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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11.29 08:14

상속자들 "마침내 빼어든 칼, 그러나 아무도 지키지 못하다"

타인의 입장에 휩쓸리고 마는 차은상의 처지, 홀로 떠나다

▲ 상속자들 포스터 (SBS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작은 곰인형 하나를 두고 아이들끼리 다투고 있다. 내 거다. 내가 가지고 놀겠다. 내놓아라. 곰인형의 의사따위 전혀 아랑곳 없다. 그래서 곰인형이다. 이리저리 휘둘리고 그리고 끝내 부서지고 망가진다. 그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은 곰인형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는다.

김탄(이민호 분)의 아버지는 자신을 김탄에게서 떼어놓으려 하고 있다. 자신이 있음으로 해서 김탄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고. 김탄이 망가지고 있다고. 김탄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김탄에게서 떠나야 한다. 만일 거부한다면 강제로라도 그렇게 만들고야 말겠다. 그 말 대로 될 것을 알기에 차은상(박신혜 분)은 김탄의 아버지 김남윤(정동환 분) 앞에서 그저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다. 그 말을 거역할 어떠한 수단도 능력도 그녀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이제는 김탄이 자신을 지키겠다고 아파트까지 장만해서는 그리 숨으라 말하고 있다. 차은상의 입장따위 전혀 아랑곳않는다. 차은상이 그를 위해 무엇을 각오하고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조차. 차은상은 과연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기가 지키겠다 말하지만 과연 김탄은 차은상을 지킬 수 있을까? 차라리 김원(최진혁 분)은 전현주(임주은 분)를 포기했고 그녀를 김남윤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나보내려 하고 있었다. 차은상을 사랑하니까. 차은상과 함께 있고 싶으니까. 차은상이 자신의 전부니까. 그래서 김탄에게마저 휘둘리며 자기도 모르는 새 머물 집까지 결정되어 버린 차은상의 입장은 어찌 되는가.

그것이 권력인 것이다. 권력이란 말 그대로 힘이다. 그저 스치는 바람에도 희미한 촛불은 꺼질 듯 출렁이고 만다. 그러려고 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고야 말기 때문이다. 단지 김탄이 차은상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차은상은 자신도 모르는 새 김남윤의 관리대상에 오르고 만다. 다니던 학교마저 옮기고 말았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혀 타인의 의도에 의해 휘둘리고 만다. 그런 자신을 지키겠다고 김탄 역시 권력을 손에 넣어 휘두르고 있다. 차은상도 모르게 집을 구하고, 그 집에 숨어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차은상은 철저히 소외되고 만다. 차은상이 김탄에게 말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김탄이 차은상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은 것일까?

듣고 싶은 말만을 들으려 한다. 보고 싶은 행동만을 보려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한다. 태어나면서 이미 그는 제국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이었다. 장차 제국그룹을 물려받게 될지도 모르는 귀하신 몸으로 태어나고 또 자라왔다. 그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고 그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장차 군림할 것이도 떠받들려질 것이다. 어머니와 차은상을 지키려 무릎꿇고 사정하기보다 차라리 싸우기를 결정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칼이란 사람을 베는 것이다. 권력이란 지키기 위해서라도 피를 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로 인해 차은상이 입게 될 상처는 아랑곳없이 그저 자신의 것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싸워서 지켜야 한다는 당위에만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김탄 또한 고귀한 왕자의 신분이었다.

김원은 자신의 아들이었다. 제국그룹 역시 자신의 회사였다. 김원이 제국그룹을 자신의 회사로 만들려 한다. 아버지인 자신의 품을 벗어나려 한다. 그래서 보여준다. 제국그룹이 누구의 회사인지. 누구의 의지를 따르고 있는지. 김원마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다. 지독할 정도의 탐욕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소유이고 자신의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 그러니 형제들까지 쳐내가며 제국그룹을 손에 쥐었던 것이었을 게다. 김탄의 도전이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다. 김탄이 얼마나 무력한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지 과시하듯 보여준다. 김원과 김탄이 넘어야 할 벽이다. 그는 아직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는 지배자다. 김남윤은 군림하는 자다. 모든 것이 자신의 발 아래 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손 위에 있다. 그리 되어야 한다. 반드시 그리 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떤 이탈도 거부도 용납하지 않는다. 김원과 김탄의 반란은 너무나 어이없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진압되고 만다. 그들에게는 아직 아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다. 그나마 그들이 쥐고 있는 모든 것들이 김남윤의 안배에 의해 주어진 것들이었다. 자꾸 그 사실을 잊는다. 칼은 가끔 칼집에서 빼서 좌우로 휘둘러주어야 모두가 그것이 칼임을 안다. 그런 아버지를 항상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배우고 자라왔다. 싸움이 아닌 응징이다. 찻잔속 태풍조차 되지 못한다. 모든 것은 김남윤의 의지대로 결정된다.

최영도(김우빈 분)는 외롭다.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친구마저 자신의 손으로 떠나보내고 말았다. 아버지는 자신의 성적보다 단지 김탄을 이겼다는 사실만을 더 관심있어할 뿐이다. 누구도 진심이 아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제국고등학교에서 역설적이게도 그는 가장 이질적인 가장 철저히 겉도는 존재였다. 호텔 제우스의 후계자가 아닌 최영도 자신으로써는 사소한 만남조차 가질 수 없다. 차은상을 떡볶이집으로 불러낸다. 어머니는 모르고 떠나보냈지만 차은상만큼은 절대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 온전히 자신 최영도를 향해 미소지어주는 차은상을 이대로 놓아보낼 수 없다. 도저히 어찌할 줄을 모른다.

김탄마저 최영도에게 다가간다. 거리낌없이 어울린다. 수난의 날이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상처를. 자신의 소외를. 그러나 그 벽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손가락만한 구멍이 주체할 수 없이 그녀를 뒤쫓도록 만든다. 심지어 추운 겨울 문앞에서 차은상을 기다리기도 한다. 차은상이 김탄과 만나는 모습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기도 한다. 매번 자신이 아닌 김탄이라는 사실에 상처입으면서도 차은상이라는 사실에 이끌리고 만다. 심지어 차은상이 웃을 수만 있다면 그녀를 김탄의 곁으로 보내 줄 수도 있다. 아주 사소한 아무일없는 전화와 한 끼 아무렇지 않은 국수 한 그릇만 같이 먹을 수 있다면.

유라헬(김지원 분)에게도 또다른 바람이 불어오는 것일까? 잠시 이효신(강하늘 분)과 무언가 분위기를 잡아가는 것 같던 전현주는 김원과의 절망적인 만남을 이어간다. 전현주 앞에서 보란듯이 유라헬과 키스한 이후 자신도 모르게 유라헬을 의식하게 된 것을 느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18살 어린 나이들이라는 것이다. 충동에 이끌리고 설레임에 속는다. 그러고 보면 유라헬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어준 것도 다름아닌 이효신이었다.

수싸움이 치열하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은 김남윤이 의도한 바다. 김탄마저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김탄이 임시주주총회장에 있던 그 순간 차은상은 떠나고 말았다. 이제 김탄은 모든 것을 잃었다. 아직은 어리다. 아직은 한참 미약하다. 싸움을 시작할까? 다음주가 궁금하다. 차은상은 돌아와야 한다. 달라질 것이다. 다음주가 벌써 궁금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다른 신분 다른 계급간의 사랑을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해낸다.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고. 그러나 그 용기는 이미 댓가를 지불한 용기다. 강해지기 위해서도 그만한 조건과 자격이 필요하다.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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