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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2.23 09:47

'승승장구' 자니윤 부부가 반가운 진짜이유

불행했던 역사의 그 부끄러운 진실에 대해서...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2월 22일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한 자니윤이 자기가 갑자기 한국 TV에서 보이지 않게 된 이유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답답해서 떠났다고 했을 때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부끄러웠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기본 가운데 기본이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악의에 의한 것이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선이라는 것도 있다. 설마 공중파에서 포르노를 내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적인 이유에서, 혹은 도덕적인 엄숙함을 위해서 개인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는 과연 온당한 것인가.

당시 첨예한 이슈였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직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들어선 정권에 의해 조사받고 멀리 산속의 절로 피해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그에 대해 토크쇼 진행자로서 한 마디 멘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정도 정치적인 표현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선정성이라는 부분도 그렇다. 일간지 유머란에 나오는 수준의 유머들이었다. 포르노도 아니었고 에로틱이라 할 것도 없었다. 단지 충분히 성인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볍게 성인이 즐길 수 있는 농담을 한 것 뿐이었다. 당시 나도 어렸지만 자니윤의 농담을 들으며 성적인 상상을 하거나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자니 윤의 말대로 조크였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어 방송조차 못하게 한 것일까? 열심히 기획회의를 하고, 토크를 준비하고, 시청자를 위해 보다 재미있는 농담을 만들어 들려주려는데, 정작 시청자가 아닌 방송국 차원에서, 그리고 혹은 그 윗선에서 그의 입을 막으려 들었다. 아예 말을 하지 말라고.

하기는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얼마전 끝난 KBS의 심야버라이어티 <야행성>만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섹슈얼 유머를 구사했음에도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방송 어디를 보더라도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아예 입을 닫고 있는 모습들은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아예 방송국 차원에서 걸그룹의 의상까지 관리하고, 대중음악의 가사까지 검열하여 내보내고 말고를 결정하며, 예능에서의 부적절함을 말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에서까지 예능프로그램에서 오가는 말의 수준과 질을 언급하며 그것을 통제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것을 지지하는 여론이 있다.

하긴 오히려 그때보다 더 안 좋아진 것은 바로 그 대중에 의한 여론의 검열일 것이다. 당시는 그래도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었다. 따라서 방송을 검열하는 것은 방송국과 정권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무기를 손에 넣은 대중이 직접 검열한다. 당시 정권이 그러했듯 현미경을 들이대 가며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해체하여 분해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테러를 가한다. 단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표현에 대해서까지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언어라는 폭력을 휘두르고 모욕이라는 응징을 가한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송에 나와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생각을 통제해야 하고 말과 행동을 스스로 검열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인 것일까?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 맞는 것일까? 단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아예 이 사회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과연 당시보다 무엇이 더 나아졌을까? 말 한 마디로 융단폭격을 다하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움츠러드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작은 꼬투리 하나에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정의를 말하는 대중을 보면서. 그리고 그에 편승하여 방송에서의 말과 행동을 통제하려 드는 방송국과 권력의 모습에서.

아마 미국에서 27년을 넘게 살았던 자니 윤으로서는 당시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예 납득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을 테니까. 결국 20년 넘게서야 겨우 돌아온 한국에서의 생활을 불과 1년만에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었던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살다가 온 그에게 대한민국이란 참으로 이상한 나라였을 테니까. 지금도 여전히 이상하다.

아무튼 여전히 건강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너무나 반갑고 보기 좋았다. 한때 나도 <자니윤쇼>의 열렬한 애청자였다. 어눌한 듯 다정하고 날카로운,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그의 세련된 토크는 당시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전에도 <11시에 만납시다>라든가 <일요일일요일밤에>등 토크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당시 <자니윤쇼>의 모습은 어쩌면 이상 그 자체였을 것이다. 토크쇼의 표준이었다.

불과 1년. 생각해 보니까 그리 길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렇게 오랫동안 방송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만큼 임팩트가 컸다는 뜻일 게다.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년이나 계속 이어진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자니윤은 대중에게 그렇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63세라는 늦은 결혼해서도 오히려 18세 연하의 부인과 알콩달콩 토닥토닥 그의 코미디처럼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자니윤답다고나 할까? 입담도 여전했다. 잠시도 유머를 놓지 않으려는 - 그래서 한 마디를 하더라도 웃음을 유도하는 그의 토크는 그가 천생 코미디언임을 알게 한다. 마치 오래전 <자니윤쇼>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전혀 게스트답지 않은 게스트였을 것이다. 

토크는 진실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콩트코미디가 쇠퇴하고 예능의 시대가 오게 된 것이 그래서였다. 예능도 이제는 보다 리얼리티를 살린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상과 방송이 다르지 않다.

코미디언으로써 무대 위에 설 때도, 그리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서도. MC로서. 그리고 게스트로서. 한결같은 자니윤 - 이제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갑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부디 오래오래 부인과도 행복하시고. 항상 그 건강하고 유쾌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팬이 된 기쁨일 것이다. 선생님 자신이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다음 기회 다른 자리에서 다시 그 유쾌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으면.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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