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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2.18 15:34

KBS2TV '프레지던트' 권력이란 고독하다...

마침내 드러난 유민기의 정체 !

 

장일준이 마침내 조소희를 캠프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자신을 위해 소유한 호텔 몇 개를 넘겨주어가며 선거를 도와준 조소희의 아버지, 즉 자신의 장인에 대해서도 그 도움을 거절하기로 한다. 자금사정도 안 좋고 참모 기수찬의 조언도 있지만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

"어둠이 너무 짙으면 빛마저 삼킬 수 있지. 나는 당신의 어둠이 두려워"

반발하는 조소희에게 장일준이 한 말이다. 본심이었을 것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본능이었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조소희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 조소희의 권력의지에 자신의 권력의지를 잡아먹힐 수 있겠다. 더 이상 그렇게 되면 권력은 자신의 권력이 아니게 된다.

권력이란 오롯한 것이다. 콩은 나누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은 나눌 수 있다. 권력을 나누는 순간 권력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니게 된다. 다른 의지가 권력에 섞여드는 순간 권력을 얻고 그 권력으로 무언가를 이루려는 자신의 의지는 오염되고 왜곡된다.

어떤 정치인이 작은 이상이나 포부 하나 없이 정치를 시작했을까? 많은 정치인들이 처음에는 보다 나은 정치,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며 정치에 입문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더럽혀지고 타락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주위와 얽히다 보니까. 계보에 얽히고, 당파에 얽히고, 가족에 얽히고, 후원자에 얽히고, 그러면서 원래의 뜻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점차 위축되고 제 빛을 잃어간다.

"후보님은 혼자만의 몸이 아니란 말입니다. 후보님을 위해 뛰는 수많은 지지자들, 자원봉사자들을 생각하십시오. 그들을 버리실 생각이십니까?"

도저히 백찬기의 방식에 동의하지 못하는 김경모에 대해서도 백찬기는 그같이 다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김경모는 백찬기의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일정부분 백찬기의 방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단 하나였을 것이다. 오로지 이번만 이번 한 번만 단 한 번이었을 것이다. 무척이나 꺼려지고 소극적인 단 한 번. 그러나 그것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넷이 되고, 그때부터는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 오히려 원래의 의지를 잡아먹게 된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혹은 정치에 입문한 초년병시절 가졌던 순수는 이제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어느샌가 흉측한 괴물만이 남게 된다. 처음의 순수했던 뜻을 잃어버린 채 구태정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고상렬과 같이. 고상렬이 처음 정치에 입문했던 뜻은 얼마나 순수했던가.

권력이란 누구보다 이기적이어야 한다. 탐욕스러워야 하고 배타적이어야 한다. 권력이란 오롯한 자기 것이어야 한다. 누구로부터도 침해당하지 않고, 누구로부터도 침범당하지 않고. 물론 그럴 수 없는 것이 정치이기는 하겠지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며 어디서부터는 거부할 것인가. 역사상 이름을 남긴 정치가들은 그래서 그만큼 손에 피를 묻히며 그 위치를 이루었다.

야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 이상이 큰 사람이다. 그를 위해서는 권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자신을 위해서도. 죽은 형을 위해서도. 그것을 아내라 해서 결코 나눌 수는 없다. 아무리 고맙고 존경하는 장인일지라도 그런 것까지 나누고 함께 하지는 못한다.

가족으로 인해, 아내와 자식으로 인해, 혹은 다른 측근들로 인해 끝내 곤란에 빠지고 세상의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하는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다. 해주고 싶은 말이다. 더 욕심을 내라고. 더 이기적이 되라고. 가족이나 측근만이 아닌 스스로 오롯한 자신의 이상과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라고. 차라리 주위에 욕을 먹더라도 역사에 칭찬을 듣는 정치인이 되라고. 가까운 이들로부터 듣는 칭찬은 아무 의미가 없다.

왜 장일준이 주인공인가. 왜 장일준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는가? 시즌제로 제작하여 이후 대통령 장일준의 모습을 그릴 예정이었다 했을 때 설렌 이유였다. 이런 정치인도 필요하지 않을까? 입에 발린 국가와 국민보다, 가족과 친구, 동지라는 개인적인 인연에 연연하는 다정함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야심과 이상에 오롯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의 모습이 말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시청율이 낮은 것을 안다. 한국사회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에서 사람들은 권력자에게서 인정을 바란다. 다정함을 요구한다. 따뜻함을 기대한다. 이타적이기를 바라고 금욕적이기를 바라고 그래서 입에 발린 소리라도 국가와 국민, 민족을 말해주기를 바란다. 가족에 다정하고 측근들에 따뜻하고 그래서 인간적으로 신뢰하고 애정할 수 있기를.

그러나 드라마는 그런 것을 거부한다. 심지어 장일준은 정직하지조차 않다.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고 필요하다면 권모술수를 동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 악역으로 나오는 백찬기보다도 더 야비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치수가 비밀리에 꾸민 일을 오히려 백찬기보다도 빨리 눈치채고 확신을 가질 수 있어던 것도 그래서다. 누가 그런 대통령을 좋아할까? 현실에 가장 필요한 정치인이더라도 그런 대통령을 누가 필요로 할까?

더구나 드라마는 첨예한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편 장일준 개인과 주변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려던 것에서도 실패하고 있었다. 유민기와 장인영의 로맨스, 그리고 장일준과 아내 조소희와의 관계, 아들 장성민과의 관계, 그리고 배다른 형제인 유민기와 성민, 또 아버지 장일준과 아들 유민기. 그러나 그것마저도 너무나 어둡다.

한 번도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자란 사생아 유민기와 그런 유민기를 증오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소희, 그로 인해 유민기와 장인영의 관계는 집안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제는 장성민마저 장일준과 유민기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반발하여 뛰쳐나려 하고 있다. 마치 이것만 따로 떼어내도 하나의 막장드라마가 나올 정도다.

그나마 배우들의 연기라도 훌륭했으면 그것 때문에라도 설득력이 있었을 테지만. 그러나 최수종, 홍요섭, 김규철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 사이에 아이돌 출신의 젊은 신인들의 연기는 처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고 있으면 그 부분만 완전히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분위기 자체가 암울한 것이 정치현실이 보여주는 암울함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데 그것마저도 연기가 시원치 않아 몰입이 되지 않는다. 설득력이 부족하다. 극의 짜임새나 재미에 대해 불만을 가질 법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소희가 성민에게 유민기의 존재를 알린 것에 대해서는 단순히 막장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복선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마침내 기자가 유민기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가 장일준의 숨겨둔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말았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빌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을 아내 힐러리 클린턴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듯 말이다. 아마도 그를 위한 정지작업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조소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을 보여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막연히 기대하게 된다. 이 또한 드라마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그저 허투루 이야기를 그렇게 몰아가지는 않았으리라는 믿음이다.

중견연기자들의 힘은 확실히 대단하다. 시나리오 또한 현실을 바탕으로 매우 탄탄하게 쓰여져 있다. 그러나 정치와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그리고 중견 연기자들에 한참 못미치는 신인연기자들의 미숙함이 조화를 깨고 몰입을 방해한다. 명품드라마가 될 수 있었지만 그 바로 앞에서 주저앉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여전히 몰입해 보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닫는다. 그런 힘이 있는 드라마다.

이제 끝이 보인다. 그리고 그 끝에 이제까지 극의 또 한 중심을 이루던 장일준과 유민기의 관계가 극적인 순간에 대미를 준비하고 있다. 힘이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과연 어떻게 마무리지어질 것인가. 드디어 다음주 끝까지 수미일관하여 화룡점정을 찍는 드라마로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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