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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4.07.22 08:41

[김윤석의 드라마톡] 트로트의 연인 9회 "트로트가 아닌 연인,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다!"

트로트가 사라진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꼬인 사랑이야기, 미련을 남기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안타깝다. '트로트'의 연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트로트의 '연인'이었다. 최춘희(정은지 분)의 성장이 너무 빠르다 싶더니만 결국 트로트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인지 갑작스런 오디션에 등장인물들 사이의 4각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매회 빠지지 않던 최춘희의 트로트도 이번에는 생략되었다.

장준현(지현우 분)이 성장할 차례라 생각했었다. 최춘희가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라도 파트너인 장준현의 성장이 필요했다. 그럴 의도로 장준현을 최춘희의 파트너로 설정한 것이라 여겼었다. 최고의 아이돌이면서 음악적 재능과 역량 또한 출중했던 장준현의 존재가 최춘희의 트로트가수로서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혹은 최춘희를 계기로 장준현 역시 가수로서 성장한 최춘희와 대등한 위치까지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장준현이 떠난 곳은 너무 가까웠고, 최춘희와도 너무 빨리 다시 만나고 있었다.

▲ KBS 제공
박수인(이세영 분)이 제안한 음반프로듀서조차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제안을 받아들이던 순간에는 그것이 장준현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을 기대했었다.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어쩌면 어느새 스타가 된 최춘희와 대등한 위치에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고 나서 장준현이 하는 일이란 최춘희와 조근우(신성록 분)의 주변을 살피는 것 뿐이었다. 박수인이 부추긴 것도 있다. 흔한 연애드라마처럼 그렇게 네 사람은 서로 뒤엉키며 다른 것에 신경쓸 정신이 없다.

장준현이 떠나고 난 빈자리가 최춘희에게 너무나 크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러라고 장준현을 떠나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장준현이 그동안 해 온 일들마저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최춘희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최춘희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박수인의 프로듀서가 되었다면 그것만 가지고도 이런저런 오해와 갈등들이 쌓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일찍, 그것도 박수인 자신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해진 장준현의 희생과 노력은 최춘희의 실종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그리고 실종의 끝은 장준현과 최춘희의 입맞춤이다. 장준현이 떠난지 고작 한 회만에, 이제는 또 무엇으로 드라마를 만들까?

어찌보면 그래서 더 좋은 부분도 있다. 오해도 갈등도 그리 길지 않다. 그로 인해 아파하거나 원망하는 시간 역시 매우 짧다. 전체적으로 밝다. 웃기는 장면이 많아서가 아니라 굴곡진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밋밋해진다. 갈등이 빚어지나 싶더니 바로 해결되어 버리고, 오해가 생기는가 싶으면 바로 풀어져 버리고, 위기에 빠지는가 싶으면 이내 위기에서 빠져나오고 만다. 성장도 빠르고, 성공도 빠르고, 문제해결 역시 너무 빠르다. 그나마 모든 것이 빠른 가운데 대부분의 갈등요소 역시 로맨스에만 할애하고 있으니 정작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트로트'가 차지할 자리가 없다. 이제는 굳이 최춘희가 트로트가수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의문조차 생겨난다. 트로트도 더이상 부르지 않는다.

조근우의 사정으로서의 성장이라는 것도 고작 제 2의 최춘희를 선발하는 것이고, 그조차 최춘희와 함께 움직이며 사족과도 같은 주변이야기만을 더할 뿐이다. 당장 회사 안에서 양주희(김혜리 분)가 조근우와 대립하려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마 아버지 조희문(윤주상 분)으로 인해 종잡을 수 없었던 조근우의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조근우가 그동안 물건을 잘 잃어버렸던 것은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조근우가 어떻게 최춘희에게 빠져들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다. 반전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그에 어울리는 계기나 이유가 필요하다.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라이벌로서의 박수인의 성장 역시 지지부진하다. 도대체 그녀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이제 와서 박수인이 최춘희와 경쟁할 수 있는 요소란 그녀의 어머니 양주희 이사 한 사람 뿐이다. 조근우에 대해서조차 라이벌이라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한참 뒤로 물러서 있다. 악하지 못하면 독하기라도 하던가. 독하지 못하면 착하기라도 하던가. 아무것도 아니라면 최춘희를 위협할만한 무엇을 가지고 있던가. 장준현마저 가지지 못했다. 프로듀서로서 계약하고서 그를 놓아보낸 것인 박수인 자신이다. 드라마가 성립하지 않는다. 악역은 어머니 양주희 뿐이다. 그마자 분량이 부족하니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모호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기대가 잘못되었을 것이다. 필자의 실수다. 로맨틱 코미디였다. 단순한 사랑이야기였다. 그 소재 가운데 트로트가 있었을 뿐이었다. 주인공을 위한 하나의 설정에 불과했다. 트로트가 드라마의 중심소재일 것이라 대단히 크게 착각했던 것이다. 주요등장인물 네 사람의 로맨스가 본격화되는 순간 트로트는 잊혀진다. 그냥 '연인들'의 이야기였다.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려는 것에 불과했다. 이것이 원래 드라마가 추구하던 바였다.

실망은 없다. 단지 혼자만의 기대와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양념의 향기에 취해 재료의 본질을 잊고 말았다. 트로트라고 하는 장식에 현혹되어 로맨틱코미디라는 원래의 장르를 잠시 지나치고 있었다. 누구도 배반하지 않는 뻔하고 흔한 사랑이야기가 트로트라는 색다른 소재에 의해 흥미롭게 펼쳐진다. 미련일 것이다.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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