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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주사파', 그 어색한 공통점에 대해서
그들과 '일베'의 이유, 일그러진 현실의 초상
2014년 09월 07일 (일) 08: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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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젊음이 아니다. 순수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아직 물들지 않았기에 계산없이 분노할 줄 안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그러한 젊음의 분노를 통제하는 수단을 발전시켜왔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권위와 곧 몸으로 겪게 될 현실의 험난함 앞에 결국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모든 것을 부수기 전까지.

문명에 대한 회의는 그 문명을 이룬 기성세대에 대한 회의를 뜻한다. 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기성세대는 자신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일구어낸 눈부신 문명의 발전이 마침내 영원한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리라. 파시즘은 기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보다 강한 억압이며 구조였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모두가 몸으로 눈으로 직접 겪고 확인할 수 있었다. 권위가 무너졌다.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분주했던 기성세대는 더이상 젊은 세대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경제적인 풍요와 보다 발달한 네트워크라는 무기가 젊은 세대에게 주어졌다.

   
▲ 일베저장소 사이트 캡처

그렇게 60년대 학생운동은 시작되고 있었다. 기성세대가 보여준 여전한 무능과 부패와 타락이, 더구나 기성세대가 일구어 놓은 세상은 모순과 부조리와 불합리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부정했다. 그리고 도전했다. 일탈은 곧 자유였다. 금기란 범하라고 있는 것이었다. 부수고 비웃고 조롱했다. 아마 당시의 젊은이 가운데는 어떤 학고한 이해나 지향 없이 그저 그런 분위기 자체가 좋았던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었다. 세계는 다시 한 번 그 완고한 껍질을 벗으려 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그들을 분노케 하는 현실이란 민주화된 당시의 현재였을 것이다. 여전히 세상은 불합리로 가득하고, 그 당사자인 어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단지 기성의 권위만으로 강요하려 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만일 그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저항하려 할 때 그 대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60년대 학생운동 가운데는 극단적인 폭력에 의존하던 과격파나 벌써 수십년 전 기성의 권력을 무너뜨리는 혁명에 성공한 바 있는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마오쩌둥과 김일성은 그런 학생들에게 영웅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아마 이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80년대 대한민국의 학생운동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광주'는 70년대와 80년대를 구분짓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다만 80년대의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60년대의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는 달리 명확한 적이 존재하고 있었다. 기성세대라고 하는 특정될 수 없는 모호한 대상이 아닌 군사독재라고 하는 확실한 대상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수단을 동원해 군사독재를 몰아내고 이땅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돌려받을 것인가. 그 과정에서 오로지 군사독재정권을 몰아내 한다는 당위에 집착하며 나타나게 된 흐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사파'라고도 불리우는 NL이었을 것이다. 적의 적은 아군이다. 군사독재정권과 그를 지원하는 미국이 적이라면 그와 대립하는 공산주의와 나아가 북한은 선이고 정의일 수 있다. 최소한 차악은 될 수 있다. 적이 분명하고 논리 역시 단순하고 직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도 했었다. 내적인 권위주의적 구조와 관계는 조직화와 재생산에도 유리한 가장 큰 강점이었었다.

기성세대가 싫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기성의 세계와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뒤집어 엎고 싶다. 부숴버리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보다 그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 그런데 누군가 그리 어렵지 않은 솔깃한 이론을 가지고 온다. 그를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1930년대 히틀러와 나치당이 독일의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수의 청년조직이 큰 역할을 했었다. 히틀러 개인의 저작 '나의 투쟁'은 1차세계대전의 패배와 참혹한 독일의 현실에 좌절해 있던 독일의 청년들에게 가장 직관적이면서 명쾌한 해답을 보여주는 듯 했었다. 지금이야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당시는 독일만이 아닌 세계의 다수 지성인이라 불리는 이들마저 그에 매료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그들에게 있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부당하고 불합리한 현실 그 자체일 것이다. 자유와 인권을 부정하는 것은 기성의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반문화와 반문명의 저항일 것이다. 기성의 상식과 가치를 뒤집고, 기성의 도덕과 윤리의 엄숙함에 도전하고, 모두가 혐오하고 불쾌해하는 금기를 범함으로써 일탈의 자유와 해방감을 맛본다. 그것이 정치적인 지향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행위를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은 당연한 욕구의 발현일 것이다. 권력을 탐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이 세계라는 구조 안에서 의미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본능과 같은 것이다. 바로 그들 나름의 객기이며 발칙함인 것이다.

그래서 즐거운 것이다. 기성세대를 당황케 한다는 것이. 기성의 권력과 권위를 우습게 농락할 수 있다는 것이. '애국'은 그러한 그들의 말이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사실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놀이다. 과거의 학생운동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은 지금 아주 중요한 놀이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어찌 보면 순수하고 달리 말하면 천진하다. 아무런 정치적 의도 없이 순수하게 그저 재미가 있어 그렇게 놀며 즐긴다. 단지 그런 그들을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이용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약간의 부추김만으로도 어느새 어깨가 으쓱거리고 말이며 행동에 힘이 들어간다. 그것이 또 한 편으로 폼도 난다. 천진의 다른 말은 '무지'다. 자신이 하는 말이며 행동의 의미나 결과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도 생각할 줄도 모른다.

어쩌면 전세계적인 현상일 것이다. 심지어 나치독일과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그로 인해 수천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러시아에서마저 히틀러를 추종하는 네오나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그와 같은 반사회적인 행위를 통해 해소하려 한다. 방향을 잃었다. 무엇이 옳은가. 과연 무엇이 바른 길이고 행동인가. 그동안 옳다고 여겨왔던 결과가 그러나 기대만큼 썩 옳지도 바르지도 않다. 무엇하나 좋은 것이라고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새로운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과도기의 퇴행현상이다. 흔히 '반동'이라 부른다.

군사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했음에도 기대했던 낙원은 찾아오지 않았다. 불의한 권력을 몰아내고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았음에도 국민을 위한 정치 또한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여전히 국민의 대다수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소외되어 있는 채다. 현실이 불만스럽다. 불만투성이의 현실에 분노하려 한다. 방향도 모르고 방법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현실은 잘못되어 있다는 것. 문민정부 이래 15년의 시간은 그에 대한 반동을 준비하기에 충분하고 넘쳤다. IMF와 카드대란이라는 현실의 고통이 그들을 직접 타격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답답한 현실에 배설구가 필요하다.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드러낼 통로가 필요하다.

이른바 '주사파'란 불행했던 한국현대사의 초상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일그러진 현실이 일그러진 개인과 믿음을 낳았다. '일베'는 과연 어디로부터 왔는가. 단순한 몇몇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 단정짓기에는 갈수록 커져가는 그 경계가 심상치 않다.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리로 이끄는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일그러지도록 만드는가. 군사독재에 대한 반발로 그보다 더 지독한 독재자에게 손을 내밀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보다 정의롭고 순수했기에 단지 정의롭고 순수할 수밖에 없었다. 무지했고 미숙했다.

문득 묻게 된다. 지금 이 나라 대한민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들 자신은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남겨진 이들에 대해서. 길을 잃고 헤매느라 보이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느라 전혀 엉뚱한 곳에서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무섭고 불안할수록 목소리는 커지고 내용도 더 과격해진다. 제대로 가고 있는가. 묻지만 답은 없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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