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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밴드 "신해철과 번아웃하우스, 원래 아마추어가 자존심은 더 세다!"
아직 껍질을 깨지 못한 미숙함을 아마추어라 부르는 것이다!
2011년 08월 30일 (화) 18: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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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아마 지난주 <TOP밴드>를 본 사람이라면 조금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추어인데 왜 저리 고집을 부릴까? 프로인 코치들을 앞에 두고 어째서 저렇게 자존심을 세울까? 하지만 아마추어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게 된다. 프로보다 자존심이 더 강한 것이 아마추어임을.

프로란 이미 자기만의 것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생산한 것으로 대중과 마주하고 그를 통해 수입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더 나은 무엇이지 특정한 장르나 스타일이 아니다. 자기의 것을 보고 듣고 대중이 보이는 반응이 그들의 자존심이지 다른 것이 자존심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위해 프로들은 항상 노력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아니다. 그들은 아직 무언가를 생산해 본 적이 없다. 자기가 생산한 것으로 대중과 직접 정면으로 마주해 본 적도 없다. 대중의 냉정함을, 시장의 냉엄함을, 그로 인핸 두려움과 좌절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아직은 그들은 자기들끼리만의 좁은 세계에 갇혀 있다. 기껏해야 그들이 생산한 것을 보고 듣고 평가해주는 것도 고만한 사람들이 전부다. 더욱 그들을 가둔 장벽은 공고해지게 된다.

사실 이것은 우리나라 인디문화의 어두운 부분이기도 하다. 출연자들도 말한다. 워낙 관객이 없어서 자기들끼리 공연을 봐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서로 처지가 뻔한데 굳이 듣기 싫은 소리를 미움받으며 해 줄 까닭이 어디에 있겠는가. 적당히 좋다고 하고, 적당히 스스로 만족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꾸려간다. <TOP밴드> 예선에서도 그런 인디씬에서 제법 알아주던 밴드들도 적잖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굳이 돈을 지불해가면서까지 들을만한 밴드는 인디씬에서도 그다지 많지가 않다. 거의 고만고만하다.

말하자면 어린아이들일 것이다. 아이들이 순수한 것은 아직 세상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또 고집이 무척 세다. 그것밖에 모른다. 그것이 전부라고만 생각한다. 아직 더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한 아마추어들은 그 안에서 그것이 전부라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고집하고 그래서 더 벽을 세운다. 그것을 심지어 정의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음악의 경우만이 아니다. 만화가들도 그렇다. 소설가 역시 마찬가지다. 시나리오작가도 만나보았지만 다르지 않았다. 아마 인터넷문화를 떠올려 보면 되겠다. 그들은 결코 프로가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것이 많은 마니아들일 분이다. 아마추어란 가장 극성맞은 마니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서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생산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다. 그들은 여전히 수용자에 머물러 있다. 비판하고 판단한다. 선별하고 선택한다. 그래서 말들이 많다. 단호하고 엄격하다. 말싸움하면 아마 어지간한 프로보다 그러한 아마추어들이나 마니아들이 더 강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프로들도 거쳐온 과정이기도 하다. 어째서 정원영과 노브레인은 쿨하게 시크와 아이씨사이다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가? 신해철 역시 더 이상 번아웃하우스에게 조언하기를 포기하고 결별을 선언하고 있기도 했다. 말미에서 신해철이 번아웃하우스에게 한 '음악 앞에서 겸손해질 줄 알라'는 말은 그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아는 것이다. 그 단계에서 밴드들의 심정이 어떠한가를.

오히려 돌연변이라면 게이트플라워즈였을 것이다. 워낙 신대철을 존경한 것도 있겠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대중을 탐내고 무대를 그리워한 이들이었다. 어쩌면 그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프로를 지향하던 팀이었을 것이다. 대중들에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TOP밴드>에 출전하게 되었다. 혹평이라면 차라리 듣겠지만 대중들에 들려줄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대중의 무서움을 알고 그들과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안다. 그래서 신대철 코치의 요구와 지시를 충실히 따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My Way'는 그래서 가장 게이트플라워즈스럽지 않으면서도 가장 게이트플라워즈스러운 음악으로 완성되고 있었다. 신대철을 그들은 충실히 이용하여 흡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까지는 절박하지 않기에. 그러고 보면 아이씨사이다나 시크나 선을 긋고 있었다. 대중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펑크와 소울이라는 장르에 대해. 자신들이 하는 음악이 대중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음악이라는 점들에 대해서. 오히려 그 같은 체념이 여유을 만든다. 게이트플라워즈의 절박함과는 다른 어차피 비주류라고 하는 체념에 의한 여유다. 아직은 고집을 세울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무슨 말을 해줄까?

번아웃하우스가 불운했던 점은 하필 보컬 오경석의 목소리가 남궁연등에 의해 극찬을 들었고, 그 덕분인지 번아웃하우스의 자작곡 '시계추'가 <TOP밴드> 마니아들에 의해 호평을 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더구나 신해철은 정원영이나 노브레인과는 달리 그다지 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같고 소심하다. 굳이 자기의 속내를 숨기려 들지 않는다. 마왕이라 불리울 정도로 악역이 되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설익은 자존심과 신해철의 성격이 만나며 파열음이 나고 만 것이다. 어차피 코치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은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을 터임에도.

