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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9.26 07:31

[TV줌인] 주군의 태양, "미안해 언니! 차희주의 진실이 드러나다"

로맨스라는 판타지, 사랑은 기억보다 강하다!

▲ 주군의 태양 포스터 (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또다른 반전이다. 죽은 것은 차희주(한보름 분)가 아니었다. 태공실(공효진 분)에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보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옆에서 태공실이 죽은 차희주의 영혼과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었다. 어쩌면 주중원(소지섭 분)과 자신의 곁을 죽은 차희주의 영혼이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한나 브라운(황선희 분)은 이렇게 혼잣말하고 있었다. 

"미안해, 언니!"

지난주 겨우 다시 만나게 된 외삼촌 김귀도(최정우 분)와 대화를 나누던 장면에서 당시 한나 브라운은 어려서 헤어진 자신의 쌍동이에 대해 분명 '동생'이라 말하고 있었다. 만일 지금 주중원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그녀가 한나 브라운이 맞다면 죽은 차희주에 대해 '언니'라 말해서는 안된다. 둘이 쌍동이이고 어느 한 쪽이 죽었다면 죽은 이를 '언니'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동생인 차희주 밖에 없다. 죽은 것은 한나 브라운이었다.

그러고 보면 김귀도와 대화를 나누던 한나 브라운의 분위기도 차희주를 찾아 한국으로 떠나기 전과 뒤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차희주의 불운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분노하며, 차희주를 그렇게 방치하고 있었던 외삼촌 김귀도를 원망하고 저주하고 있었다. 차희주라는 이름을 기억하라는 강요가 의미심장하다. 마음을 정직하게 불지 않을 때는 가슴의 통증이 알려준다. 통증을 기억하라. 차희주가 주중원에게 했던 말이었다.

차희주는 죽었다. 한나 브라운만이 남았다. 누구도 불러주지 않을 이름이다. 더 이상 들을 일 없는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조차 잊어야 한다. 한나 브라운이 되어야 한다.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이름이 안타깝고 불쌍하다. 더 이상 불리지 않을 이름이 안쓰럽고 가엾다. 누군가는 기억해주었으면 싶다. 누군가 차희주라고 하는 불행한 삶을 살았던 여자가 있었음을 기억해주었으면 바란다. 주중원의 가슴에 상처로 아로새긴다. 김귀도를 비난하여 그의 죄책감을 이용한다. 그래도 차희주로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 자신이 버린 이름이다.

한나 브라운이 굳이 성형으로 얼굴까지 바꾼 이유일 것이다. 한나 브라운 자신이었다면 굳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다른 얼굴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김귀도에게 차희주를 기억하라고 강요하듯 말하던 한나 브라운이라면 더욱 그렇다. 차희주를 부정하려 한다. 차희주라는 이름을, 얼굴을, 무엇보다 그녀의 불운했던 삶 그 자체를. 새로운 운명으로 주중원과 만나고자 한다. 더 이상 주눅들 것도, 초라해질 것도 없는 당당한 새로운 자신을 통해서. 오래 걸렸다. 다시 주중원 앞에 서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다시 말하지만 로맨스란 판타지다. 사랑은 운명보다 강하다. 사랑했던 기억보다 더 강하다. 기억을 잃었어도 사랑은 남는다. 사랑했던 기억은 사라졌어도 사랑만은 남아 여전히 서로를 이끈다. 조금은 진부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차라리 주중원이 사랑의 기억과 함께 사랑의 감정마저 잃은 채였다면 불안과 긴장은 더 커졌을 것이다. 그만큼 시청자 자신도 동요하게 된다. 그런데 기억은 잃었어도 주중원의 영혼이 사랑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태공실에게로 반드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언제인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사랑과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여기는 사랑과는 지켜보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여전히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단지 조금 돌아갈 뿐이다. 조금 멀리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감질나지만 그 순간들을 기대하기에 여유를 가지고 그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이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가쳐서 두 사람은 서로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너무 쉽다. 고여사(이용녀 분)의 간단한 조언만으로 주중원은 다시 자신의 기억을 되찾게 된다. 사랑은 운명 이전에 필연이다.

불길하지 않아서 좋다. 어떤 순간에도 낙관하며 볼 수 있어서 좋다. 현실이 힘들다.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어려움은 있어도 그 끝이 행복일 것을 굳게 믿고 싶어한다. 더 큰 불행에 빠진다. 다시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사랑하는 주중원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 슬픈 것은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애써 그렇게 여기도록 자신을 다그친다. 막다른 궁지로 내몰며 그럴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밀어내고 부정해도 결코 가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 두 사람은 행복해진다.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기에 다시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강우가 안타까워진다. 고여사의 지시로 처녀귀신을 찾아 무덤을 헤매는 태공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본다. 귀신이 무섭지만 귀신을 볼 줄 아는 태공실을 위해 억지로 적응해 보려 한다. 강우의 사랑은 진실하다. 그런 강우를 또 바라보는 눈이 있다. 오직 강우를 위해서만 그녀는 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강우로 인해 우는 모습을 들키고 만다. 허세에 가까운 오만을 한꺼풀 벗기면 여린 속살이 드러난다. 태이령(김유리 분) 역시 갈수록 가여워지고 있다. 귀엽다.

태공실이 죽은 영혼을 보게 된 사연이 밝혀지려 한다. 산에서 조난을 당하고 3년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어쩌면 그 동안 태공실의 영혼은 그녀의 몸을 떠나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태공실에게서 커피를 얻어먹던 고등학생 유령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의문의 사나이 역시 고등학생의 유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랫동안 죽은 영혼으로 떠도느라 영혼들과 익숙해졌다. 그녀는 다시 영혼을 보지 못하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차희주의 진실이 바로 코앞에 있다. 차희주와 한나의 진실이 김귀도와 강우에 의해 밝혀지려 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랑의 기억이 주중원에 의해 하나씩 퍼즐조각처럼 맞춰진다. 귀신이야기는 없었다. 산 사람의 이야기다. 죽은 귀신도 살았을 적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을 찾을 뿐이다. 그 진실은 주중원에게 어쩌면 무척 충격적인 것일지 모른다. 혼자가 아니다. 태공실이 곁에 있다. 힘이 되어 준다. 달리기 시작한다.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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