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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0.16 09:44

울랄라부부 "월하노인 vs 무산신녀, 어째서 부부는 연인을 꿈꾸는가?"

부부와 연인의 경계와 의미를 묻다.

▲ 사진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쩌면 월하노인(변희봉 분)과 무산신녀(나르샤 분)의 존재야 말로 이 드라마의 주제 그 자체일 것이다. 남녀를 부부로 맺어주는 월하노인과 초나라 회왕과 운우지락의 고사를 만든 염정의 무산신녀, 하필 고수남(신현준 분)과 나여옥(김정은 분)은 부부로 맺어져 있으며, 고수남과 빅토리아(한채아 분)는 전처인 나여옥이 인정할 정도로 깊은 사랑의 감정으로 이어져 있다. 때마침 나타난 나여옥의 첫사랑 장현우(한재석 분)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비로소 깨닫게 된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어느새 잊고 있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말한다. 한 몸이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쉽게 잊고 만다.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헤어지고 나면 결국 남이 되고 마는 타인이라는 것을. 별개의 인격을 가진 독립된 존재다. 긴장이 사라진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 쉽게 말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자존감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연애를 하던 시절에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아직은 타인이니까. 사랑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남이다. 그에 비해 나여옥에게 고수남이란 남편이라는 이름의 가족이다. 마음껏 기대고 응석부려도 된다. 어떻게 대해도 여전히 그들은 가족일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 되기 전 연인단계에서 고수남과의 사이가 틀어지면 빅토리아는 영영 그와 남이 되는 것이다. 아직은 타인으로서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빅토리아와 고수남, 그리고 어느새 타인을 넘어서 가족이 되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서로를 대하고 있었던 고수남과 나여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살갑다가도 결혼하고 나면 사람이 돌변한다.

어째서 남편을 위해 빈 말이라도 기를 살려줄 수 있는 한 마디를 해주지 못했는가. 잘생겼다. 멋지다. 훌륭하다. 남편의 일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제서야 무려 100명에 이르는 VIP에 대해 일일이 기억하고 접대한다는 말에 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를 개닫게 된다. 그런 한 편으로 집안에서 나여옥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고수남 역시 한 번도 진지하게 깊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막상 자기가 나여옥의 입장이 되어 당하고 보니 모든 것이 억울하고 부당한 것 투성이다.

빅토리아의 고수남에 대한 간절한 감정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더욱 드라마의 주제가 도드라져 보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인가? 아니면 부부로서 서로에 대한 의리인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행복을 찾아 서로 등을 보이며 돌아서는가? 아니면 부부로서의 자각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가? 그보다 먼저 낙하산으로 내려온 장현우에게 총지배인의 자리를 빼앗기고 심지어 호텔지배인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여옥으로 인해 지배인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고수남 자신의 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여옥은 과연 고수남을 대신해 훌륭히 호텔지배인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는가?

결국은 고수남의 일을 이해한다는 것은 고수남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하필 호텔에는 고수남과 연인관계에 있는 빅토리아가 있다. 어째서 고수남은 빅토리아에게 빠져들었는가? 빅토리아는 과연 무엇을 보고 고수남에게 사랑을 느꼈는가? 반면 나여옥이 된 고수남 앞에 놓인 과제는 고수남의 어머니 박봉숙(정재순 분)과 누이 고일란(쥬니 분)과의 시월드일 것이다. 고수남 자신에게는 어머니이고 누이지만 나여옥이 되면서 그 앞에 '시'자가 붙으며 전혀 다른 시월드를 만나게 된다. 나여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공중파 - 그것도 보수적인 국영방송 KBS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제목부터가 <울랄라부부>다. 이혼까지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부부다. 사랑보다는 의리다. 나르샤보다는 변희봉 쪽이 배우로서 무게감이 더하다. 가정을 지킨다. 가족을 지킨다. 가엾은 것은 하필 고수남과 사랑에 빠진 빅토리아다. 그녀를 위한 이야기도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면서 이루는 행복이란 보수적인 도덕관념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빅토리아의 지순한 사랑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는 마음일 것이다. 나여옥마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인생에 한 번 쯤 그녀의 뜻대로 행복이 찾아오기를. 고수남 역시 결코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 사랑하는 연인의 이야기라면 몰라도 부부가 서로 싸우고 다투고 하는 이야기는 성인들에게나 관심이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랑이 식어 서로를 원망하고 증오하며 마침내 헤어지고 마는 이야기란 아직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나이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만큼 성인에 어울리는 은밀한 농담이 드라마에서는 허용된다. 음란하다기보다는 무언가 짓궂은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은밀한 이야기일 것이다. 때로 그 표현이 수위를 넘나든다는 것이, 심지어 고일란의 눈에 비친 고수남, 나여옥 부부와 이백호(최성국 분), 나애숙(류시현 분)부부의 관계란 자칫 스와핑으로까지 오해받기 쉬운 것이다. 그렇게 절묘하게 몰아가고 있다. 터무니없는 오해라는 사실이 헛웃음을 불러오며 야릇한 상상마저 더하게 된다.

성인취향이다. 단지 야한 성인취향의 대사나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다. 아마도 드라마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 아니 드라마 자체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부부관계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아니라면 단지 고수남은 바람이나 피는 나쁜 놈이고 나여옥은 고수남에게 배신당한 불행한 피해자로 남을 뿐이다.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빅토리아 역시 그저 남편이 바람핀 상대로서 설정된 캐릭터는 아닐 것이다. 세상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부부관계란 더 그렇다.

드라마가 어떻게 끝날 것인가는 지금 단계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가는 바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다. 여전히 빅토리아는 고수남에 대한 지순한 애정을 보이는 여인으로 그려질 것인가? 그녀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고수남이 된 나여옥과 나여옥이 된 고수남의 변신도 흥미롭다. 김정은은 김정은으로 신현준은 신현준으로 돌아간다. 서로 자신의 모습이 되어 있을 때 드라마도 훨씬 자연스럽고 이입도 쉽다.

전생의 이야기는 사족이었다. 그보다는 전제였을 것이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 있다. 전생에서부터 결정된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있었다. 그래서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그리고 그같은 부부의 현재를 월하노인과 무산신녀를 통해 되돌아보도록 만든다. 무엇이 과연 부부를 부부이도록 만드는가? 사랑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흥미롭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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