그래서 일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직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아마추어 밴드와 그들을 그 세계로부터 끄집어내주려는 코치, 그러나 정원영과 노브레인은 쉽사리 그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말았고, 신해철은 끝까지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굽히기에는 번아웃하우스의 자신감도 지나쳤다. '시계추'가 인정받고, 더구나 신해철 코치의 지도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향상되고 있었다.

사실 많이들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어느 경지에 이르고 나면 연습한다고 느는 것이 거기서 거기로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정체기에 이르고 만다. 그런데 아직 초보일 때는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착각들을 한다. 나는 굉장히 대단해지고 있구나. 그러나 실력이 느는 것이 보이는 자체가 아직 미숙하다는 뜻인 것이다. 아직 더 연마할 부분이 남아 있기에 실력이 그렇게 부쩍 늘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대고 코치들이 무어라 하겠는가? 아니라 하고 있음에도 끝까지 고집을 세우려는 밴드들이다. 자기 세계가 확고하고 결론까지 이미 내려져 있는 이상 코치라고 이러쿵저러쿵 해봐야 이단의 꼬드김으로나 들릴 뿐이다. 자기에게는 자기가 해야 할 음악이 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을 텐데, 그 사명을 방해하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신해철이 번아웃하우스가 찾아왔을 때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상의하는 것은 무례라고 화를 낸 것이 그런 까닭이다. 어차피 들을 생각이 없다. 그러니 신해철도 더 이상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원영도 노브레인도 거기에서 멈추고 있었다.

결국은 직접 깨달아 아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경연에서 형편없이 지고 말았으니 조금은 깨닫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아직은 미숙한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때까지의 자신감은 단지 자만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렇게 부딪혀 깨지면서 코치들도 심사위원들도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신해철 자신도 그런 어려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어쩌면 그리도 집착하며 다그쳤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해 준 것이었다.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겸손하라.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깨닫게 되는 알이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음악을 계속 하게 된다면. 그래서 껍질을 벗고 다시금 거듭날 수 있다면. 이제까지 완결되었다 믿었던 세계가 사실은 작은 종지에 비친 하늘그림자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면. 믈론 그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프로와 아마추어가 갖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일 것이다. 프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그들은 프로로써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냉정하고 잔혹한 대중 앞에 잊혀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며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당장 최선이라 하는 것이 내일은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과연 1년 전 음악을 듣고서도 과연 최고였다 자신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아마추어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처지이기에. 지금의 음악을 1년 뒤, 10년 뒤에도 다시 듣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것이 여실하게 드러난 헤프닝이었을 것이다. <TOP밴드>의 매력일 것이다. <TOP밴드>에는 드라마가 있다. 일부러 그러도록 꾸민 드라마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야 마는 일상의 드라마다. 이븐더스트가 코치인 체리필터와 충돌하고, 진수성찬이 서로 음악의 방향을 두고 다투고 갈등하고. 그리고 마침내 코치와 밴드가 갈라서는 상황까지 벌어져 버렸다. 과연 다른 오디션프로그램에서 그런 것들이 가능할까? 밴드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다. 미숙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있기에 밴드인 것이다.

혹시 모른다. 그렇게 어리석어 보이는 고집이 자기연마를 통해 스스로 벽을 뚫는 송곳이 될런지는. 역사상 많은 젊은 천재들이 그랬다. 자기 세계에 갇혀 있었지만 그 세계를 뚫은 것은 그들이 스스로 벼려낸 송곳이었다. 그들의 음악은 이내 새로운 유행이 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무수한 추종자와 모방자들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그런 고집이 없으면 음악도 못한다. 다만 당장은 어리석어 보일 수 있다. 미숙해 보였다.

여전히 뜨거운 신해철과 번아웃하우스에 대한 논란들을 보면서. 누가 잘하고 잘못했다고 하기보다는 번아웃하우스가 많이 어리석었다. 그러나 그 어리석음조차 음악을 하고 밴드를 하는 이들의 특권이다. 다만 어째서 그런 일들이 벌어졌는가. 어째서 신해철은, 다른 조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가. 이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작은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써의 나름의 주석이었다고나 할까?

여전히 고집은 세우더라도 조금은 여유를, 절박한 여유를 가져보기 바란다. 세계를 넓히고 그 넓어진 세계를 더욱 넓히려는 절박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프로의 세계는 만만하지 않다. 저 대단해 보이는 신해철도 어느새 음악인으로써 잊혀져가고 있는 곳이 바로 프로의 무대인 것이다. 어지간한 각오로는 그 근처에조차 가지 못한다.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어쨌거나 흥미로웠다. 번아웃하우스와 신해철 사이의 갈등이. 서로 충돌하고 그래서 화합하지 못하고 끝내 갈라서는 모습들이. 미숙한데도 자신감에 들떠 있던 번아웃하우스와 끝까지 냉정하지 못한 신해철의 모습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저 재미있는 드라마였을 것이다. 한 바탕의 활극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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