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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미녀 "악녀 강윤서의 사정"
어머니께서 즐겨 보신다.
2011년 05월 25일 (수) 07: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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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사실 그러고 보면 악역이라고 비난들을 하고 하지만 악역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좋아하는 남자다. 오래도록 지켜보아왔고 어떻게 해서든 그와 이루어지고 싶다. 그런데 그 사이에 끼어든 근본도 모르는 ‘저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좋아하는 남자 앞에 얼쩡거리는 것도 꼴사나운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마저 자기의 영역을 침범해 온다. 전혀 커리어에서 상대도 되지 않는 초짜가 남자의 도움으로 어느새 자신과 나란히 서게 되다니. 남자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기에 딸과 가끔 놀아달라 부탁하는 그것도 역시 위협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문득 그런 위협적인 대상에 대한 - 아니 어쩐지 하찮고 성가시고 미운 상대에 대한 약점을 손에 넣었다. 무려 9살이나 속이고 동생의 이름을 빌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25살이라고 막내취급 받으면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알고 보니 벌써 34살이다. 과연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더구나 기껏 사실을 알고 그것을 남자에게 전하려 했더니 이번에는 그 동생이 앞을 가로막는다. 학창시절 친구였다는 이유로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겠다며 협박까지 해 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디자인한 옷이 매장에 걸릴 때까지만 일하겠다. 그런데 옷은 매장에 걸리는데 어째서 그녀는 전혀 회사를 그만둘 기색이 아닌 것일까.

차이라면 강윤서(김민서 분) 팀장처럼 대놓고 밉살맞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 것이다. 현이사나 그녀의 딸 강윤서나 정말 대놓고 악역의 표정과 몸짓을 보여준다. 사실상 디자인실의 다른 직원들과 하는 것이 그렇게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조금 더 독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겠지.

악역의 숙명일 것이다. 솔직히 5월 24일 8회를 보면서는 그렇게 이소영(장나라 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렇게 디자인이 꿈이라 했었다. 이번에 자기가 디자인한 옷만 시장에 나오면 회사를 그만두어도 좋다고. 그런데 생산지시서가 중간에 증발하면서 제품화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하는 것이란 절망하고 좌절하는 것. 최진욱(최다니엘 분)은 어떻게든 사흘의 말미를 얻어 옷을 생산해 줄 공장을 섭외하려 하는데 그 앞에서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하고 있다. 그리고는 정작 디자인한 옷이 시장에 나오려 하자 또 그만두겠다는 말은 잊은 채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계속 하려는 중이다.

한 마디로 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옷을 디자인하고, 지승일(류진 분) 사장의 딸 현이(안서현 분)이와 놀아주고, 최진욱과 어울리는 것 정도. 내가 강윤서라도 저러겠다. 아마 흥부전을 보면서 어느새 놀부에 자신을 이입하면서 흥부를 욕하게 되는 심리와 비슷할 것이다. 나쁜 것은 사람이 원래 그렇기도 하니 용서가 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착하다며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참 전형적인 주인공이다. 전형적인 악인이고. 하는 것 없이 착하기만 한 주인공과 오히려 유능한데다 열심이기까지 한 악역과. 그러고 보면 전통적 가치에서 악이란 기존의 정지된 상태를 깨뜨리는 것이다. 가만 내버려두어도 알아서 잘 사는 것 괜히 들쑤셔 변화를 일으키는 것.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물론 그럼에도 현이사(나영희 분)는 말할 것 없는 악역일 테지만 말이다. 이소영이 아닌 그 위의 지승일을 위협하며, 이소영을 감싸주는 백부장(김미경 분)을 곤란에 빠뜨리는 차원이 다른 힘과 지위와 능력을 가진 존재. 이소영이 끝내 꺾어야 할 대상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강윤서는 단지 인간적인 부대낌에 불과할 것이다.

아무튼 이소영에게 있어서도 지승일이란 부성을 느끼게 하는 존재일 테고, 지승일에게도 아버지로서 딸과 어울려주는 고마운 존재로써 이소영이 보이고 있을 뿐이다. 두 사람 사이에 로맨스가 생기기에는 먼저 지승일에게 부성이 아닌 남성을 먼저 부여하는 것이 어떨까? 깎아놓은 조각상 같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오로지 사장일 뿐이고 아버지일 뿐이다. 만일 지승일과 최진욱이 이소영과 삼각관계를 이루자면 도대체 얼마나 그 사이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최진욱은 남자라기보다는 오빠, 혹은 남동생에 더 가깝다. 확실히 서른 넘어가면 20대의 설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 지승일같은 아버지이거나, 최진욱 같은 오빠, 혹은 남동생이거나. 어찌되었거나 착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드는 이소영을 보듬자면 그런 역할이어야 할 테니까. 이소영도 그다지 이성으로서 끌리는 것 같지 않고 난관이 적지 않겠다.

로맨틱 코미디라기에는 남녀 사이의 달달한 사랑이야기라든가, 야릇한 밀고당기기 같은 것들이 너무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을까. 사랑이라기에는 보살핌이고 운명이라기에는 단순히 일방적으로 도와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붙은 부제가 “명랑이소영성공기”. 어쩔 수 없이 장나라가 주연임을 깨닫게 된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넘나드는 최진욱의 연기는 확실히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고, 류진의 깎아놓은 듯한 캐릭터는 드라마에 확실한 중심을 부여한다. 오히려 남자들에 비해 이소영의 캐릭터가 너무 약하지 않을까. 장나라의 이소영은 그야말로 이 이상이 없다 할 정도지만. 김민서는 강윤서가 갖는 감정의 미묘한 선을 잘 잡아내는 듯하고, 지주희를 연기하는 현영은 생각없이 착한 걱정없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나영희와 김미경의 감정대결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일 것이다. 이후 김미경의 자리에 류진이나 장나라가 들어갈 듯하고. 확실한 악역의 존재가 단단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된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마음을 놓는 사이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고, 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사이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 또 넓어지고 또 사건이 해결되고. 강윤서가 이소영의 나이를 알아차린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이소영이 디자인한 7부 자켓의 생산문제가 걸리고, 그것이 해결되고 나니 이번에는 강윤서가 다시 이소영의 나이를 폭로하려 든다. 처음 나이에 대해서는 지주희의 도움을 받았고, 지승일의 딸 현이를 통해 지승일과의 관계도 깊어지고, 그로 인해 강윤서와는 더욱 감정의 골이 패이고, 7부자켓의 생산문제를 해결하는 사이 최진욱과의 관계는 돈독해진다. 그러면 다음에는?

마치 주인공 로봇이 악당 로봇을 물리칠 것을 알면서도 긴장하며 TV앞에 앉는 아이의 심리와도 같다고나 할까? 뻔하다 뻔하다 하면서도 감히 외면하지 못하는 중독성이 거기에 있다. 익숙함이란 진부함이기도 하지만 편안함이기도 하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신다.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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