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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4.15 09:29

특수사건전담반 TEN2 "반전과 반전, 점입가경의 배반과 기만"

상식과 기대에 대한 철저한 반역과 배신, 시청자를 농락하다

▲ 사진제공=OC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스릴러란 상식에 대한 반역이다. 기대에 대한 배신이고 관성에 대한 조롱이다. 어느새 길들여진 일상을 부수고 뒤집는다. 속이고 유인한다. 함정에 빠뜨리고 궁지로 내몬다. 놀라고 당황하여 한껏 긴장해 있으면 미리 준비된 반전에 허탈해지고 만다. 어이없이 바보가 되어 버린 듯한 자신이 역설의 쾌감을 불러온다. 차라리 후련하고 통쾌하다.

특수사건전담반 TEN의 팀장 여지훈(주상욱 분)은 7년 전부터 연쇄살인범 F를 쫓고 있었다. 금요일(Friday), 여자(Femail), 얼굴(Face)로 특정되는, 그러나 형체가 없는 연쇄살인의 범인을 집요하게 쫓고 있던 중이었다. 심지어 여지훈이 범인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판 그 여관에서 7년 전 그날 그의 연인이던 정희주가 범인에 의해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있기도 했었다. 그런 여지훈이 특수사건전담반 TEN을 만들면서 끌어들인 멤버가 바로 프로파일러 남예리(조안 분)와 백독사 백도식(김상호 분), 그리고 젊고 친화력 좋은 박민호(최우식 분)이었다.

백도식은 그런 여지훈의 의도에 대해 여지훈 자신과 전혀 다른 재능과 개성을 지닌 팀원들을 통해 여지훈이 놓치고 지나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쫓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여지훈과 함께 'TEN'이라는 팀을 만들고 사건을 해결하는 가운데 여지훈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단서나 가능성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전혀 다른 각도에서 찾아냄으로써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던 적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던 범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범인을 팽개쳐두고 소리없이 모습을 감춘 것은 자신들에게 그 해결을 의뢰한 것이 아니겠는가. 특수사건전담반이 해체되고 갈 곳이 없어진 세 사람이 느닷없이 지난 사건파일들을 뒤져 F를 쫓게 된 이유였다. 그것이 여지훈을 다시 찾는 길이다.

실제로도 처음 모든 단서는 여지훈으로 하여금 스스로 모습을 감추도록 만든 경찰내 미지의 범인을 향해 가리키고 있는 듯 보였다. 어쩌면 자신들의 직속상관이던 국장 정우식(최범호 분)이야 말로 여지훈이 쫓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F일지도 모르겠다. 정우식에 의해 당시 아직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던 연쇄살인범의 가능성이 언론에 유출되고 말았다. 범인은 매우 대담하여 자신의 범행을 세상에 과시하려는 듯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비슷한 무렵에 우연을 가장해서 언론사 기자에게 사건이 연쇄살인일 가능성을 새어나가게 만든 또 다른 당사자가 있었다. 여지훈이었다. 여지훈이 기자에게 사실을 알려 기사화되도록 했었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누구도 나갈 수 없는 7년 전 밀실에 범인이 들어왔고 다시 경찰이 들어오기 전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 도망쳤다. 백도식은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경찰이 촘촘이 감시하고 있는 여관에서 범인은 어떻게 CCTV에도 모습을 들키지 않고 여관에 잠입하였으며 다시 흔적도 없이 범인현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는가. 공간에 틈이 없다면 시간에 틈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여관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피해자와 함께 여관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그가 범인일 것이다. 그러나 여관에 있던 모든 숙박객과 경찰들에 대해 조사하는 가운데 단 한 사람만 빠져 있었다. 당시 여관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유일하게 범행이 가능했던 한 사람의 존재가 드러나고 있었다. 여지훈이었다.

하필 그 순간 내사과에서 백도식 등을 연행하여 여지훈의 행방에 대해 묻고 있었다. 반전을 예고한다. 내사과의 거만하고 고압적인 모습은 백도식등의 반발을 불러왔고 그것은 내사과의 여지훈에 대한 추적의 당위를 훼손시키고 만다. 내사과의 형사들은 백도식을 동료로써 대하지 않고, 오히려 백도식 등은 그들에 대해 악감정마저 품고 만다. 그런 내사과가 여지훈을 쫓는다. 어디까지나 드라마의 제목인 'TEN'의 구성원은 이들 세 사람 이외에 지금은 모습을 감춘 주상욱 자신인 것이다. 드라마 외적인 요소로써 결론은 내려졌다. 다만 과연 여지훈은 어디에 숨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그의 억울함이, 범행의 실체가 밝혀지겠는가.

