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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30 10:15

넝쿨째 굴러온 당신 "장양실의 몰락, 용서를 위한 계기가 마련되다."

연장결정의 영향인가 이야기가 많이 산만하게 흐트러져 있다

▲ 사진='넝쿨째 굴러온 당신'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결국 이렇게 흘러가려는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다. 작은 어머니다. 조카다. 영영 안보고 살 수는 없다. 막내 작은어머니 고옥(심이영 분)을 버렸던 친정엄마조차 외손주인 방장군(곽동연 분)을 계기로 저버렸던 모성을 다시 되찾아가고 있다.

용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대로 용서하기에는 너무 큰 죄를 지었다. 의도한 잘못은 아닐지라도 그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큰 고통을 겪어야 했었다. 30년 넘는 세월을 부모 없는 고아로 살아야 했었고, 같은 세월을 자식잃은 부모가 되어 죄책감에 몸부림쳐야 했었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에 다시 서로에게 상처를 떠넘겨가며, 서로 상처입고 상처 입혀가며, 작은 희망에조차 절망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토록 둘째며느리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시할머니(강부자 분)조차 그래서 그녀를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어떻게 그녀 장양실(나영희 분)를 용서할 수 있을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때 사람은 용서라는 것을 하게 되는가?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아무리 용서하고 잊으려 해도 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죄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죄의 무게 또한 절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느낄 뿐이다. 죄를 지은 당사자의 지금의 모습에서 그가 겪고 있는 불운과 불행으로부터 위안을 얻게 된다. 자신이 그 죄로 인해 겪어야 했던 상처와 분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여기게 된다.

한 마디로 연민이다. 가엾은 것이다. 불쌍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겪어야 했던 그 일들에 비해 그가 겪고 있는 일들이 더 크고 무거워 보인다. 차라리 지금 용서나마 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에게 더 큰 죄를 짓는 것 같다. 양심이 두려운 것이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양심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용서한다. 자유롭기 위해서 스스로 홀가분해지기 위해서. 죄에 얽매여 진정 지켜야 할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가장 지켜야 할 것은 죄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존엄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종교에서 강조하여 가르치고 있는 것일 게다. 용서하라고. 종교란 위대한 가르침이다. 위대한 인간의 혹은 위대한 신의 위대한 가르침이다. 인간이란 그같은 가르침 앞에 한없이 작기만 하다. 작고 작아서 가엾고 불쌍하다. 안타깝기만 한 작고 하찮은 인간이 지은 죄따위 따라서 역시 작고 하찮을 뿐이다. 용서하지 못할 죄란 없다. 죄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죄란 말했듯 결코 사라지지도 잊혀지지도 않는다. 단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다. 죄는 죄대로 두고 사람을 가엾이 여겨 용납하여 위로한다.  너무나 작아서 용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람에게 죄를 짓는 것이 될 터이므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동안 장양실 그녀를 지탱하던 것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둔 남편 방정훈의 부였다. 그런 남편의 부가 그녀 자신의 죄를 대신해 주었다. 그녀 자신이 지은 죄를 대신해 시어머니(강부자 분)와 손윗동서 엄청애(윤여정 분)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었다. 그들로 하여금 비로소 웃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제 모든 죄가 밝혀진 뒤에도 그녀가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가 가진 부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부가 사라지고, 현실의 풍요와 안락이 떠나버리고 난 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나마 남편과는 이혼을 말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도 그녀에게 이혼하라 말하고 있었다.

남이라면 모른다. 아니 남이더라도 경제적으로 몰락하고, 남편마저 죄인이 되어 쫓기는 처지가 된 그녀에게 새삼 과거의 죄를 들추어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어쩌면 지나치게 가혹할 것이다. 아무리 죄가 무겁더라도 현실이 붕괴되어 버린 그녀에게 다시 죄의 댓가를 치르도록 강요한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하물며 작은어머니다. 자신이 받은 고통이 아무리 그타고 작은어머니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그래서 용서한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죄의 무게가 너무 무겁거나 아니면 상대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가볍거나 죄의 댓가로는 너무 가볍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상관없는 사람이더라도 다른 사람이 겪는 아픔과 슬픔이 마치 자기일 같다. 하필 방귀남이나 차윤희(김남주 분)나 된 사람들이다. 방장수도, 엄청애도, 시할머니도, 하나같이 크고 굳은 사람들이다. 다시 가족이 된다. 죄는 사라지지 않지만 그 죄를 안은 채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가족으로 돌아온다.

