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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7.17 09:01

골든타임 "저러려고 의대 간 건 아닐 것 아냐?"

적나라한 한국의료의 현실, 재미와 대안을 두루 준비하다.

▲ 사진='골든타임' 포스터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참 적나라하다.

"저러려고 의대 간 건 아닐 것 아냐? 부모님은 아시려나?"

어느새 그렇게 정해져 버렸다. 이과는 의과부터 성적 순서대로 끊는다. 어떤 사명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이과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당연시 여긴다. 공부 좀 한다고 하면 판검사 아니면 의사다. 영감님 아니면 선생님이다.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고 경제적으로도 높은 수입을 올린다. 가난한 집안에서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출세의 수단으로 판검사가 되고 의사가 된 이들이 과연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질 수 있을까?

환자를 앞에 두고서도 먼저 내게 이익이 되는가부터 생각한다. 환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가부터 따져물으려 한다. 자신의 책임이 아니게 되자 이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처치를 싫어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빌미로 삼는다. 환자를 살리는 일인데 응급의학과의 일이니, 외과의 영역이니, 정형외과의 담당이니.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실력있는 의사이건만 당장 다루기가 불편하니 자꾸 내쫓으려고만 한다.

하기는 사람 사는 곳에 정치가 빠질 수 없다. 정치란 분배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결국 그것을 나누는 가운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정치다. 그에 따라 이합집산하고, 서열이 나누어지고, 그를 통해 질서가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해외의 의학 드라마에서도 병원내 정치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꼭 그같은 병원내 정치를 거스르는 외로운 늑대와도 같은 영웅적인 의사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든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다만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드라마는 보다 적나라한 원초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당장 정형외과장 황세헌(이기영 분)부터가 속물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물론 한심하다. 아무리 환자로써 그처럼 자기 잇속부터 챙기려드는 이기적인 의사들을 마음놓고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실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그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를 사람들은 살아간다. 아무리 최인혁(이성민 분)이 의사로서 뛰어나더라도 병원에 갖춰진 최첨단 의료기기들이 없으면 의술을 펼치는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의료기기들이 돈이다. 그 돈을 확보하자면 정치를 해야 하고 권력을 손에 넣어야 한다. 의술과 신념만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실적인 이유로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저리 많다.

결국은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이고, 그 욕망에 의해 세상은 돌아간다. 의사가 되려는 것이 의사라고 하는 직업에 이익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면, 의사가 되어서 어떤 전공을 갖는가 하는 것 역시 그 전공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물질적 여건이 확보되어야 한다. 충분한 급여와 처우가 보장되고,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부족함 없이 잘 갖추어져 있다. 어렵고 힘든 분야일수록 더 높은 임금고 더 나은 처우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현실의 많은 의료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외과 개인병원을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다. 어렵고 힘든데 그만큼 수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인술만을 강요할 생각인가?

이익이 되니까 트라우마센터를 신청하려는 것이다. 누가 트라우마 센터장 자리에 앉는가를 두고 벌써부터 뜨겁다. 최익현이 가장 바라는 것도 바로 트라우마센터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다. 그것만이 그로 하여금 의사로서 자신의 의지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있도록 해줄 수 있다. 의사 자신의 인정과 의지에 맡기기보다 그렇게 되도록 여건을 구축하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돈이 없고 여건이 되지 않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그런데도 의사이기에 희생해야 한다면 그 또한 또다른 이기일 것이다.

인턴부터가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 젊은데도 오히려 진지하게 보다 무엇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여러모로 따져본다. 특히 이민우(이선균 분)은 자기가 좋고자 인턴조차 벌써 3년째 신청하지 않고 있던 어처구니없는 인물이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눈떠가기는 하는데 기본적으로 그는 일상의 평화와 안락을 무척 중요시한다. 인턴동기 장혁찬(김사권 분) 역시 장래를 위해 열심히 정형외과에 정치를 하는 중이다. 물론 그럼에도 많은 의사들이 지금도 격무에도 한 사람의 환자라도 더 치료하고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물적 동기에 대해서도 보다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언제고 한 번은 찾아가야 할 병원이고 의사다. 자본주의가 믿는 건 사람이 아니라 돈이다. 돈이 가장 정의롭다.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의욕이 넘치더니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응급실로 실려오자 강재인(황정음 분)이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렸다. 여느 환자와 같다. 병원의 구조나 원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환자의 보호자로서의 자신의 입장만 강요하려는 것은. 오히려 의사이기에 더 고약하다. 심지어 할아버지인 병원 이사장 강대제(장용 분)를 찾아가 떼까지 쓴다. 의도는 좋지만 경솔하다. 미숙한 의료지식으로 멋대로 환자를 치료하려는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대책없이 의욕만 넘치는 강재인과 의욕은 바닥이지만 감이 좋은 이민우, 그리고 병원내 정치의 대상인 과장들. 병원이사장이라는 배경도 있다. 인턴으로서는 좋은 파트너지만 강재인이 좋아하는 방선우(송유하 분)에 대해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는 탓에 거리낌이 있다. 어울리지 않게 신입다운 풋풋함까지 더해지며 훌륭한 커플을 이룬다. 사고 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리지 않고 내뱉는다. 항상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첫수술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이유를 이해한다. 첫수술의 흥분과 쾌감을 잊고 싶지 않아 수술도중 피묻은 그대로 씻지도 않고 잠들고 만다. 라면을 먹으면서도 내내 그 생각 뿐이다. 작은 성공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뿌듯하고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인 것일까? 그리고 의욕이 넘치던 것이 이제 사고로 제대로 이어지고 만다. 어떻게 방선우는 살아날 것인가? 이민우와 강재인의 관계는? 최인혁의 이후행보는?

적나라해서 오히려 주제가 조심스럽다. 서툰 만큼 순수하고 직설적인 인턴들로 인해 병원의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과장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있다. 이성민의 연기 내공과 주인공 이선균의 연기 또한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가 된다. 즐겁다.

한국 의료계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대안이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수술 장면 역시 무척 격렬하다. 살이 갈라지고 피가 튄다. 사람의 몸과 바닥이 피로 흥건하다. 그럼에도 음울하지 않은 것이 매력이다. 이선균과 황정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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