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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25 08:38

내게 거짓말을 해봐 "현기준, 공아정과 키스하다!"

이제 좋은 시간은 끝났다.

 
사랑은 한 순간에 찾아온다. 예고하지 않은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 우연처럼. 그리고 운명처럼. 자신도 알지 못한다.

너무 진도가 빠르지 않을까? 이제 6회. 처음 아무런 감정 없이 전혀 모르는 사이이던 사람들치고는 전개가 빠르다. 그새 벌써 키스까지. ‘현기준 5종세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완고한 남자 현기준과 첫사랑의 환상을 아직도 품고 사는 메마른 여자 공아정의 만남이 어느새 사람들 앞에 키스까지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될 줄이야.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란 것이니까. 지난 5월 23일 5회에서 서로 정 반대편에 있던 두 남녀가 운명처럼 만났다면, 이제는 서로 사랑할 때가 된 것이다. 운명같은 사랑이란 서로 조금씩 알아가며 좋아해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문득 깨닫는 것. 아니 마음보다 먼저 행동이 앞서는 것일 게다. 돌이켜 보니 나는 그를 좋아했다.

하기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에서처럼 차근차근 서로의 장점을 알아가고 그래서 조금씩 호감을 쌓아가고... 그러기에는 현기준과 공아정 두 사람에게 너무 접점이 없다. 처음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바로 전까지 오히려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뿐이었고, 더구나 공아정을 전혀 탐탁치않아 하는 현명진 회장(오미희 분)의 태도처럼 현실의 조건에서도 그다지 어울리는 사이는 아니다. 사랑에 빠지고 역경을 넘어선다면 모를까 역경을 넘어서면서 사랑에... 그것도 상당히 재미있기는 하겠다. 필자가 원래 기대하던 이야기였다.

서로 없는 접점을 찾아가기보다는 기왕에 억지 결혼에서 비롯된 헤프닝에 가까운 시작이었으니 그 헤프닝을 운명으로 필연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원래 만났어야 했던 사람이었고 사랑에 빠졌어야 하는 사이였다. 로맨틱 코미디의 판타지일 것이다.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에 구애정에 느끼는 감정처럼. 윤필주가 구애정에게 가지게 된 호감처럼. 그리고 아닌 척 하면서도 어느샌가 쏠리고 마는 구애정의 반응처럼.

여러 가지로 비교된다고나 할까? 독고진과 현기준, 구애정과 공아정, 이름까지 비슷해서 곧잘 구애정과 공아정을 헷갈리기도 한다. 꽃비가 흩날리는 가로수길과 바다가 보이는 유원지에서의 고백. 마치 순정만화의 한 장면 같은 어쩌면 여성취향의 판타지일 것이다. 차이라면 <최고의 사랑>의 경우 똑같은 작위적인 설정과 구성에도 불구하고 구애정이라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현실과의 접점을 고수하고 있다면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공아정마저도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로 여겨지기 쉽다는 점일 것이다.

허무맹랑하다. 물론 배우의 매력에서도 차승원과 강지환은 차이가 있다. 공효진과 윤은혜도 아직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얼마나 극 속에 이입하며 그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차라리 말한 것처럼 거짓결혼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역경을 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다. 일단 오윤주를 끌어들이고서 현명진 회장이라는 장애를 넘는 과정에서 보다 공아정을 현실적인 캐릭터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지금의 이야기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아서 그것이 부담없이 유쾌하게 웃기에 좋다.

알고 보니 현기준의 비서인 박훈(권세인 분)이 공아정의 스파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 있는 동생 현상희(성준 분)가 공아정의 옆에 붙어서 온갖 모략을 꾸며 현기준을 곤란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일촌이라며 박훈마저 공아정의 부탁에 현기준이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현기준더러 공아정을 도우라 압박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 비서인가?

아마 그것 때문에도 이야기는 이렇게 빨리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모든 이야기의 발단은 공아정이었다. 현기준은 열심히 자기 일 잘 하고 있다가 엉겁결에 공아정의 사정에 휘말려든 것뿐이었다. 법적인 해결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그는 철저히 일방적인 피해자였다. 즉 공아정을 법정에 세우고 처벌하려 하지 않는 한에는 여전히 현기준은 공아정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상희가 나서고 이번에는 비서 박훈마저 한 손 거들게 되는 것처럼.

물론 그렇게 자기 의지도 아닌데 주위에 휘둘려 어쩔 수 없이 떠밀리고 마는 모습 자체가 재미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번이지 내내 곤란해하고 난처해하며 불편함과 불쾌감을 그대로 내비치게 되면 마냥 재미있을 수 있을까? 자칫 현기준의 감정에 이입하기라도 했다가는 정작 여주인공인 공아정이 비호감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담이 크다. 그보다는 일찌감치 현기준이 공아정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이후의 이야기들이야 크게 문제가 되 것이 없을 것이다.

