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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30 08:54

남자의 자격 "템플스테이, 산사를 닮아 고즈넉하다."

가장 잔인한 물음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윤석 울다

▲ 사진='남자의 자격'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가장 잔인한 물음일 것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처음에는 허세도 부려본다. 가식으로 치장도 해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처음 몇 번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매번 반복해서 거짓을 지어낼 정도로 사람은 아직 그렇게까지 머리가 좋지 못하다.

거짓으로 꾸며진 자신을 파내려가다 보면 자기가 믿고 있는 진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단단하게 싸매어진 그 믿음을 부수고 들어가다 보면 비로소 감추고 싶었던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한심하고 부끄럽고 화가 나고 원망스럽기까지 한. 어쩌면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누군가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믿음으로 싸매고 거짓으로 감싼다. 자기를 미워할 수 없기에 자기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으로 싸매고 꾸며간다.

말문이 막힌다. 사실 저렇게 술술 묻는다고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거짓이 지워질 때 한 번, 그리고 믿음이 깨지려 할 때 한 번, 때로 눈물도 나는 모양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서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슬퍼서가 아니었다. 화가 나서였다. 도저히 화가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나란 고작 이런 정도밖에 안되는가. 그것이 나 자신이기에 더 화가 나고 울분이 치밀었다. 이윤석의 모습 그대로였다. 김국진 또한 바로 그 모습이었다.

혹시 모르겠다. 방송에 나오지 않은 김태원과 주상욱의 조에서 더 깊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을지 반면 이경규와 김준호는 마지막까지 예능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자격>이라고 하는 현실을 의식한 이경규와 김준호의 대화가 <남자의 자격>을 잊은 듯한 이경규의 고백과 대비된다.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동안은 그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지함과 그러면서도 예능으로서의 웃음과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결국 '당신은 누구십니까?'를 진행하는 가운데 제대로 예능을 보여준 것은 이경규와 김준호 단 두 사람 뿐이었다. 그동안에도 이경규와 김태원만이 <남자의 자격>에서 웃음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이경규와 한 조를 이룬 김준호에게서 억지스럽지만 웃음이 나왔다. 김태원과 주상욱은 그나마 편집되고 말았다. 다만 그럼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전에 진행되었던 '행복한 산행'에서는 2명씩 나누어진 모든 조에서 분량이 나오고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협찬받은 운동화 한 가지만으로 분량을 뽑아낸 주상욱이나, 결정적인 순간 엉거주춤 엎드려 네 발로 웅덩이를 건넌 이윤석이나, 무엇보다 동갑내기로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김태원과 김국진이 있었다. 조금의 불안도 없었던 것일까? 한 사람은 눈을 가리고 다른 한 사람이 그를 이끌어 산길을 걷는다. 위험하지는 않지만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그런데도 마치 한 사람처럼 한가로운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누구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경규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남자의 자격>은 다름아닌 <이경규의 남자의 자격>이다. 역시 윤형빈의 경우는 그런 가운데서도 주상욱을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김태원이 말한다.

"개그콘서트를 너무 오래했다."

<개그콘서트>만큼이나 <남자의 자격>도 오래했을 텐데. 착한 막내도 좋지만 그다지 나이 차이도 나지 않을 때는 할 수 있을 때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주상욱 역시 마음편히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보다 쉽게 말할 수 있었던 부분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기는 그동안도 독한 컨셉을 몇 번 시도해 보기는 했지만 결과가 그때마다 좋지만은 않았었다. 역시 막내에게는 막내에게 맞는 롤이 있다. 제작진이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윤형빈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기에는 그의 <남자의 자격> 안에서의 위치가 많이 애매하다.

아무튼 초창기 <남자의 자격>과 PD가 두 명이나 바뀐 지금의 <남자의 자격>과의 차이를 새삼 확인하게 된 미션이었을 것이다. '세족식'과 '칭찬샤워', '백팔배', '행복한 산행' 그리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마 초창기 <남자의 자격>이었다면 이 모든 과정들이 '템플스테이'라고 하는 하나의 미션 안에 녹아들어 있었을 것이다. 각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의 사이에 멤버들의 솔직한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취지가 좋다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의 반응까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피곤하고 답답하고 성가실 수 있다. 사실 그것이 예능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남자의 자격>이란 단지 단속적으로 이어지는 각 프로그램의 연속에 불과했다. 방송분량도 딱 한 주 분량이었다. 당시는 2주에 걸쳐 방송되고 있었다.

물론 언제까지나 과거의 기억에만 사로잡혀 살 수는 없다. PD도 바뀌었고, 멤버 역시 PD와 마찬가지로 벌써 두 번이나 바뀌고 있었다. 다시 하려 해도 전처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PD와 멤버들에 의한 새로운 <남자의 자격>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과연 지금 보여지고 있는 <남자의 자격>의 모습이란 것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차별적인 확실한 재미를 보여주고 있는가? PD에게 주어진 숙제다. 과거와 항상 비교될 수밖에 없는 다름이란 발전 혹은 퇴보다. 지금 <남자의 자격>은 발전하고 있는가? 아니면 퇴보하고 있는가? 답은 PD 이하 제작진과 멤버들 모두가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입증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애청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발전이기를 바란다.

의미는 있었지만 조금은 지루했었다. 산사의 고즈넉함을 프로그램이 닮아가고 있었다. 승려가 아닌 일반인 아니던가? 더구나 예능인이었다. 템플스테이야 진지하고 엄숙하게 치르더라도 일상의 왁자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때로 크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이 바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과정에 있을 것이다. 신뢰를 다시 찾아가는 것은 제작진과 멤버들의 몫이다. 그래도 이윤석의 눈물과 김국진의 회한에 뭉클한 시간을 갖기도 했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에 동참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템플스테이'라는 미션을 통해 <남자의 자격>의 지금을 보았다. 모든 것이 어수선하다. 그리고 주상욱이나 김준호나 많이 어색하다. 노력은 엿보인다. 아직 확신을 갖기에는 무리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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