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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8.07 07:41

[TV줌인] 굿닥터, "닮지 않은 형제, 박시온은 로봇이었어!"

최우석이라는 아버지를 둔 두 형제, 성장통이 시작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병원이란 생과 사를 가르는 전장일 것이다. 의사는 그 전장의 최선봉에 선 장수일 것이고. 매순간이 혈투이고 사투다. 더구나 외과다. 소아외과다. 항상 칼날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긴장 속에 살아간다. 병원내 권력구도나 복잡한 인간관계 또한 전장 속의 또다른 전장일 것이다. 사람을 살린다는 의사로서의 당위는 차라리 강박이 되고 집착이 되어 간다. 지쳐간다.

어쩌면 드라마 초반 주인공 박시온(주원 분)과 대립하게 되는 인물로 김도한(주상욱 분)을 설정한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형제였을 것이다. 병원장 최우석(천호진 분)이라고 하는 같은 아버지를 둔 서로 가장 닮은 형제였을 것이다. 환자를 살리고자 한다. 오로지 환자를 살리겠다는 욕심 뿐이다. 그러나 박시온과 김도한은 닮았으면서도 또한 너무 다르다. 오로지 환자를 살리겠다는 한 가지 생각 뿐인 박시온에 비해 김도한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김도한이 박시온을 싫어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짐승과 같다. 기계라고 말했지만 정확히 그는 야생의 짐승이나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는 야생의 본능과 같을 것이다. 박시온이 기억하고 있는 방대한 의학지식 역시 본능에 의해 프로그램된 행동양식에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프로그램된대로 반응할 뿐인 기계와 마찬가지로 본능이 시키는대로 그는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어떤 의지도 결심도 각오도 없다.

결과에 대해 책임진다. 어쩌면 바로 수술하지 않았다면 환자는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살릴 수 있었을 환자인데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렇더라도 환자에 대해 아직 정확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수술을 집도한 집도의가 있었고, 집도의가 수술한 환자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터였다. 더구나 자신이 환자의 수술을 맡아 책임질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수술의 경험이 없다. 수술실에서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환자를 살리려다가 오히려 환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박시온은 그것을 모른다.

물론 의학잡지에 실린 기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는 기억력은 대단하다 할 것이다. 그같은 방대한 기억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바로 찾아서 적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의사로서 매우 뛰어난 자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자신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휘둘리고 마는 것을. 그같은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인간의 이성이며, 그 이성을 정제한 것이 결심이고, 다짐이고, 각오인 것이다. 병원이라고 하는 자신만의 전장을 위해서 때로 양보하고 때로 타협하며 매순간을 싸워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박시온이 그것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병원은 전장이다. 전장에 필요한 것은 전사다.

▲ 제공:KBS
하기는 그것은 또한 김도한만의 강박이었을 것이다. 박시온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자신을 궁지로 내몰며 본능처럼 되어 버린 강박속에 갇혀 살아간다. 탐욕에 휘둘리는 전무 이혁필(이기열 분)이나 과장 고충만(조희봉 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현태(곽도원 분)는 과연 어떤 강박을 가지고 살아갈까? 그같은 김도한의 강박이 결국 후회할 것이면서도 바로 앞에서 차윤서(문채원 분)를 몰아세우는 돌발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계산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이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되는 그의 성이며 그의 전장이기에 그런 것이다. 차윤서는 그것을 침범했다. 사과도 그만의 방식으로 한다. 자폐증은 아니지만 자폐적이다. 자기만의 완고한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려 하고 있다. 그런 경직된 자신을 애써 지키려 하고 있다. 그것이 옳다. 그것이 자신이다. 그렇게 믿는다.

현실의 의사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김도한과 이상의 의사라고 하는 환상 속에 살아가는 박시온. 충돌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김도한이 우위에 있다. 현실의 의사를 배워야 한다. 의사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의 의사를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박시온의 곁에는 차윤서가 있다. 차윤서는 마치 어머니처럼 박시온을 보살핀다. 차윤서 앞에서 박시온은 어린아이가 된다. 어려서 죽은 형이 박시온을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었다면 현실의 형은 박시온을 다그치고 채찍질하여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련시킨다. 그리고 아마도 박시온을 통해 김도한은 아직 어린 시절의 의사로서의 이상을 꿈꾸던 시절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박시온은 김도한을 통해 어른이 되고, 김도한은 박시온을 통해 어린 시절의 순수를 되찾는다. 자신을 얽매고 옥죄고 있는 구속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것은 그의 오랜 상처일 것이다.

사실 무리다. 박시온과 같은 상태로 의사라니. 현대의학은 개개인의 뛰어남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팀이다. 조직이다. 커뮤니케이션이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한계가 있다. 하물며 의사소통도 감정의 교류도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노력 또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긴장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환자로부터도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 그래서 소아외과인 것이다. 아이들은 그래도 순진하고 순수하다. 박시온을 받아들일 수 있다. 드라마이기에 가능하다. 우화다. 동화다. 자폐아가 비자폐증의 다수에게 일반과 다른 모습을 통해 교훈을 준다. 전장의 치열함 대신 희망이라고 하는 본질의 메시지를 건넨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희망이다.

부원장 강현태의 등뒤로 보다 큰 그림자가 보인다. 일개 병원이라고 말한다. 강현태는 어쩌면 성원대학병원이라고 하는 국내굴지의 병원보다도 더 큰 존재일지 모르겠다. 그의 배후에는 그보다 더 큰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혁필 전무나 고충만 과장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인간이다. 그의 계획은 유채경(김민서 분)마저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연 실체를 드러난 강현태와 맞서 싸울 정도로 박시온은 성장하게 될까? 아니 박시온은 성원대학병원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벌써부터 조이듯 긴장이 커져간다. 다만 그 큰 그림을 감당할 수 있을까가 걱정이다. 후반까지도 지금의 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주원의 자폐증 연기는 지금으로서는 합격점 그 이상을 주고 싶다. 몰입하게 된다. 상황이 그래서도 있을 것이다. 설정이 그래서이기도 할 것이다. 모성으로 박시온을 보살피는 차윤서의 캐릭터는 평소의 그녀의 모습과 위화감이 없다. 문채원의 연기력도 어느새 안정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차갑지만 따뜻하다. 김도한을 통해 보여지는 주상욱의 이미지다. 젊은 연기자들의 열연에 드라마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아직은 이들만으로도 충분하다. 드라마를 보게 만든다.

시작이 좋다. 좋은 것을 넘어 심상치 않다. 젊은 배우들의 매력이 상당하다. 연기력 또한 매우 안정되어 있다. 소재도 특별하다. 주제 역시 새롭다. 긴박하게 조이듯 흘러가는 연출 역시 매우 탁월하다. 아직까지는 힘이 있다. 아직 주인공인 박시온과 차윤서는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오랜만에 대박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매력있다. 기대하게 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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