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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8.04 08:30

보스를 지켜라 "유쾌한 코미디,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다!"

성실한 고양이의 게으른 주인 사람만들기!

 

이를테면 "장화신은 고양이"류의 이야기라 할 것이다. 여성의 신분이 높으면 평강공주다. 남성의 신분이 높으면 키다리아저씨다. 남성의 지위가 낮더라도 그것은 보디가드류의 마당쇠가 될 것이다. 신분이 낮은 여성이 오히려 비천함으로 무장하고 신분이 높은 남성을 도와 그를 성공으로 이끈다. 그래서 장화신은 고양이다. 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니까.

아마도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는 3류대학, 더구나 대학에 들어가기 전 고등학교 시절에는 싸움실력으로 인근에서 전설로 통하던 불량학생이었다. 현대사회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그러한 이력 위에, 더구나 겨우 얻은 직장마저 사장의 성추행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 탓에 출근한 바로 그날 잘리고 말았다.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매번 떨어지면서도 이력서를 고쳐쓰는 이 시대의 청년실업자. 그에 비하면 재벌 3세에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학벌에 더구나 번듯한 외모에 잘난 스타일까지. 얼마나 비교되는가? 차라리 도움을 주면 여유있는 차지헌(지성 분)이 주어야지 당장 살기도 어려운 노은설(최강의 훈)이 도움을 주는 입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 어째서? 차지헌에게는 당장 노은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없고, 노은설에게는 지성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으므로. 그것은 돈이나 사회적 지위, 명예 등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차지헌으로 하여금 그를 그토록 자포자기한 상태로 살아가게 만드는 원흉인 아버지 차회장(박영규 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것일 테니. 말하자면 차지헌이 노은설의 보스이기는 하지만 결국 보스 노은설의 아바타가 되는 것이다. 노은설을 통해 차지헌은 아버지 차회장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음모를 꾸미는 주위와 맞서 싸울 수 있게 된다.

노은설이 고등학교 시절 일진이었고, 대학교에서는 학내시위를 주도한 전력이 있다는 설정은 그래서 필요하다. 그것은 차지헌이 가지지 못한 것이니까. 아버지 차회장의 폭력과 억압으로 인해 짓눌리고 나약해진 그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니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노은설에 의존하는 타입이라기에는 이미 드라마상에서도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대인공포증으로 미처 발표하지 못한 보고서가 있다. 노은설의 강인함이 차지헌을 일깨우게 된다면 머리를 쓰는 것은 차지헌이 대신하게 되리라. 다만 그러한 차지헌을 일깨우고 북돋는 역할로써, 그리고 그가 갖지 못한 폭력과 용기와 의지를 갖는 인물로써 노은설의 존재는 필요하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처 줍고 났더니 꽤나 쓸모있는 고양이였다고나 할까? 차이라면 아마 이 드라마에서의 고양이는 신데렐라가 되어 주인과의 로맨스를 성공시킬지 모른다는 것.

과연 어떻게 무식하지만 부지런한 고양이는 영리하지만 게으른 주인을 옆에서 지키며 그를 회장의 자리에까지 올리게 되겠는가. 아버지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그를 위협하는 경쟁자로부터 그를 구해내겠는가? 하기는 여기에서 노은설이 영리하게 계략을 꾸미고, 혹은 그것을 간파하여 대처하고 한다면 그것도 재미없을 것이다. 뭐든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다. 더불어 출근 첫날 회식자리에서 성추행하는 사장을 혼내주고 회사에서 잘리는 모습에서 어쩌면 그같은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을까.

하필 차회장이 아들 차지헌을 폭행한 조직폭력배들을 혼내주는 장면은 한때 크게 화제가 되었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을 연상케 한다. 차회장과 형수 신숙희(차화연 분)와의 회사 그룹 경영권을 둔 갈등은 마치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정몽헌 전회장의 미망인과 형제들이 다투던 모습과도 닮아 있다. 하기는 차지헌의 회사에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는 아예 노은설의 입을 빌어 한 차례 학력차별에 대한 일장연설을 들려주기도 했었다. 비리나 부정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에서 노은설의 그러한 단순무식한 정의감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인가. 주목할 부분이라 할 것이다. 물론 중심줄거리는 노은설의 차지헌 사람만들기일 터다. 그녀의 보스이니 아주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노은설을 채용한 차무원(김재중 분)의 실수일 것이다. 고양이는 주워준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는다.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해서만 주인으로 여긴다. 노은설이 그렇게 계산이 빠른 사람으로 보였던가? 단순하고 과격하다. 솔직하고 직선적이다. 채용한 것은 차무원이지만 그녀가 모셔야 할 보스는 다름아닌 차지헌. 물론 드라마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일 터다. 아마 차무원 역시 노은설을 중심으로 한 다각관계의 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재미있고 유쾌한 드라마였다. 오로지 웃음을 주기 위한 코미디드라마라는 사실을 장면장면마다 잊지 않도록 각인시켜주고 있다. 노은설 바로 전에 차지헌의 비서였던 김비서가 아예 잘릴 상황이 되자 자포자기상태가 되어 한 마디 하고 도망칠 때 어처구니 없이 넘어지던 모습처럼. 뻔하게 작위적인 몸개그인데 그러나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건 바로 그런 드라마다. 솔직하게 웃기고 직설적으로 웃는다. 코미디다.

다만 아쉽다면 그렇게 유쾌하게 웃으며 즐기는 가운데 가끔 맥이 끊기게 끄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랄까? 이를테면 노은설이 가계부를 보다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0의 환상을 보게 되는 장면과 같은 경우다. 혹은 면접을 보다 말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 코미디와 연설은 절대 상극이다. 몸으로 깨닫게 해주어야지 연설로 듣고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 학습만화도 대사보다는 보는 것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장차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작용할지. 이제 처음 시작하는 드라마이니 부디 잠깐의 시행착오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최강희의 미스캐스팅. 최강희가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먹었던가? 조금 더 활력이 넘쳐야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역할이어야 한다. 그러기에는 최강희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나이가 너무 많다. 솔직히 많이 피곤해 보이는 것이 파이팅이 넘치는 노은설의 캐릭터를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모르겠다. 앞으로 연기로 그런 부분을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노은설로써는 많이 부대낀다.

차무원을 맡은 김재중의 연기도 조금 걸린다. 연기 자체는 그다지 문제가 아닌데 발성이 상당히 거슬린다. 이 역시 연기를 통해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까? 지성의 경우는 맞는 옷을 찾아 입은 것처럼 캐릭터와 아주 잘 녹아들고 있었다. 이렇게 잘생기고 그러면서도 한심한 연기가 어울리는 배우도 드물 것이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릴 것만 같다. 박영규의 코믹연기는 말이 필요없을 테고.

일단 첫회 방영분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었다. 웃겼다. 하여튼 내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였다. 아낌없이 망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드라마라는 개연성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아쉬운 점을 보완한다면 또 한 편의 명품 코미디 드라마를 보게 되지 않을까. 조금은 평이한 듯한 설정이지만 그것을 구현해내는 기술이 탁월했다. 앞으로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포인트는 셋일 것이다. 부지런한 고양이의 게으른 주인 사람만들기. 그리고 고양이와 주인의 로맨스. 더불어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부조리한 사람의 세계. 역시 극의 중심은 노은설을 맡은 최강희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불안한 부분이다. 짐이 무겁다고나 할까? 하지만 최강희 또한 믿고 지켜볼 수 있는 배우일 터이므로. 기대하고 본다. 재미있었다. 좋은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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