결과를 얻게 된다면 그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떠하겠는가. 윤학원 지휘자의 마법과 같은 솜씨를 보았을 테니 모든 공은 윤학원 지휘자에게 돌아갔을 테고, 김태원의 뜻밖의 무능한 모습을 보았을 것이니 모든 잘못은 김태원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나마 시간이라도 넉넉했다면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라도 충분히 주어졌을 테지만. 김태원에게는 버거웠고 제작진은 무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합창단이 연습하는 장면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어느새 손자뻘이고 자식뻘인 젊은이들의 음악에 맞춰가는 모습들이. 전혀 익숙지 않은 빠른 리듬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헤매다가도 어느새 그럴싸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민망하던 것마저 이제는 즐겁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힌다는 즐거움과 그 자체에 대한 기쁨. 그리고 나날이 발전해가는 자신에 대한 만족.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 어린 손주, 자식들과 함께 그들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그분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우니 그분들이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합숙을 가서는 마치 아이처럼 설레어하는 모습들까지. 합창 때문에 그 좋아하는 술도 잠시 미뤄두고, 사춘기 소녀처럼 제대로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하고, 반가운 마음에 만나자 힘겨루기부터 한다. 누가 감히 그런 모습들을 보고 나이 들었다 하겠는가. 말 그대로 청춘이고, 말 그대로 누님이고 형님들이다.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어른들이 아이로 바뀌어 버린다.

분명 일찍 돌아가봐야 하는 사정이 있었을 것임에도. 눈치로 보아 반드시 일찍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이니까. 윤학원 지휘자의 도움으로 조금씩 나아져가는 것이 보이는데, 더구나 합창이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일 텐데. 일찍 돌아가더라도 후회되고 눈에 밟힐 것 같다. 아쉽다. 다만 그것이 암묵적 강제만 아니었다면. 반드시 돌보아야 할 일을 돌보지 못해 피해는 없었으면 싶다.

어쨌거나 이번 회차의 주제를 꼽자면 마치 마법과 같이 청춘합창단의 모습을 바꾸어가던 윤학원 지휘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윤학원 지휘자가 이끄는대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던 기적과 같은 장면들이었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세계적인 합창지휘자의 솜씨로구나. 이런 식으로도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도 합창단을 이렇게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 리더의 힘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주 합창대회 예선이다. 물론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그러나 애써 묻어두려 한다. 모르는 것처럼. 방송을 위해 급조한 듯한 합창대회가 그다지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차례다. 기대한다. 소녀처럼. 누님들처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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