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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2.12.23 09:56

불후의 명곡2, "트로트BIG4 전설의 이름을 건 승부가 시작되다"

연말을 맞은 한바탕의 축제, 전설과 가수 시청자가 모두 즐겁다.

▲ 사진='불후의 명곡2'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흔히 트로트를 전통가요라 부르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일본문화의 잔재라고도 부른다. 실제 일본에서도 트로트와 아주 유사한 엔카라는 장르가 트로트와 비슷한 전통가요로서의 위치에 있기도 하다. 둘 다 일제강점기인 20세기 초중반 형성된 장르일 것이다.

하지만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가 해방 이후 일본의 엔카와, 그리고 서구로부터 유립된 신장르의 음악들과 구분짓기 위해 붙여진 이름일 뿐 원래의 이름은 아니었다. 원래는 그저 '가요'라 불렸다.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유입되었다기보다는 최초의 가요라 할 수 있는 '황성옛터'가 처음 무대에서 불려진 것이 1928년이었다. '황성옛터'를 쓴 작곡가 전수린의 또다른 노래인 '고요한 장안'은 이미 1926년에 쓰여지고 있기도 했다. 일본 엔카의 대부인 고가 마사오의 '사케와 나미가 타메이키카'가 취입되어 발표된 것이 1931년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1921년 다이쇼연간 발표된 '船頭小唄'에서 그 원형이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기에는 너무 빠르다.

그보다는 오히려 당시 일본과 조선, 그리고 중국을 아우르는 아시아의 문명이 서구의 문명과 만나 스스로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교집합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황성옛터'는 원래 왈츠리듬에 실려진 노래였다. 트로트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춤곡인 폭스트롯에서 유래되었다. 달리 트로트를 비하하여, 혹은 친근하게 부르는 이름인 '뽕짝'은 춤곡 특유의 쿵짝 거리는 리듬에서 비롯되었다. 춤곡의 리듬과 전통의 단조의 오음계 멜로디가 바로 초기의 트로트를 정의한다. 구성지고 구슬프다. 그리고 당시 트로트의 가락은 특히 조선에서 전통의 민요와 많이 닮아 있었다. 어쩌면 서구화되기 시작한 한반도에서 전통의 민요가 발전해가는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빠르게 트로트는 대중 속으로 스며든다.

더 세련되고 더 멋진 음악들이 많이 있다. 더 구성지고 더 신나고 더 즐거운 장르들이 지금은 많이 생겼다. 그래도 어딘가 사람들 모이는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즐기다 보면 어느새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이 바로 이 트로트라는 장르일 것이다. 그래서 하춘화는 트로트보다는 가요라는 말을 쓰자고 말하고 있던가. 흥에 겨울 때, 그리고 시름이 깊을 때, 혹은 멋지게 노래솜씨를 자랑하고 싶을 때, 굳이 꾸미지 않더라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내보이며 함께 부르며 즐길 수 있는 노래가 있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가사는 유치하며 양식은 촌스럽다. 하지만 그래서 더 쉽게 더 가깝게 대중에 다가간다. 함께 즐기는 노래다. 박현빈의 말처럼 무대 위에서 가수 혼자 부르고 마는 노래가 아닌 어느새 함께 따라부르며 즐기는 노래일 것이다.

현철, 현숙, 송대관, 태진아, 아쉽게도 설운도가 빠졌다. 원래는 현숙 대신 설운도의 이름이 더 흔하게 오르내렸을 터다. 젊은 가수들처럼 빵빵터지는 히트곡은 이제 그다지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알고 누구나 흔하게 따라부르는 그야말로 국민가수들일 터다. 소녀시대는 몰라도 현철은 안다. 슈퍼주니어가 누구인가 하는 사람도 태진아의 노래는 누구나 쉽게 따라부를 수 있다. 노래들이 친근하다. 어디선가 한 번은 부르고 그리고 바로 따라부를 수 있을 것 같은 노래들이다. 트로트의 힘이다. 전설이라기에는 그저 친근한 대중가수일 터다.

연말이라 축제분위기다. 한 바탕의 축제이며 또한 선물이었을 터다. 부모세대를 위해서도. 그리고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도. 부모세대의 아이돌과 젊은 세대에 친숙한 가수들이 만났다. 부모세대에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젊은 세대에 익숙한 젊은 음악과 만났다. 팀을 나눈다. 송대관과 태진아, 현철, 현숙, 젊은 가수들이 전설의 이름 아래 모여 팀을 이루어 경쟁을 펼친다. 여전히 개인의 대결이지만 그 대결의 뒤에 전설의 이름이 함께 따라붙는다. 누가 우승할까? 사소한 룰의 변화지만 그것만으로도 흥미는 더욱 배가된다. 한 주 내내 자기일로 바쁘던 가족들이 모처럼 휴일을 맞아 함께 모여 TV앞에 앉는다. 서로 다른 세대가 교감하며 추억으로 새로움으로 즐길 수 있다.

