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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9.24 08:40

[TV줌인] 굿닥터, "남자는 힘! 박시온 남자가 되다"

진부하지만 설득력있는 전개, 대미를 예비하다

▲ 굿닥터 (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남자는 힘이다.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를, 가족을, 그리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남자란 지키는 존재일 것이다. 스스로 누군가를 지킬 수 있고, 그래서 누군가 자신에 의지하게 될 때 그는 비로소 남자가 된다. 남자라 할 수 있다. 

참으로 진부하다.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 묻지마 살인을 목격한 아이가 있다. 아이 역시 살인범에게 공격당해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다. 아이에게서 살인범에 대한 증언을 듣기 위해서는 청진기마저 흉기로 여기며 두려워하는 아이의 불안을 달래주어야 한다. 살인범보다 더 강한 존재를 보이고 그에 마음놓고 의지할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 박시온(주원 분)은 횡단보도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 차윤서(문채원 분)를 끌어안아 보호하려 한다. 어머니 오경주(윤유선 분)를 때리려 하는 아버지 박춘성(정호근 분)의 팔을 잡아 막아서기도 한다. 이제는 아버지보다 내가 더 세다.

결국 마지막에 살인범으로부터 아이를 구해낸 것은 소아외과의 큰형 김도한(주상욱 분)이었다. 흉기를 든 살인범에게 맨손으로 몸을 던져 아이를 구하고 칼을 맞는다. 김도한이 다시 유채경(김민서 분)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그녀의 약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지켜주어야 한다. 어쩌면 살아보다 더 강한 연민이며 책임감일 것이다. 하기는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병원장 최우석(천호진 분) 역시 병원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최우석과 맞서 병원을 빼앗으려 하는 강현태(곽도원 분)에게는 어떤 남자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있을까? 그는 무엇을 지키려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것일까?

박시온이 어른이 된다. 덩치도 커지고 힘도 세진다. 원초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또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박시온은 어른으로서 남자의 강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 같았다. 괜히 주위를 의식해 눈치나 보고, 주눅들어 항상 움츠러 있고. 그런 박시온을 오히려 차윤서가 지켜준다. 차윤서가 누이이고 엄마라면 박시온은 아직 어린 아이와도 같다. 이제는 아들이 자라 어머니를 지켜준다. 미안하다는 말이 그리 불편하게 들린다. 어머니란 그런 존재가 아닐 것이다. 이제는 박시온 자신이 어머니를 지켜줄 수 있다. 이제는 박시온 자신이 차윤서도 지켜줄 수 있다. 원망하기보다 지켜줄 수 있음에 고마워하다. 사랑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다. 너무 딱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 무언가 놀랍고 새로운 것은 없다. 대신 익숙한 편안함은 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박시온은 어른이 되었고 그에 따라 차윤서는 여자가 되었다. 어려서는 어머니가 자신을 지켜주지만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자식인 자신이 어머니를 지켜준다. 병든 아버지 역시 더 이상 두려워 떨고만 있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어머니를 지킬 수 있다. 아버지에 맞서 아버지 역시 지킬 수 있다. 차윤서도 지켜줄 수 있다. 박시온은 힘이 세다. 뻔하지만 그만큼 받아들이기도 편하다. 무엇보다 김도한이 몸을 던져 아이를 구하며 살인범에게 칼을 맞는다. 멋지다.

어떻게 하필이면 메일로 치료법에 대해 문의를 해 온 그 환자가 강현태의 자식이었던 것일까? 막 강현태가 정회장의 지시에 따라 채권자와 함께 병원을 둘러보고 있을 때 차윤서가 찾아낸 치료법이 아내의 전화를 통해 전해진다. 자신이 빼앗으려 하는 성원대학병원에서 자기의 자식의 수술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도 찾지 못한 수술법을 성원대학병원에서 찾아내어 집도하려 한다. 달리 방법이 없다. 너무 일찍 정회장의 정체를 알아차린 탓에 유채경은 이제 악녀도 무엇도 아닌 어리석은 철부지 아가씨가 되어 버렸다. 유채경은 정회장을 막지 못한다. 이사장에게도 병원장에게도 힘은 없다. 어떻게 상황을 반전시킬까? 마지막 회가 멀지 않았다.

유채경과 함께 있는 박시온을 보며 질투한다. 역시 상투적이다. 하지만 달리 차윤서의 달라진 태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란 당장은 없다. 박시온의 고백을 거절하고 이내 자신의 진심을 깨닫게 된 뒤 천천히 박시온에게 다가서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차윤서가 언제 태도를 바꾸더라도 어색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둔다. 복선이라기에도 뭣한 상투적인 클리셰일 것이다. 다칠 때가 된 탓인지 김도한은 더 이상 차윤서에게 이성으로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린 듯하다. 섬뜩하도록 정확한 선을 그리며 빨려들어간다.

덕분에 상황이 애매해진 것이 다름아닌 유채경 자신일 것이다. 그래도 병원장과 이사장은 물론 김도한마저 속이고 정회장과 음모를 꾸미던 악녀의 모습을 때는 무척이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때로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때로는 분노와 원망의 대상으로, 그렇게 그녀는 드라마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회장에 대한 진실을 너무 일찍 알았을 때 그녀에게 남은 역할은 마치 해탈한 듯한 해맑은 표정이 전부였다. 착하지만 그래서 있으나 없으나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강현태의 말처럼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지금부터는 소아외과 팀이 맡는다.

어쩌면 고충만(조희봉 분)에게도 기회가 오려는지 모르겠다. 비로소 자신조차 잊고 있던 손의 상처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존경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는 의사이고자 했다. 의사이려 했다. 이제 다시 그는 의사가 되려 한다. 김도한이 사고를 당하고 아직 미숙하기만 한 팰로우 차윤서가 아닌 책임있는 집도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물론 수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은 주인공인 박시온과 차윤서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판단을 내리는 것은 수술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어야 할 것이다. 설사 지금까지와 같이 수술장면은 간략하게 건너뛰려 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의 드라마다. 의학드라마가 아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하나로 모으려 하다 보니 디테일이 부실해진다. 드라마속에 묻어두고 숙성시켜야 할 의도가 너무 일찍 드러나 버린다. 무리수도 나타난다. 공교로운 것들이 많다. 억지스럽다. 차윤서가 진심을 가지고 혼란스러워 할 시간이 없다. 유채경이 뒤로 물러나며 김도한도 너무 빨리 뒤로 물러난다. 전체적으로 드라마가 지루해진다. 더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틱'인 것이다. 드라마의 불안감이 모험을 자제케 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재미있다. 역설이다.

아쉬운 것들이 많다. 항상 만족하며 볼 수는 없다. 통속드라마다. 대중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경계를 지키는 일은 항상 어렵다. 가장 안전한 길을 간다. 뻔하지만 누구나 쉽게 기대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즐길 수 있다. 장점이기도 하다.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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