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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어설프고 서툰 무대, 급조했지만 노력이 대단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웃길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 아쉽다.

▲ 사진='남자의 자격'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확실히 쉽지 않다. 하기는 당연하다. 고작 한 달 연습하고 무대에 올린 것이었다. 국악이라는 자체가 그렇게 우리들 자신의 일상과 많이 유리되어 있다. 일부러 찾아서 듣지 않는 한 평소 국악을 경험할 기회 자체가 매우 드물다. 창극은 그 가운데도 더 경험하기 어려운 장르일 것이다. 차라리 뮤지컬이었다면 어쩌면 더 쉬웠을 것이다.

많이 어색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 도저히 보아주기 힘든 수준이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연습기간과 그나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연예인들이라는 점, 무엇보다 평소 꾸준히 국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온 애호인들조차 아니었다는 것이다. 단지 <남자의 자격>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고정출연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느날 갑자기 미션을 받아 짧은 연습기간만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국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탓인지 가애란 아나운서의 발전이 놀랍기만 하다.

창으로 들리지 않았다. 국악의 그것과 닮아있기는 하지만 창이라기에는 너무 어색하고 이상했다. 연습부족이다. 무엇보다 창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몸에 익지 않았다. 그런 것에 비하면 코미디언 또한 배우이기에 대사를 치는 톤은 창극의 그것과 무척 닮아 있었다. 정확히 연기를 하고 있었다. 창은 단지 거들 뿐. 창극을 살린 것도 국악이 갖는 엄밀함이나 매력이 아닌 출연자들의 애드립이었다. 창은 거기에 서툰 고명처럼 쌀짝 얹혀진다. 창극의 형식을 흥미요소로 첨가한 한바탕의 콩트코미디 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도 어디인가. 이렇게라도 우리의 소리를 비슷하게나마 접할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다.

급조한 티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무대였다. 아마추어 동호인 사이의 무대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어설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소 자주 관심을 가지고 접해온 동호인과 평소 크게 관심이 없다가 느닷없이 방송을 통해 주어진 과제이기에 급하게 따라하려는 사람들과의 차이일 것이다. 차라리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완벽을 기했다면. 하기는 그런 자체가 이 무대가 갖는 매력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추어를 넘어선 문외한의 어설픔과 인기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적 호감이 도저히 돈을 내고 보라면 못 볼 것 같은 창극마저 웃으며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의미만을 생각한다. 창극이란 이렇게 쉽지만도 어렵지만도 않다.

국악이란 참으로 멀고도 가깝다. 우리들 자신의 유전자레벨에서 국악의 그것은 기억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일상과 너무 유리되어 있다. 어설픈 준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이기에 무대 자체는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그러나 정작 창극이라고 하는 본질에 다가가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다. 관객은 물론 TV를 통해 시청하던 필자 역시 함께 마음껏 웃고 있었지만 그것이 창극이기 때문인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 노력들이 대단하기만 하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더 완벽한 무대를 볼 수 있었으리라. 그래도 기왕에 관객들 앞에 서는 것 보다 완벽을 기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경규는 과연 놀부 그 자체였다. 이경규가 놀부의 연기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놀부가 이경규의 연기를 하는 것인가. 김준호는 역시 콩트의 신 다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평소 괴롭히고 괴롭힘당하는 두 사람의 관계라 흥부전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된다. 주상욱의 놀부처 연기는 천연덕스럽다는 말로도 부족했을 것이다. 차라리 이경규와 주상욱 사이에 스캔들이 났으면 어땠을까? 김국진의 열연과 김태원의 헤프닝, 그리고 흥부처 가애란 아나운서. 김태원은 이번에도 무대에서 자신의 유행어 '혼자왔니'를 들려주고 있었다. 스모그가 너무 짙게 깔리는 사고 정도는 무척 사소할 것이다. 김수용의 분투도 눈물겹기만 했다. 분량은 얼마 없지만 흥부의 아들들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웃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이런 장르의 프로그램이 드물다. 긴 호흡으로 기승전결을 모두 갖춘 극 형식의 코미디다. 이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을까? 그러나 그들의 무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었더라는 것이다. 굳이 창극이 아니어도 좋다. 이야기가 있는 코미디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김준호에게 이제는 콩트를 하라 한다. 리얼리티만이 전부는 아니다. 콩트가 자신의 진정성일 때는 그 또한 리얼리티라 할 것이다. 한 번 쯤 일회성 미션이 아닌 정규양식으로써 TV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보았으면 싶기도 하다.

기대한 이상이었다. 더불어 기대이하였다. 물론 지레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들이라면 그럼에도 물론 훌륭한 무대를 보여줄 것이다. 훌륭하기는 했다. 단지 창극으로서 훌륭했는가. 그럼에도 뻔한 이야기임에도 맛깔나게 살려내는 멤버들의 연기내공이 대단하기만 하다. 아쉬운 것들은 아쉬운대로 걸러들으면 된다. 재미있었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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