신동엽의 진행은 그야말로 흐르는 물과 같다. 굽이를 만나면 굽이치고, 너른 평야를 만나면 도도히 흐른다. 아니 물이 아니다. 이 짓궂은 물은 너른 평야를 만나면 그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러 주위를 깎아 계곡도 만들고, 폭포도 만들고, 격류를 이루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기도 한다. 신동엽이 아니었다면 <불후의 명곡2>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기실을 책임진 정재형과 문희준의 진행 역시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예능이란 즐겁다는 것이다. 편하게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인피니트의 '해뜰날'은 흥겨웠다. 젊은 패기일 것이다. 송대관의 '해뜰날'은 구성지다. 구성지다는 것은 한 켠에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슬픔을 이겨낸 신명이 있다. 그렇게 즐겁지 않다.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다.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다. 희망을 가지고 싶어서다. 그렇게 믿고 살아간다. 그렇게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즐거웠다. 아이돌은 아이돌에 어울리는 음악을 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애즈원과 버벌진트가 표현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는지. 애즈원의 목소리는 아름다웠고 버벌진트의 랩은 찰졌지만 그것 뿐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이 아니다.

스윗소로우에 대해서는 평가를 않는다. 평가할만한 주제가 되지 못한다. 태진아의 '노란 손수건'이었을 텐데 어느새 스윗소로우의 '노란 손수건'이 되어 버렸다. 원래 이런 노래였던가? 사람의 목소리란 어떤 악기보다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홍경민의 능숙한 선동에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나고 말았다. 말했지 않은가? 트로트는 듣는 음악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고. 인피니트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젊은 여유로움이 그저 '청춘을 돌려달라'는 노래의 가사를 흥겨운 춤사위로 풀어내고 만다. 아직은 그다지 청춘이 간절하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현철이 그토록 간절하게 돌려달라고 말하는 '청춘' 그 자체일 터다.

설마 박현빈이 지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전혀 다른 노래였다. 하지만 박현빈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 같은 트로트를 불러도 박현빈과 송대관이 부르는 트로트는 전혀 다르다. 박현빈이 칼이고 창이라면 송대관은 능글맞은 구렁이다. 박현빈이 탁월한 가창력으로 직접적으로 듣는 이의 귀를, 머리를, 가슴을 노린다면, 송대관은 특유의 무덤덤함으로 어느새 사람들 사이로 스며든다. 구성지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다. 오버하지 않는 평이함이 듣는 이를 편하게 만든다. 그래도 박현빈이 부른다면 어느 정도 긴장하며 들어야 한다. 이것은 박현빈만이 부를 수 있는 '네박자'다. 역시 상대가 나빴다. 그리고 트로트가수가 트로트를 잘 불러봐야 높은 점수를 받기도 어렵다. 박현빈의 경쟁상대는 홍경민이 아닌 송대관이었다.

제아는 섹시하다. 몸매가 섹시한 것이 아니라 목소리가 섹시하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섹시하다. 송대관의 '고향이 남쪽이랬지'가 지나고 나서 그리운 이를 떠올리는 느낌이라면 제아의 노래는 마치 지금 당장 그 사람을 찾아내라 듣는 이들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그저 추억으로 그리고 마는 장년의 애절함과는 다른 그럼에도 반드시 찾고야 말겠다는 젊은 처절함과 치열함이 있다. 그래서 섹시한 것이다. 섹시하다는 것은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는 뜻이므로.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사랑스러운 이는 없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처절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홍경민의 선동은 무서웠다. 아쉬웠을 것이다.

다음주가 기대된다. 송대관팀은 모두 탈락했다. 현철팀에서는 홍경민이 4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사이먼디와 박애리, 팝핀현준팀이 남았다. 현숙팀에서도 진주와 이해리가 남았지만 역시 기대가 되는 것은 <불후의 명곡2>의 드림팀 태진아팀일 것이다. 항상 뛰어난 퍼포먼스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해주는 손호영과 부활의 보컬로써 반전의 무대를 선보이며 대세로 떠오른 정동하, 하필 스윗소로우까지 한 팀이다. 홍경민을 과연 이들은 꺾을 수 있을까?

일주일을 기다리며 본다. 주말 가장 즐겁게 지켜보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이번에는 승부라고 하는 경쟁의 불이 당겨졌다. 팀이 나누어졌다. 한 개인의 승리만이 아닌 팀의 승리이기도 하다. 응원하는 팀이 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일주일이 지루할 것 같다.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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