장애가 필요하면 현명진 회장도 있고, 현상희도 오윤주(조윤희 분)과의 현기준과 얽힌 감정도 있고, 오윤주 역시 과거의 일로써 현기준을 두고 공아정과 라이벌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악역인 오유란과 그 친구들을 더하면 필요한 난관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굳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끌림을 느끼고 그것을 깨닫고 확인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리지 않더라도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된 연인에게는 필연처럼 장애가 따르는 것이다.

과연 오윤주가 전면에 나서게 되었을 때 현상희의 반응은 어떻겠는가? 현상희의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가겠는가? 아니면 지금대로 유지될까? 그러기에는 현상희와 현기준, 오윤주 사이의 관계가 드라마에서도 중유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현명진의 존재가 현기준과 공아정 사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물론 그 전에 키스까지 하고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 필요하겠지. 그것까지도 또 한참일 것이다.

아무튼 역시나 지니.

“나는 네 신데렐라의 요정할머니야!”

그보다는 장화신은 고양이가 더 어울리겠다. 주인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준다. 주인공이 바란다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

어렸을 적 그런 만화가 있었다. 재벌 2세라고 사기치고 다니는 주인공의 주위에 마치 부하처럼 쫓아다니는 진짜 재벌 2세. 주인공의 허풍은 갈수록 세지고, 그에 따라 부하인 진짜 재벌 2세의 행동도 분주해진다. 그리고 어느새 허풍치는 것마다 모두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에 주인공은 스스로 착각해 버린다.

“나는 드디어 기적을 이루었도다!”

결혼반지에 이어 집들이를 위한 집까지. 거짓말도 갈수록 커지고, 그럼에도 장화신은 고양이는 주인공이 바라는 바를 모두 들어준다. 그래서 신데렐라의 요정 할머니라 하는 것일 게다. 그보다는 억지스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드는 작가의 손발일 것이다. 요정이 부리는 신통력은 작가가 부여한 것일 테니. 진중권이 말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하필 현상희가 현기준의 동생이며 현명희 회장의 조카일 것은 무언가.

하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현상희의 존재를 현기준에게 들켰다는 것이 앞으로의 전개를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상희의 존재를 모른다면 현상희는 여전히 요정으로써 공아정과 현기준과의 관계를 돕겠지만, 현상희의 존재가 드러났다면 더 이상 요정으로 존재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원래 이야기에서도 요정이니 요괴니 하는 것들은 정체를 들키게 되면 힘을 잃거나 사라져버리게 마련이다.

하긴 그 쯤 되면 또 공아정의 옆에는 현기준이 있기도 할 터이니. 현기준이 공아정의 옆에 있는데 굳이 현상희가 그 사이에서 큐피트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는 다른 형태로 작가의 의지를 받아 두 사람 사이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는 그리고 오윤주에게 달려 있을 테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덧붙여 오유란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결국 상당히 억지스럽고 황당하게까지 여겨지는 이야기에 개연성이라는 것을 불어넣는 것은 다름아닌 오유란의 존재가 아닐까. 이상화한 듯하다. 열등감, 허영, 사치, 질투, 증오, 공포, 분노, 온갖 안 좋은 감정들이 오유란을 중심으로 회오리친다. 그것이 공아정을 건드리고 공아정을 자극하여 이런 허황된 상황을 만들고.

“한 번도 자존심 구겨 본 적 없죠. 그럼 함부로 아는 체 하지 마요!”

비서 박훈이 현기준에게 들려주는 여자의 자존심일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던가? 여자가 자존심을 구기면 하지도 않은 결혼을 하고 남편까지 생기게 된다. 바로 그 반대편에 오유란의 존재가 있기에 공아정의 저러한 상처입은 표정이 이 모든 일의 원인으로써 정당하게 납득된다. 오죽했으면. 그런 힘이 있다. 그런 힘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충분하다. 훌륭하다.

어쨌거나 이제 키스까지 하고, 서로에 대한 자신의 감정 또한 어렴풋이든 확실하게든 깨닫게 되었을 테니, 이제 남은 것은 당연한 고난과 역경일 것이다. 서로 오해하고 갈등하고 다치고 아파하고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해피엔딩. 코미디니까. 코미디란 희극을 의미한다. 웃겨서 희극이 아니라 행복해서 희극이다.

다만 그 과정에 대해서. 역시 현상희와 오유란이야 말로 그 열쇠가 될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역할을 하는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유일 것이다. 이들이 있어 재미있다.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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