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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스타데일리뉴스
  • 칼럼
  • 입력 2023.09.01 19:57

[비전을 심어주는 김한나 교수 칼럼 2] IMF, 교통사고, 교대생 그리고 교사가 되다

[스타데일리뉴스]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 총신대학교 교직과 교수인 김한나 교수의 연재 칼럼입니다. 비전을 심어주는 교수로 학생, 청년,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자로서의 발전하는 삶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감사하며 성찰하는 삶과 생각을 같이 공유함으로써 생의 비전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IMF, 교통사고, 교대생 그리고 교사가 되다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수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수

1997년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 나는 우리나라가 그토록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는지, 그리고 나의 가족이 그토록 아픈 시기를 거치고 있었는지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1999년, 20세기의 마지막. 밀레니엄. 주말에 가족들은 지방에 다녀오고, 나는 고등학생이었던지라 집에 남아 공부를 했다. 저녁이 되고, 일찍 자라는 부모님 말씀에 먼저 잠이 들었다. 월요일 아침, 눈을 떴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지방에서 올라오시던 부모님과 동생들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병원에 갔다. 병원 응급실에 흰 가운으로 덮여있는 어머니가 계셨다. 수술실에 이미 들어간 동생들은 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발생한 아버지의 실직, 오빠와 나의 수술 등 우리 가족은 크고 작은 병원 신세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꽤 많은 이사를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크게 다치셨다. 꽤 오랫동안 중환자실에 계시며 긴 병원 신세와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그때 비하면 많이 회복되셔서 보조대를 이용해 약간의 거동이 가능한 정도까지 발전하셨다. 이렇게 회복되시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우리 가족과 주변에서는 어머니의 회복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 시기, 나는 성적이 점점 떨어지며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 의미를 찾지 못하며 극심한 사춘기를 겪었다.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수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수

부모님은 내가 교대에 진학하길 원하셨다. 그 당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선호는 매우 높았다. 당시 교대는 국립대로서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등록금, 안정적 미래의 보장 등 교대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 교대생으로의 대학 생활은 만족스럽고, 재미있었다. 선배들, 동기들과 함께 잘 지냈다. 나는 특별히 교대 내에서 체육교육과를 부전공으로 지원하였는데 그것은 체육을 좋아하고 잘해서가 아니라, 체육을 가장 못하고 자신이 없었기에 선택한 내 나름의 묘수였다. 초등교사는 모든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훗날 내가 만날 초등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체육수업까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비록 체육 관련 수업의 점수를 매우 낮게 받아 평균 학점이 낮아졌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교대생 때 끙끙대며 체육을 접하고 익혔던 덕분에 지금도 꾸준하게 운동하는 생활 습관을 갖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동료교사, 학생들이 소중하고 귀했으며 사랑스러웠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따뜻한 성품과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내가 쏟아주는 사랑에 비해 학생들의 지지와 사랑이 더 컸다. 나는 깨달았다. 교사는 학생에게 무엇을 해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학생으로부터 훨씬 더 많이 받고, 더 많이 배우게 되는 존재라는 것을.

2023년 9월 지금, 이 칼럼을 쓰며 맞닥뜨려있는 대한민국 교사들의 아픔에 먼저 교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하염없이 고개가 숙여진다.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처참한 교권추락의 문제, 현재 수도권 교대와 대학 초등교육과 자퇴생이 5년 새 6배 증가하는 등의 어려움, 사실상의 미달 사태가 야기될 것을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9.4 공교육 멈춤의 날,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 앞에 전국의 교사들이 모이며 공교육의 정상화와 회복을 위해 자발적 노력을 기울이는 지금,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것이 절대로 학생과 학부모와 대치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희망인 우리의 아이들을 보다 잘 지도하고 교육하기 위함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공감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교육 3주체로 이루어지는 공교육이 확립될 때에 학교가 재건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다.

△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수(사범학부 교직과) 

초등학교 교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및 연구위원, 칭화대학교 박사후연구원(연구교수), 해외언론인 등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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