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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2 "시대의 만남, 김범룡과 후배가수들이 만나다."
80년대와는 다른 새로운 김범룡의 노래들, 만남은 창조다.
2012년 12월 09일 (일) 11: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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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사진='불후의 명곡2'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80년대 대중음악계에서 유행하던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싱어송라이터였다. 가수가 노래도 하고 곡도 쓴다.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기도 하겠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가수는 노래를 하고 곡은 작곡가가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포크나 록과 같은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대중가요의 범주에서 자작곡은 매우 드문 경우였다.

그런데 80년대 들어 그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조용필이나 전영록 같은 자작곡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가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때부터 이런 노래도 하고 곡도 쓰는 가수들을 일컫는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다. 그 첫주자를 끊은 것이 아마 김범룡이었을 것이다. <불후의 명곡2>에서도 전설 김범룡을 수식하는 단어로써 '싱어송라이터'를 선택한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는 어쩌면 한국대중음악사상 최초의 '싱어송라이터'였을 것이다.

김범룡의 전성기는 짧았다. 1985년 '바람바람바람'으로 데뷔해서 1988년 '마지막 입맞춤'을 끝으로 그는 대중의 기억속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짧았지만 화려했던 시절이었다. '바람바람바람'에 이어 '겨울비는 내리고', '카페와 여인'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고 당대 최고의 스타로서 군림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연이어 터지는 스캔들과 함께 김범룡을 스타로 만들어준 대중음악의 환경이 조금씩 그러나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주현미를 필두로 한 뉴트로트와 소방차와 박남정을 앞세운 댄스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변진섭의 존재가 있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김범룡은 더 이상 대중들 앞에 보이지 않았다.

김범룡의 전성기를 이해하자면 당시 대한민국의 대중음악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때로 세속적 물적 토대에 의해 예술과 문화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70년대의 개발경제시대에 이은 80년대의 고도성장기는 어느새 아이들에게 자기방을 허락하기 시작했다. 굳이 자기 방이 아니어도 어지간하면 자기만의 라디오나 카세트플레이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기만의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골방정서'라 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개방된 공간에서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그런 문화가 아닌 폐쇄된 공간에서 혼자서 즐기는 개인적인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범룡 자신도 <불후의 명곡2>에서 말하고 있던 혼자서 괴로움을 곱씹던 하숙방의 정서와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제아가 부른 '겨울비는 내리고'를 듣고 있자면 어느 불거진 도심의 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음껏 외쳐부를 수 있는 개방된 공간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반면 김범룡이 부른 '겨울비는 내리고'는 그야말로 하숙방에 홀로 오도카니 앉아 바라보는 창밖의 비와 같을 것이다. 기껏해야 인적도 드문 한적한 뒷골목에 외로이 내리는 비일 것이다. 외로운 방안에서 애써 볼륨을 낮추어가며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다.

당사자도 알 수 없는 고백을 전혀 타인인 라디오 DJ를 통해 전하며 홀로 수줍어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고백 아닌 고백이며 독백 아닌 독백이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김범룡의 하숙방이다. 그리고 그의 음악을 듣던 자기방이며 자기만의 카세트라디오였다. 그리고 이내 그것들은 거리를 걸어다니며 들을 수 있는 휴대용카세트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다시금 음악은 거리로 나오고 개방된 공간에서 개인 사이에 공유되기 시작했다. 보다 화려하고 보다 직접적인 음악이 대중의 선택을 받기 시작한다. 그것이 대략 80년대 후반이라 보면 되겠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휴대용카세트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니.

후련하게 내지르기보다는 안으로 삼키듯 부르는 김범룡의 창법은 그렇게 사람드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좋게 말해 소심하고 시쳇말로 찌질하다. 미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창도 아니면서, 그러면서도 끈끈하게 사람의 귀를 잡아끄는 무엇이 있었다. 가련하게, 애절하게,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가 있었다. 호소하듯 부르는데 감정은 정작 뒤로 감추려 하고 있었다. 이번주 <불후의 명곡2>의 무대는 그런 점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대중음악의 현재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후배들의 노래는 김범룡과는 달리 감추는 것 없이 직설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지금의 대중음악이다.

제아의 '겨울비는 내리고'는 참으로 고급스러웠다. 제아가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보편적인 사실이다. 절제하면서도 터져야 하는 순간에 주저없이 터뜨리는 터프함이 있다. 원곡의 청승스런 느낌은 덜하지만 대신 비장함이 더하다. 차라리 내리는 비를 뚫고 그 애닲은 감정이 그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 같다.

그에 비해 신혜성은 달콤했다. 남자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달콤해질 수 있는가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처절하게까지 들리던 '준비없는이별'이 이렇게까지 감미롭게 들리다니. 다만 아쉽다면 '준비없는이별'에 관련한 안 좋은 이야기들이다. 일본의 유명밴드의 히트곡과 멜로디라인이 유사하다. 아니 거의 같다. 기왕에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모셔다 놓았으면 좋은 이야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공이 있으면 그것만 이야기해도 충분할 것을 굳이 피했어도 좋았을 안 좋은 부분까지 끄집어내고 말았다. 그다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다지 좋은 선곡이었다고는 할 수 있다. 그와는 별개로 노래가 참 남자가 듣기에도 달달하니 좋았다. 원곡의 느낌과는 다른 신혜성만의 개성일 것이다.

