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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2.21 07:36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장래희망...

내 어린시절 꿈은 대통령이었다!

▲ 사진 = 남자의 자격 홈페이지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꿈을 꾸고 꿈을 간직한 채 꿈을 이루려 살아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자라 대학에도 가고, 집도 사야 하고, 승진도 해야 하고, 노후에는 전원주택이라도 장만해서 말년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 그만한 기대조차 없이 어떻게 각박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겠는가?

어려서의 꿈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 무엇이 되고 싶다가 아니다. 무엇을 하고 싶다가 아니다. 당연히 어른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어른이 되어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은 막연하지만 어떤 당연함이다. 당위다.

그래서 아이들은 꿈을 꿀 때 주위의 어른에게서 그 꿈을 찾는다.

"아버지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니까..."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윤석이 그러했듯 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신의 꿈을 찾았을 것이다. 딸들은 어머니일 것이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 윤형빈도 그래서 오락실을 하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만화방을 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기는 많은 아이들에게 꿈이란 또한 아빠이고 엄마일 것이니.

주위 환경도 그래서 크게 영향을 준다. 집 주위에 극자이 무려 세 개나 있다고 했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제법 큰 극장이 두 개나 있었는데도. 그리고 가까운 곳에 동물병원이 있었다고 했다. 맹자 어머니가 맹자를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고 하는 고사처럼 아이들에게 주위의 어른이란 어느새 닮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대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전히 이경규는 60살이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개그맨으로 성공한 지금도 그는 영화인으로서의 꿈을 제작자로써 이루고, 수의사에 대한 꿈은 수많은 반려동물로써 대리만족을 얻고 있다. 부디 꿈이 이루어지기를. 이정진이 꿈꾸었다는 운전사 역시 그렇게 주위의 운전하는 어른들로부터 얻은 꿈이 아니었을까.

현실의 존재가 아니어도 좋다. 누구보다 강하고 정의로운 영웅들. 슈퍼맨, 육백만불의 사나이, 헐크, 자기도 그들처럼 강해지고 싶다. 그들처럼 강해져서 정의를 실천하고 싶다. 악당을 물리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이 사회가 올바로 돌아가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물론 그보다는 남들 앞에 으스대며 잘난 체 하고 싶다. 어차피 아이의 사고수준이란 그런 정도다. 만화영화나 영화 속의 슈퍼히어로를 꿈꾸던 이윤석이나,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를 꿈꾸던 김태원처럼. KIST의 유범재 박사 역시 아톰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로봇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대통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어렸을 때는 육군대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왜 유독 육군대장이 되고 싶었는가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육군대장이야 말로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역시나 슈퍼히어로들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되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었으니까.

직접 몸으로 뛰어 보며 꿈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우연히 그림을 시작하게 되면서. 누군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하게 되면서.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도 친구 추신수 선수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고 했었다. 잠시 야구부에 몸을 담았었다고 하는 김태원이나 초등학교 축구부 주장을 역임했다고 하는 김국진이나. 물론 TV나 경기장에서 직접 운동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동경하여 꿈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은 것은 먹고 놀고 쓰는 것 아닐까? 어른이 되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돈을 어떻게 버는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 돈을 벌게 되면 마음껏 쓸 수 있게 될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구멍가게에 있는 맛난 과자들을 모두 사먹으리라. 냉장고에 꽁꽁 열려 놓은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사 배터지도록 먹어보리라. 매일같이 자장면을 먹고, 매일같이 불고기로 식사하고. 술도 마시고 싶었다. 담배도 피고 싶었다. 어른들이 하는 것처럼 화장도 하고 액세서리도 달고. 아이들이 가장 흔히 하는 장난 가운데 하나가 부모님 옷이며 화장품, 장신구 등을 꺼내어 흉내내고 노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다 할 수 있겠거니. 아, 이건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는 것에 해달될까?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는 꿈까지도. 확실히 어떤 장래 희망들은 돌아보면 내가 왜 당시 그런 꿈을 꾸었던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마 무언가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부모던가, 아니면 주위의 다른 어른 누구이던가, TV이거나 영화이거나 게임이거나. 중요한 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어른이. 어른이 되어서 그렇게.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면 돌이켜보면 후회와 미련만이 남기에. 스스로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간에 다른 가능성을 보고 그리 달려온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좌절하고 절망했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난 날의 꿈들과 지금의 어른이 된 현실과. 그래서 가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게 바라고 꿈꿀 수 있던 그 시절로.

눈이 빛났다. 이제까지 이경규의 눈이 그렇게까지 해맑게 빛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흥건한 가운데서도 오히려 즐거울 수 있는 김국진의 눈빛에도 그 시절의 순수가 묻어나고 있었다. 이윤석은 마침 찾아간 경찰서가 오래전 그의 아버지가 근무했던 그 경찰서일 가능성이 높다. 힘들고 고단한 가운데서도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 꿈은 높지만 로봇의 제작은 납땜에서부터. 침침한 눈으로도 회로기판에 납땜을 하는 김태원처럼.

그것이 즐거웠다. 어린시절 꿈꾸던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의 꿈을 대신해 이루어 볼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렇게 멀어져 있지만 그래도 돌아가고픈 아련함이고 그리움일 것이다. 언제고 반드시 풀고 싶은 삶의 묻어두었던 숙제이기도 하다.

이경규가 동물병원을 앞에 두고 부쩍 말이 많아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고 있던 나마저 설레어 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어린 시절 내 꿈이 무엇이었더라? 문득 지난 꿈을 되짚으며 다시 따라가보려는 내가 있다. 이제 와 새삼스레 무슨 대단한 꿈이 있어 그러겠는가? 다만 어른이 되어서 어른이 되면 해보고 싶었다는 기억의 타임캡슐을 열어 보고 있을 뿐.

사실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산만했다. 각각이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다루어도 좋을만한 무게와 가치를 갖는 미션들이었다. 남자의 자격 동물병원, 남자의 자격 파출소, 남자의 자격 연구소, 남자의 자격 축구단,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에피소드만 네 개가 동시에 나오고 있으니. 무엇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각각의 서로의 개성이 너무나 다른 이야기 가운데 중심마저 잃어버리고 있었다. 더구나 남자의 자격의 고질병인 웃음마저 없었다.

재미라고 하는 한 가지 기준으로 놓고 보았을 때 이번의 남자의 자격은 썩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짜임새가 있지도 않았고 연출과 편집도 상당히 평이했다. 그러나 그 파편화된 꿈을 보았을 때 나 자신도 함께 공감하고 있었기에. 나 또한 그와 함께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을 꾸느라 잠시도 지루할 새가 없었다.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 그 이상의 것일 터였다. 비록 지난 꿈이고 이루지 못한 꿈이지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발견된 가능성과 잊혀진 꿈들에 대해서. 어느새 지어지는 행복한 웃음이 있다.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어서 역시 재미있을 수 있다.

다시 꿈을 꾸어 본다. 나는 그 시절 어떤 꿈을 꾸었을까? 어떤 꿈을 가지고 그 시절을 지나온 것일까? 내가 남겨두고 온 꿈들에 대해서는? 꿈의 조각들을 주워 모으며. 꿈의 기억들을 다시 돌이키며. 저들과 같이. 남자의 자격 멤버들과 같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을 간만에 다시 꾸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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