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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11.28 08:28

상속자들 "그게 바로 네가 쓸 왕관의 무게다"

자식보다, 혈육보다 더 소중한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

▲ 상속자들 포스터(SBS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 돈과 권력은 피보다 더 고귀하다. 가치가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희생과 댓가가 필요하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을 위해서는 더 가치있는 것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짜란 없다는 것은 이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제보다 더 소중했다. 혈육의 정보다도 더 절실했다. 그래서 형제들을 쳐냈다. 피를 나눈 형제의 가족들과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어렵게 손에 넣은 제국그룹을 간수를 잘못해서 잃어버리고 만다면 그동안 해 온 일들이 무엇이 되겠는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에 그 모든 것들을 기꺼이 비용으로 지불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역시 그만한 비용이 필요할 터였다. 제국그룹을 얻기 위해 혈육마저 댓가로 내놓았으니 제국그룹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만한 댓가는 필요할 것이다.

자신마저 수단이 되어 버린다. 김남윤(정동환 분)이라고 혈육에 대한 정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다른 어미에서 난 두 아들 김원(최진혁 분)과 김탄(이민호 분)에 대해 이것저것 관심도 기울이고 신경도 써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방법이 남다르다. 큰아들 김원은 이제 자신과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그나마 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던 김탄은 이제 눈물까지 흘리며 원망의 눈으로 자신을 보려 한다. 그런데도 기꺼이 감수한다. 장차 아들들은, 자신의 두 아들 김원과 김탄은 자신의 뒤를 이어 제국그룹을 소유하게 될 테니 말이다. 제국그룹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아들들 역시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그에 어울리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기꺼이 그를 위해서는 자신마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형제란 경쟁자다. 회사의 경영권을 두고 경쟁하는 적이다. 아버지인 자신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김남윤은 아직 제국그룹을 누구에게도 넘겨줄 생각이 없다. 정히 그렇게 제국그룹을 가지고 싶다면 자신을 쓰러뜨리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 자신이 힘들게 손에 넣은 자신의 것이며 자신의 자리다.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 넘겨줄 수 있다. 김남윤만 나름의 부정인 셈이다. 김원처럼 경쟁자인 두 아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떠나기를 그는 결코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제국그룹에 전혀 뜻이 없던 김탄을 억지로 끌어올려 김원의 반대편에 서도록 만들었다. 제국그룹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제국그룹에 필요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아들이기에 그것을 각오하고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게 바로 네가 쓸 왕관의 무게다!"

모르긴 몰라도 이효신(강하늘 분)의 아버지에게 검사라고 하는 직업 역시 김남윤의 제국그룹과 비슷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되고자 한다고 누구나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하고자 한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닐 것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법조인에 뜻을 두고 도전하지만 그 가운데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노력의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다시 일부가 검사가 되어 사회적으로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검찰내에서도 그같은 요직에 오르는 것은 선택된 몇몇에게나 주어지는 기회일 것이다. 하물며 자기만이 아닌 가족 전체가 그같은 특별한 기회를 나누고 있는데 그것을 이대로 흘려보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것은 어쩌면 영원을 꿈꾸는 인간만의 본능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이 영원히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다른 방법으로 그 영원을 이루고자 한다. 자신의 일을 물려받는다. 자신의 지위를 자식이 대신해서 물려받는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다시 아들에게서 그 아들로. 자신이 검사였다는 흔적은 남긴다. 검사로서 높은 위치에까지 올랐다는 증거를 남긴다. 그것이야 말로 가장 가치있는 것이다. 자기가 이룬 모든 것들이 너무나 대단하기에 그것을 자식과도 함께 공유하고 싶다. 자식이 그것을 계속 이어줬으면 좋겠다. 부정이라기보다는 욕망이다. 그것은 하찮은 자식의 꿈이나 희망 따위와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것이다.

하기는 부모가 검사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공부를 잘하면 의대에 보낸다. 의사가 적성에 맞는가의 여부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돈 잘 버는 직업이니까. 사회적으로 존경도 받으니까. 어디가서 내세워 자랑할 수 있으니까. 의사라는 직업의 가치가 자식의 희망에 우선한다. 자식의 적성이나 재능보다 우선한다. 자식이 자신의 희망과 다른 전공을 선택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서 아예 의절하는 경우도 현실에는 허다하다. 당장 손에 쥐어진 것이 아닌 것들을 가지고도 그렇게 사람들은 탐욕하고 집착한다. 하물며 이미 손에 쥐어진 것들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인간은 무엇보다 존엄하고 존귀하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인간보다 더 존엄하고 존귀한 것을 찾아냈다. 인간보다도 더 가치있고 인간보다 더 의미있는 것들이다. 때로 인간이란 너무나도 하찮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 인간이 인간을 학대하고 약탈한다. 돈을 위해서, 권력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혹은 더 큰 무언가를 위해서. 제국그룹 정도면 고작 18살짜리 꼬마 따위 얼마든지 희생해도 좋지 않을까. 제국그룹 전체에 비하면 김탄 정도는 그저 작기만 할 뿐이다. 차은상(박신혜 분)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인간보다 더 가치있는 무언가가 인간을 수단으로 만든다. 혈육보다도 더 의미있는 무언가가 혈육마저도 수단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럴 수 있다는 것 역시 인간이 존엄하기 때문이니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인간의 가치마저 인간 스스로 계량하고 정의한다. 나만 홀로 존귀하다. 나만 홀로 존엄하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가치이고 의미일 것이다. 추상적이든 아니면 구체적이든. 인간만이 그것을 판단한다. 역설이다. 왕관의 의미다. 인간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가치의 무게다. 그 무게에 짓눌린다.

아무튼 선택의 순간이 주어진다. 이대로 김탄과 헤어져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자기가 살고자 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보름동안 마음껏 김탄을 만나고 김남윤의 의지대로 자기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의도되지 않은 삶을 살 것인가? 상징적일 것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보름동안의 만남과 이후의 영원과도 같은 나머지의 시간이 같은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고, 그때는 지금과 같은 아픔이나 혼란 따위 없을지도 모른다. 더 진실하고 행복한 사랑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여기 앞에 있는 단 한 사람이다. 댓가를 치러야 한다. 선택의 결과는 무겁다.

마침내 김탄이 김원과 맞서기로 한다. 가족이 아니었다. 가족 이전에 그들은 경쟁자이고 적이었다. 제국그룹은 하나다. 그 하나를 둘이서 나눌 수는 없다. 오직 한 사람만이 제국그룹을 소유할 수 있다. 김탄만 모르고 있었다. 김탄을 제외한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김탄이 그저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과도 같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끝도 없이 빨아들이고 만다. 아버지조차 아버지가 아니다.

김탄은 선택했다. 차은상도 선택했다. 자신이 원해서 한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해서 한 선택이다. 떠나기 싫었다. 남아있고 싶었다. 모두의 곁에. 자기가 있고 싶은 곳에. 그래서 형과 맞서기로 했다. 나머지 시간들을 걸기로 했다. 그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다. 그들이 감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다. 고작 개인의 힘으로 어찌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고되다.

고작 18살이 감당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버겁다. 그런데도 이리저리 치이고 내몰리면서도 꿋꿋하게 자기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현실과 싸우고 운명과 싸운다. 더 편한 삶이 있을 것임에도. 어린 나이에 전사가 되고 만다. 필사적으로 버티고 선 어깨가 애처롭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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