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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4.10 09:21

직장의 신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에도 급수가 있다!"

인간은 평등하지만 현실에서 인간은 결코 평등할 수 없다

▲ 사진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러나 결코 평등하지 못하다. 태어나기는 누구나 똑같이 인간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사는 것까지 같지는 않다. 태어난 환경이 다르고, 자라는 과정이 다르고, 지금 앞에 놓인 현실이 다르다. 서로 다른 사연과 필요가 절박함을 만들고 간절한 요구와 당위가 자신마저 수단으로 삼도록 만든다. 더 아쉬운 쪽이 더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일을 해서 돈을 번다. 그 돈으로 생활을 한다. 자신 뿐만이 아니다. 가족의 생계 또한 지금 자신이 받고 있는 급여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서 간신히 얻은 자리이기도 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에 안정된 일자리다. 더 많은 부와 높은 지위도 노려 볼 수 있다. 한순간 삐끗한다면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만큼 더 조심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예로부터 간절한 것이 있다면 가장 훌륭한 제물은 자기 자신인 법이다.

차라리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다면. 승진에 목맬 일도, 혹시나 해고되거나 좌천될까 불안할 일도, 만에 하나라도 어느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백수가 될 두려움에 떨 일도 없다면.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은 자기만의 사업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수입도 더 적어지고 안정적이지 못한 일이 될지라도 마음편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능력껏 하고 싶은 일을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도 <직장의 신>일까?

회식 또한 업무의 연장인 것이다. 구성원들끼리 친분을 쌓고 단합을 꾀하고자 좋은 뜻에서 열리는 회식일 테지만, 그러나 직장상사가 주도하고 직접 참석하는 그같은 회식자리를 배짱좋게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편하게 먹고 마시며 즐기는 회식자리지만 같이 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상사이며 선후배일 것이다. 회사에서의 관계가 더욱 적나라하게 회식자리에서도 펼쳐진다. 그나마 일하는 도중에는 남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하지 않을 행동들까지 그런 자리에서는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지게 된다. 회식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차라리 회사에서 일이 끝나면 회사 사람들은 다시 보지 않기를. 상사건 부하이건 일이 끝났으면 서로 보지 말고 알아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으면 싶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회사에서의 관계에 구속되지 않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필자 역시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예 회사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불러도 나가지 않는다. 배짱이지만 어차피 필자 자신이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으니 거리낄 것 또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층층시하다. 흡사 먹이사슬을 연상케 한다. 바로 전회에서 장규직(오지호 분)과 미스김(김혜수 분)가 말한 뽀로로의 비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정점에는 사장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관리자들이 있다. 그 아래 평직원들이 존재한다. 비정규직은 그보다도 한참 아래에 있다. 자신을 수단으로 삼아 상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듯 아랫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수단이기를 요구한다. 자신의 필요를 위해 불러내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이용한다. 비정규직이 주인공인데 제목이 <직장의 신>인 이유다. 첨예하게 그와 같은 직장인의 현실을 드러낸다. 의리라든가, 사명감이라든가, 애사심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그러나 그같은 모든 장식과 장치들이 사라졌을 때 알몸의 비정규직의 모습이야 말로 그들이 놓인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까 눈치가 보여 술자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혹시라도 기회가 주어질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고 그것을 빼앗기기도 한다. 몸은 상하고 그로 인해 야단까지 듣는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대신해 책임져주지 않는다. 미스김은 도대체 어떤 직장생활을 했던 것일까? 다친 자신을 살피는 손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어떤 힌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믿을 것은 자신 뿐이다. 그럴 수 있는 미스김의 자유가 부럽다. 물론 그를 위해 그녀 또한 많은 시간을 노력하고 또 싸워왔을 것이다.

회사는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다. 생존을 나누는 곳이다. 생존을 위해 모인 곳이 바로 회사라는 곳이다. 생존을 위한 투쟁의 자리다. 그것을 전제로 인간관계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쪽이 절대강자가 된다. 인사권을 가지고 채용과 해고, 승진과 좌천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그나마 보호장치조차 없다. 인간은 평등하지만 현실은 인간을 평등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트리조차 되지 못하는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 같은 전구지만 달려있는 위치에 따라 그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

이기적이 되고자 한다. 굳이 원하지 않는 술자리에 따라가지 않고, 애써 불필요한 친절을 낭비하려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위치다. 비정규직이란. 계약직이란. 다음 계약만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직장인의 이상이라 할 것이다. 필요한 만큼 일하고 부담없이 관계를 정리하고 깔끔하게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과 자신을 위한 시간을 그 나머지 동안 투자한다. 그러나 외롭다. 사람은 그럼에도 무리 속에 사는 동물인 때문이다.

확실히 형식은 로맨틱 코미디다. 장규직과 미스김, 무정한(이희준 분)과 미스김, 다시 장규직과 정주리(정유미), 그리고 다시 무정한과 정주리. 금빛나가 여기에 더해진다. 복잡하지만 상당히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의 구도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직장이라고 하는 치열한 전장이다.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며 그들은 사랑도 한다. 순탄하지 않다. 장규직의 미스김에 대한 감정은 그래서 복잡하고 그래서 미묘하다. 비로소 솔직해진다. 미스김의 장규직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친구라 여겼던 장규직과 무정한의 관계 또한 미스김을 위해 장규직을 때렸던 무정한의 주먹만큼이나 갈라지게 될까?

비정규직 천만시대의 신분을 뛰어넘은 지난한 사랑의 이야기일 것이다. 정규직이란 선택받은 신분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지 못한 저주받은 신분이다. 그런데 그런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스스로 선택한 여자가 있다. 누구보다 뛰어나고 당당하다. 장규직 역시 정규직으로서 미스김에 대해 경쟁심을 불태울만한 충분한 자질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같은 입장의 역전이 흥미를 자아낸다. 명문가의 도련님보다 더 뛰어난 노비가 있다면, 그래서 그 노비에게 경쟁심을 불태우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면 그 또한 흥미로울 것이다. 역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그리고 우울하다. 단지 저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까닭이다.

가족이라 부르던 장규직의 정규직 동료와의 관계의 허상이 드러난다. 단지 필요에 의한 관계에 불과하다. 거추장스럽고 성가시다. 그러나 필요가 그들을 동료이게 하고 가족이게 한다. 태연히 자신 이외의 대상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을 한다. 그들의 관계는 다를까. 삶이란 치열한 까닭이다. 말처럼 그곳은 전장이다. 그들은 지금 전쟁을 하고 있다.

장규직과 미스김의 사랑이야기일까? 아니면 정주리의 성장기일까? 초점이 둘로 나뉜다. 하기는 장규직과 미스김이 서로 사랑을 하기 위해서도 성장은 필요하다. 나이가 조금 많지 않은가 싶었지만 미스김의 캐릭터가 갖는 안정감을 위해서는 보다 신뢰감을 주는 원숙함이 필수일 수 있다. 김혜수가 주인공답게 드라마의 중심이 된다. 드라마이면서 현실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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