불행에서 행복을 찾는 예다. 모든 것을 가졌을 때는 죄 또한 그녀의 몫이었지만, 모든 것을 잃었을 때는 죄 또한 함께 잃어버리고 만다. 그녀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아온 방귀남과 차윤희, 그들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기대를 가져본다. 가족드라마다. 가족은 화해다. 용서하는 것이다. 다시 가족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용서도 구해야겠지만 먼저 용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방귀남의 가족들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바르고 착하다.

방말숙(오연서 분)과 차세광(강민혁 분)의 고난이 그치지 않는다.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정서적으로 겹사돈은 우리사회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다. 필자의 어머니도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이시다. 겹사돈은 맺는 것이 아니다. 족보 꼬이는 것이야 유독 혈족간에 관계를 가리키는 어휘가 발달한 한국사회에서 무척 꺼릴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말숙과 차세광은 차윤희가 경고한 시집살이마저 기꺼이 받아들일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 방귀남 역시 미국에서 자라 그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역시나 가족드라마이기 때문에 화해와 화합을 보여주려 할 것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무척 궁금하다.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방말숙에게도 길이 열릴까?

방이숙(조윤희 분)이 천재용(이희준 분)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야 오래전부터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비로소 계기를 만난다. 천재용이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마치 조폭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부하직원들에 둘러싸여 끌려가고 있다. 걱정스런 마음에 무작정 천재용이 타고 가는 차의 뒤를 쫓는다. 울고 있었다. 비로소 진심이 된다. 이제껏 그녀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벽이 지금 순간 만큼은 눈물에 녹아 씻겨져 내려간다. 그녀의 진심을 본다. 천재용의 궁상맞은 사랑이야기도 드디어 끝이 보인다.

방일숙(양정아 분)과 윤빈(김원준 분)의 이야기는 안정을 찾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진부함을 향해서 가고 있다. 당대의 스타인 김종민의 팬클럽이 보내온 샌드위치와 흘러간 옛스타 윤빈의 팬들이 보내준 정성스레 지은 밥. 너무 뻔하지 않은가? 아줌마 팬들의 위력을 보여주겠다. 젊은 세대와는 다른 그들만의 힘을 저력을 보여주겠다. 방일숙 대신이다. 그들이야 말로 방일숙 자신일 터다. 하지만 그런 진부한 구성으로야 의도는 전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기란 무리다. 벌써부터 지겹다.

방정배(김성호 분)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팥빙수 배달이 성업중인 모양이다. 과연 팥빙수를 배달시켜서까지 먹고 싶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방정배도 아내 앞에서 자신이 번 돈으로 어깨에 힘도 한 번 줄 수 있게 되었다. 많다면 많은 8만원이지만 금방 부자 되는 것 아니냐는 아내 고옥의 잔망스런 기대가 사랑스러우면서도 애잔하다. 누구에게는 8만원은 한 끼 식사값도 안되는 돈일 터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복하다.

용서는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용서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지 용서하고 난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죄로 인한 결과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때로 상처가 욱신거려온다. 그런데 상대는 용서받았다. 화를 낼 수도 없다. 그러나 죄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무리 용서해도, 혹은 복수를 해도 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을 이번에 보려 한다.

방귀남과 차윤희의 이야기가 무척 뜸하다. 아무래도 연장이 결정된 탓이 클 것이다. 밀도가 떨어진다. 이야기가 흩어지기 시작한다. 뜬금없는 부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 후반부로 가면서 흐트러지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습관으로 보게 된다. 아쉽다.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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