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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8.12 10:23

유령 "이연희와 곽도원의 뒤바뀐 자리, 환경이 바뀌다."

전형적인 한국드라마의 멜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

▲ 사진='유령'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이번주 종영한 드라마 <유령>은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기는 했지만 사이버범죄를 본격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고, 그에 따른 색다른 스릴러의 구조와 구성이 드러나고 있었다. 역시 그 또한 허술한 마무리로 빛을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 사이에 멜로가 사라진 보다 장르에 충실한 드라마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찌 보면 고무적인 것이다. 스릴러의 장르는 말 그대로 스릴러에 충실해야 한다. 수사물이라면 수사 자체에 집중해야지 어느새 주인공 사이에 사랑싸움으로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오죽하면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말하기도 한다. 한국드라마는 장르를 불문하고 장르의 형식을 빌어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멜로드라마 뿐이라고. 그런데 정작 주인공 사이에 멜로라인이 사라져 있으니 한국드라마, 특히 장르드라마에 있어 나름대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실제로도 그러했는가?

당장 드라마 초반으로 돌아가 보자. 드라마 초반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강미(이연희 분)는 아직 김우현이 되기 전인 하데스 박기영(최다니엘 분)과 심상치 않은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박기영이 김우현(소지섭 분)이 되고 난 뒤에는 유강미가 원래 김우현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박기영으로 하여금 김우현이 될 수 있도록 그를 적극적으로 보호한 것 역시 유강미였다. 중반까지도 유강미는 김우현의 중요한 파트너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같은 유강미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역시 유강미를 연기한 이연희에 대한 연기력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더불어 미친소 권혁주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두 사람의 입장이 역전되었다. 김우현의 정체를 의심하며 그를 뒤쫓았어야 하는 권혁주가 어느새 김우현이 박기영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순순히 그 사실을 받으들이며 그를 동료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수사에 있어 권혁주에 미치지 못하는 유강미는 서서히 그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다. 초반과 중반, 그리고 후반의 유강미의 비중을 비교해 본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 후반에는 거의 용의자를 체포할 때 권총을 들고 겨누는 장면 이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한국드라마 장르를 무시하고 주인공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의학드라마에서는 의사이든 간호사이든 환자를 치료해야 하고, 기업드라마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업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능력이 좋거나, 아니면 신분이 특별하거나, 장르에 어울리는 자기의 역할이 있을 때 그 안에서 서로 파트너로서 인간적인 교감을 넘어 이성적인 어우러짐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드라마에서 정작 여자주인공이 수사를 않고 있었다. 아니 과연 후반의 유강미만 보자면 배상우(임지규 분)나 이태균(지오 분)등에 비해 그렇게 비중있는 배역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다시 말해 일부러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함께 가까이 붙어 있는 시간이라도 많아야 정분이라도 싹튼다. 서로에 대한 이성적 호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서로에 대해 이성으로서 호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서는 겨우 생겼을 감정마저 사그라들기 쉽다. 그리고 그녀를 대신해 권혁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유강미로서는 억울하게도 권혁주의 경우 일과 관련한 만남을 통해 최승연(송하윤 분)과 전통적인 관계를 이루었다.

결국 시청자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최근 부쩍 높아진 연기력에 대한 대중적 요구의 결과일 것이다. 무엇이 더 대중을 끌어들이는가? 무엇에 더 대중은 매료되는가? 미모의 이연희와 시커먼 남자 곽도원을 두고 시청자는 선택한 것이었다. 누가 더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드는가? 덕분에 김우현은 전통적인 장르의 관습과는 달리 아름다운 미녀 파트너가 아닌 시커먼 사내를 파트너로 만나게 되었다. 결국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애딸린 홀아비까지 되어 버렸다. 이 또한 드라마적인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시청자의 취향의 변화를 느낀다.

드라마가 바뀐 것이 아니었다. 작가가 바뀐 것도 감독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시청자가 바뀌었다. 시청자가 드라마를 결정지었다.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짜 제대로 된 스릴러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비록 작가와 제작진의 역량 부족과 쫓기는 일정으로 인해 마무리가 허술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의미있는 변화의 한 과정일 것이다.

아쉬울 것이다. 여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렸다. 그것도 남자배우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시작과 끝의 비중이 전혀 다르다. 마지막에 유강미가 강단에 선 모습에서 오히려 당황스러움마저 느끼고 말았다. 이연희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이고자 한다면. 시청자가 달라졌다. 환경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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