바로 지금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장면일 것이다. 어떻게 단서가 추가될수록 범인임이 확실시되어가는 여지훈이 반전을 만들고 쫓기는 입장에서 쫓기는 쪽으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까? 분명 그 과정에서 여지훈이 쫓고 있던 범인 F의 정체도 드러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대로라면 여지훈이 범인인 것이 거의 확실한데 그렇게 유도해가는 F의 의도를 보다 기술적으로 개연성을 담보하여 구체화시킨다. F가 범행을 저지르는 동기와 여지훈을 함정에 빠뜨리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여지훈은 다시 'TEN'의 팀장으로써 팀원들과 함께 범인을 쫓는 입장에 선다. 반전과 함께 범인의 정체 또한 모습을 드러낸다.

교묘한 함정이었다. 지능적인 사기였다. 점차 백도식 등의 동선을 눈으로 쫓으며 그들을 통해 보여지는 단서에서 어쩌면 국장인 정우식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다가 마지막 순간 반전으로 여지훈을 가장 유력한 혐의선상에 올리도록 만든다. 정우식이 범인일지 모른다고 확신을 가지려는 순간 전혀 예기치않은 여지훈의 이름이 정황과 함께 튀어나오고 만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백도식 등은 내사과에 의해 여지훈을 잡기 위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여지훈은 범인인 것일까? 아닌 것일까? 혼란이야 말로 스릴러의 묘미일 것이다. 그토록 F를 집요하게 쫓던 여지훈이 F일지도 모른다 하고, 여지훈과 팀을 이루던 동료들이 범인을 쫓으며 여지훈의 뒤를 쫓게 된다. 그 역설이 바로 스릴러의 진정한 재미인 것이다.

정작 범인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희생자들 자신들일 것이다. 범인에 의해 불의에 가족을 잃어야 했던 유족들 역시 그 상처와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이기에 세상이 관심을 갖는 것은 피해자의 직업과 평소의 행실이다. 죽을 만해서 죽었다는 것일까? 그럴만해서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이라는 뜻이던가? 그래서 하필 많은 연쇄살인사건에서 희생자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인 경우가 많다. 죽음을 연민하고 동정하기보다 차라리 비웃고 경멸한다. 엄연히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건만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오히려 죄인처럼 도망치거나 숨고 만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단지 범인의 악의에 의한 것이라고. 범인이 잘못한 것이라고. 어찌되었든 불행한 사고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그렇게 사람이란 잔인하다. 가족을 잃고, 다시 가족으로 인해 주위로부터 소외당하고 고립당한다. 고통은 중첩되고 헤어날 수 없는 절망으로 떠밀리게 된다. 그저 죽지 못해 경찰서 앞에서 범인을 잡아달라 지키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어느 어머니처럼. 무심하게 경찰은 그 사건을 외면했고, 한 여성은 그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렸고, 어느 학생은 그 시체를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부조리라면 부조리일 것이다. 지독한 현실이다.

어쩌면 단서일지도 모르겠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정희주는 사건이 있던 당일에도 피해자 가족 모임에서 연주회를 갖고 있었다.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피해자 가족들은 어쩌면 범인이 잡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라 남예리는 말하고 있었다. 하필 사실을 누설한 것이 정희주의 연인이던 여지훈이었다. 동기가 만들어진다. 같은 기밀누설이지만 그 의도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범인의 동기에 대한 복선일 수 있다. 아니면 단지 악의를 주체하지 못하는 단순한 살인마에 불과하거나.

드디어 명품 수사드라마가 돌아왔다. 살벌할 정도로 정통을 추구하는 스릴러가 다시 시즌2로 돌아왔다.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1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시간을 교차하여 시즌2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크게 논란이 일었던 시즌1의 마지막 장면이 이로써 채워지게 된다. 음모가 중첩되고 비밀은 장막을 드리운다. 오해와 엇갈림이 드라마를 뒤틀며 비약을 준비한다. 어디로 가려는가. 시리도록 드라마는 무심하고 냉정하다. 단지 범인을 쫓는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시즌1이 미완으로 끝난 그 순간부터, 시즌2가 준비중이라는 소식을 들른 바로 그 순간부터 필자 역시 간절히 이 순간만을 기다려오고 있었다. 여지훈과 백도식과 남예리와 박민호, 주상욱과 김상호와 조안과 최우식.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기대를 배반치 않는다. 철저히 시청자를 배반하며 농락한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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