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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14 08:53

내사랑 내곁에 "고진국과 봉선아, 중년의 사랑과 결혼..."

도미솔과 고석빈, 조윤정의 갈등이 본격화되다...

 
원래 전통사회에서 결혼이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었다. 단지 신랑과 신부가 서로 좋아서 만나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하나의 비즈니스로서 결혼은 이루어졌다. 연애결혼이라는 것이 나타난 것이 그래서 그다지 얼마 안 된다.

젊어서 하는 초혼과 나이 들어서 하는 재혼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젊어서야 객기로라도 부모형제는 아랑곳없이 자기 감정에만 충실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게 되면 어느샌가 자기 자신보다 더 충실해야 하는 대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자식들. 그리고 어느새 연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버린 주위 사람들.

자기야 좋아서 재혼한다 하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새로운 부모를 맞아들이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야 새로 결혼해 안정을 찾을 것이라 하니 좋기야 하겠지만 기존에 배우자를 통해 맺어진 관계는 어찌할 것인가. 대표적으로 드라마에서 묘사된 고진국(최재성 분)과 그의 사별한 아내의 어머니인 장모 강정혜(정혜선 분)의 관계가 그렇다. 단지 강정혜의 딸 선아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의 관계가 유지되어 왔는데 이제 그 고진국이 봉선아(김미숙 분)라는 전혀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었으니.

더구나 봉선아에게 딸린 가족도 문제다. 봉선아의 딸 도미솔(이소연 분)과 아들 봉영웅, 그리고 동생 봉우동(문천식 분), 과연 이들을 한가족으로 맞아들이게 되었을 때 기존의 딸 선아와의 관계를 전제로 한 징성기업의 지분문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진성기업을 물려받고자 하는 배정자(이휘향 분)와 고석빈(온주완 분)의 입장과는 별개로 강정혜로써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딸을 위해 지어준 별장에 봉선아를 데리고 가듯 딸을 생각해서 나누어준 지분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강정혜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배정자와 고석빈의 탐욕까지 맞물리면서 그래서 고진국과 봉선아의 결혼은 여러 우여곡절 속에 어렵사리 진행된다. 배정자와 고석빈의 탐욕따위 오히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 정도로 현실의 벽이란 그리도 높고 단단한 것일까? 그리 곱고 단정한 이미지더니만 어느새 김미숙도 고단한 삶을 얼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배정자의 얄미운 얼굴에 비해 김미숙의 주름마저 진 피곤한 얼굴은 얼마나 우리네 일상의 모습과 가까운가.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두려움은 곧잘 증오로 이어진다. 차라리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공포라면 그대로 굴복하고 말겠지만 그렇지 못한 두려움은 배제하고자 증오라는 감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망상이 시작되고 허튼 망상이 현실이 되어 생각으로 말로 현실로 이어진다. 죄란 증오가 낳는 여러 자식 가운데 하나다. 무지가 죄를 낳는다.

조윤정(전혜빈 분)에게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최소한의 정보라도 주어졌다면. 어째서 고석빈과 도미솔이 그렇게 서로 얽히고 만나게 되는지 작은 단서라도 쥘 수 있었다면. 모르니까 상상하게 된다. 고석빈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두려운 상상을. 고석빈의 사랑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고석빈이 자신의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망상이다. 그것이 고석빈과 특히 도미솔에 대한 증오로 이어진다. 그녀의 악다구니는 차라리 정말에 빠진 발버둥과도 같다.

필자가 조윤정을 동정하는 이유다. 아니 사실은 배정자와 고석빈도 동정한다. 어째서 그들은 악을 저지르는가? 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 두려우니까. 겁나는 것이다. 가난이. 소외가. 자신이 걸어온 길이.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그리고 다가올 미래가. 그래서 악을 쓴다. 억척을 부린다.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 채. 마치 침몰하는 배에서 작은 나뭇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차가운 바닷속으로 밀어넣는 그 절박함처럼.

그런 부분이 참 잘 묘사되었다. 어째서 배정자는 악역이 되었는가. 어째서 고석빈은 그런 한심한 캐릭터가 되었는가.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마치 수렁에 빠지는 것처럼. 봉선아와 고진국의 관계가 드러나자 더욱 악을 쓰며 발버둥치는 배정자와 고석빈의 모습이 그것이다. 한 순간 마음을 놓고 공황상태에 빠져 버리는 배정자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어째서 도미솔과 봉선아는 선한가. 어째서 이소룡은 도미솔로부터 선택되어질 수 있는가. 용기가 있으니까. 그토록 나태하던 봉우동이 대리운전이나마 일을 하게 된 이유. 그것은 어느새 사랑하게 된 이주리(이의정 분)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에게 당당하고자. 도망치려 하지 않았기에 그는 이주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

도미솔은 고등학생임에도 봉영웅을 포기하지 않고 낳았고, 봉선아는 딸 도미솔을 위해 도미솔이 낳은 봉영웅을 자신의 아이로 길렀다. 이소룡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은 도미솔과 그녀의 아들 봉영웅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고석빈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그는 항상 부정하고 거부하며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 하지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 배정자 역시. 그런 점에서 조윤정은 엔딩에 어떤 키를 쥐고 있달까? 조윤정 역시 남에게 탓을 돌리는 그런 타입은 아닐 것이다.

참으로 통속적인데. 고진국과 봉선아의 로맨스로 넘어오면서 드라마가 상당히 통속적인 내용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기는 통속드라마일 테니까. 보편적 정서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통속적인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그 통속성에 현실성을 불어넣는다. 마치 지금도 주위의 어느 곳에선가는 일어나고 있을 현실의 일처럼.

그만큼 디테일하게 잘 짜여진 드라마라는 뜻일 게다.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게 드라마를 잘 지탱하고 있다. 모든 말과 행동, 사건에 이유가 있고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그 모든 것은 드라마 안에 존재한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통속적인 구성에도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그만큼 드라마가 설득력이 있다는 뜻일 게다. 필자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제 고진국과 봉선아의 관계가 진전될수록 도미솔과 고석빈, 배정자 모자와의 갈등이 본격화될 텐데. 더구나 조윤정의 오해까지 더해지고 나면 앞으로 나올 이야기만도 넘쳐난다. 항상 긴장과 흥미를 잃지 않고 보게 되는 드라마다. 더욱 기대하며 보게 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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