손호영의 무대는 항상 버라이어티하다. '현아'가 갖는 청승맞은 애절함을 그대로 따라가다가 어느 한 순간 강렬한 록사운드와 함께 터뜨려 버린다. 그리고 다시 원곡의 느낌대로 가라앉는가 하더니 이번에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김범룡의 말처럼 '현아'라는 노래가 갖는 감정을 손호영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슬퍼하고 분노하고 체념하다가 마침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 김범룡 자신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어울리지 않는가? 이제는 그의 무대를 기대하게 된다. 마지막 퍼포먼스가 없었다면 서운할 뻔했다. 신혜성에게는 상대가 너무 나빴다.

스윗소로우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완벽이 왜 완벽인가.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남는 부분을 덜어낸다. 아니 남는 부분이 있으면 그 주위까지 모두 채워 평평하게 만든다. 스윗소로우의 음악이다. 사기다. 반칙이다. 이렇게나 멋진 목소리를 가진 남자 넷이서 서로의 단점을 채워가며, 서로의 장점을 살려가며 화음을 만들어가는데 누가 감히 그와 상대나 되겠는가? 어떤 노래와 만나도 그것은 '스윗소로우'의 것이 되어 버린다. 김범룡의 '카페와 여인'이 낡은 흑백사진이었다면 스윗소로우의 '카페와 여인'은 입체영상이다. 스윗소로우만의 다채로움과 풍성함이 추억속에 갇혀 있던 장면들을 눈앞에 다시 옮겨 놓는다.

정동하는 착한 남자다. 그러면서도 나쁜 남자다. 무대 뒤에서 그는 한없이 수줍은 착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무대위에서의 그는 단 한 순간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건들거리며 사람을 내려다본다. '바람바람바람'에는 그같은 정동하의 이중적 모습이 담겨 있다. 노래가 가리키는 '바람'이 마치 정동하 자신인 것 같다. 정동하의 매력이다. 진짜 나쁜 남자다. 착한 남자라면 헷갈리지 않게 설사 나쁜 모습이더라도 일관된 자신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정동하는 무대 위와 무대 뒤에서 서로 정반대인 모습이 모두 자기의 모습이라 주장한다. 여성관객들이 설레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어지간한 남자라면 그같은 모습들이 무척 민망하고 어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동하의 매력이 <불후의 명곡2>를 통해 피어나기 시작한다.

B1A1의 무대는 감성이 충만했지만 그 충만한 감성이 조금은 넘쳤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기는 아직 젊다. 젊다기보다는 어리다. 나이 먹고 자기의 처지가 불쌍하다고 불쌍한 티를 내려 하면 궁상맞아 보일 뿐이다. 자존심이 있는데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없다. 김영배가 부른 '남자답게 사는 법'은 그런 노래다. 자꾸 늘어지려는 어깨를 애써 곧추세우고 짐짓 당당하게 걷고자 하는 남자의 허세가 바로 이 노래에 담겨 있다.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괜찮아. 눈물을 삼키며 억지웃음마저 지어보인다. 그에 비하면 확실히 B1A4의 넘치는 감성은 앳된 느낌마저 있다. 솔직하다고나 할까? 굳이 남자다우려 하지 않는 오히려 그 또래만의 패기가 느껴진다. 산들은 노래를 무척 잘한다. 노래에 감정을 실을 줄 안다. 그다지 필자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해석이었지만 우승할 자격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무대였다.

오랜만이었다.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김범룡의 노래 하나는 거의 반드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선곡해 부른다. '남자답게 사는 법'은 그 가운데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우울하고 힘들 때 그래도 아무렇지 않다며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필자 역시 그렇게 걷고 싶다.

그야말로 신의 손이라 할 만하다. 첫출연인 제아와 신혜성, 그리고 아이돌 맞수였던 신화와 GOD, 이어 <불후의 명곡2>의 라이벌이라 할만한 스윗소로우와 정동하가 맞붙는다. B1A4의 우승은 대반전의 드라마였다. 신동엽의 손에 <불후의 명곡2>가 움직인다. 우연이겠지만 필연의 드라마로 만드는 입담이 그에게는 있다. 웃으며 놀라며 그리고 감동한다. 신동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여전히 최고의 MC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다.

시대란 문화다. 저변이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바뀌고 그에 따라 문화도 사람들도 조금씩 바뀌어간다. 같은 것은 없다. 음악도 같지 않다. 80년대 김범룡의 히트곡들은 그렇게 지금의 후배들과 만나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 전설과 후배가수들이 만난다. 그것은 새로운 창조다. 그것이 즐겁다. 한 주의 즐거움이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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