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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8.14 09:36

신의 "하필이면 닮은 꼴, 그러나 색다르다."

판타지 원작이 드라마로 훌륭히 재해석되다.

▲ 사진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참으로 시기가 고약스럽다. 시간을 거스른다. 더구나 의사다. 하필 우리 역사의 격동기다. 일제강점기를 앞둔 조선말이고, 원으로부터 자주성을 회복해가던 고려말이었다. 그나마 차이라면 의사가 각각 남자와 여자로 성별이 다르다는 것과, 과거로 거슬러가는 계기가 우연한 초자연적인 힘과 누군가의 자의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닮았다.

물론 <신의>의 원작은 인면수라고 하는 필명을 쓰는 장경섭 작가의 판타지소설 <의선사겁>이다. 어차피 과거로 환생해서 거슬러 올라가나 누군가에게 팔목을 잡혀 과거로 끌려가나 크게 차이는 없다. 오히려 모든 의학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던 원작의 주인공에 비해 외과가 힘들어서 성형외과로 전공을 바꿨다고 하는 드라마의 설정 쪽이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기는 판타지소설이니 보다 보편적인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그런 설정을 썼다간 그다지 좋은 말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결국 드라마라고 하는 매체에 어울리는 나름의 선택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듬고 고치고 그리고 새로 맞추어 써냈다. 마치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그 새로 써낸 작품의 형태가 마치 현재 다른 방송사에서 방영중인 어느 드라마의 그것과 무척 유사하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어째서 환생을 대신하는 것이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이어야 했는가? 그리고 또 하필 시기는 왜 고려말 공민왕의 치세여야 했는가? 세부적으로야 당연히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잊게 만들 정도로 얼핏 흘리면서 보려 했을 때 유사점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차라리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방송을 내보냈다면 어떤 장르적 유사성으로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으련만.

하지만 그럼에도 무척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만화를 차용하여 드라마의 비현실성을 강조한 것이 좋았다. 이것은 판타지다. 실제의 역사가 아니다. 역사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당연하게 화타가 승천한 장소에서 최영은 아무렇지 않게 현대로 건너와 유은수(김희선 분)와 만날 수 있었다. 유은수의 실력을 보기 위해 자신을 막아선 직원의 목을 칼로 그어버리는 장면에서는 생뚱맞지만 역시 다른 시대에 사는 다른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나머지 사소한 부분에서의 어색함이야 어차피 진지하게 보는 드라마는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TV드라마에 얼굴을 비춘 김희선의 모습도 반가웠다. 순수한 열정과 타산적 이기가 공존하는 매우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려 하는데 그것이 자신의 의학적 연구를 위한 자금이 부족해서였다. 그러면서도 그 연구가 성공할 경우 로열티로 돈을 갚을 계산부터 한다. 외과가 힘들어서 성형외과로 전공을 바꿨다. 환자를 치료할 때는 의사로서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가 최영의 무력 앞에 한없이 망가지며 약한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톤에 변화가 없는 이민호와 오랜만이라 새로운 느낌의 통통튀는 김희선의 매력을 기대해본다. 과연 유은수의 캐릭터만큼이나 통통튀는 이 드라마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마무리가 어색하다. 꽉 짜여진 느낌은 주지 않는다. 대신 만화적인 느슨함이 있다. 굳이 심각하게 고민할 것 없이 그냥 그렇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이 있다. 나쁘게 보자면 성의없는 것이고, 좋게 보자면 대범한 것이다. 다만 역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와 유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비슷한 내용이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고 있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서로 비교하려 들게 된다. 그같은 비교를 이점으로 만들려 한다면 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아직 많이 아쉽다.

아무튼 필자 역시 읽어 본 적 있는 소설이었다. 사실 그다지 크게 인상에 남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무공의 특수한 속성을 이용해 현대의학과 접목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신선했었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것을 드라마의 개성이자 강점으로 전면에 내세웠어야 했었는데. 과연 다른 드라마와의 유사성에 대해 시청자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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