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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28 09:31

유령 "마침내 밝혀진 살인사건의 범인, 그러나 진실은 유령속에 숨다."

정보와 사실의 사이, 진실과 거짓의 사이, 유령의 새 이름을 듣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마찬가지다. 정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진실도 말하지 않는다. 단지 그렇게 만들 뿐이다. 그렇게 믿도록. 진실이라고. 혹은 거짓이라고.

수많은 정보가 넘나든다. 과연 그 가운데 진실은 무엇이며 거짓은 무엇인가? 사람은 항상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것은 판단이 아니다.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린다면, 그 정보를 통제한다면 얼마든지 판단 역시 통제할 수 없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사람을, 세상을 지배한다. 역사상의 법칙이다. 사람의 판단과 행동마저 얼마든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

오히려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 있어 개인을 통제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진 이유일 것이다. 정보가 더욱 첨단화되고 구체화된다. 사진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하기는 사진이야 말로 가장 첨단의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써 여겨지던 때가 불과 얼마전이었다. 지금은 동영상이 그것을 대신한다. 동영상도 실시간 동영상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산자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란 얼마든지 있다. 코끼리의 다리만 보여주고 그것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사람은 무엇이라 대답할까?

몽타쥬란 비단 영화에서만 쓰이는 기법은 아니다. 단편적인 정보를 취합하여 하나의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인간의 지각이라면, 그 지각을 이용하는 것도 바로 인간의 이성이다. 의도하여 정보를 선택함으로써 그 정보를 통해 도출될 결론마저 유도할 수 있다. 몇 가지, 이것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가장 확실한 근거라 여기는 그것을 살짝 손봄으로써 얼마든지 전혀 엉뚱한 결론에 이르도록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은 다름아닌 자신의 명징한 이성에 의해 속게 되는 것이다.

정보화사회가 갖는 맹점이다. 정보가 너무 많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그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기준으로? 오히려 지나치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빼앗아 버린다. 일방적인 수용자가 되어 다른 누군가에 의해 한 차례 걸러진 정보들을 마치 자신의 판단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TV를 바보상자라 부르는 이유이고, 인터넷상에서 때로 낚시라 불리우는 거짓정보들이 넘쳐나는 이유일 것이다.

권혁주(곽도원 분)는 아마 생각할 것이다. 내가 판단하여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내가 의도하여 모든 증거들을 모았고,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그에 따른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실일까? 처음 그에게 세강그룹의 하청회사인 CK전자의 사장 남상원의 죽음을 수사하도록 만든 것은 누구일까? 그가 진실을 밝히고자 하나둘 어렵사리 모은 증거들이란 한 점의 거짓도 없는 사실들인가? 아니 모든 것이 거짓없는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어떤 다른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즉 권혁주 자신의 판단은 온전히 자신의 판단일 뿐인가?

세강그룹이 모두를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권혁주로 하여금 김우현(소지섭 분)의 차에 함께 타도록 그의 차에 펑크를 낸 것처럼 모두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의도하여 유도하는 것일 게다. 그것을 미디어가 가능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라디오와 영화가, 그리고 TV가, 지금은 인터넷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하필 남상원의 운전기사 이종현의 목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권혁주와 김우현에게 들린 이유였을 것이다. 누군가 이종현의 목소리처럼 권혁주와 김우현의 판단을, 그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이가 있다.

어쩌면 그것은 조현민(엄기준 분)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였을까? 그가 신효정을 죽이고 김우현과 박기영(최다니엘 분)까지 죽이려 했던 이유였을까? 아니 과연 남상원을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그동안 줄곧 조현민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 또한 의도된 유도다. 그러나 결국 조현민이 아닌 조재민(이재윤 분)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또한 조현민에 의한, 아니 제작진에 의한 의도된 유인이 아니었을까? 과연 조현민이, 그리고 제작진이 의도한 바는 무엇일까? 곽혁주, 김우현, 그리고 시청자 자신이 보고 있는 진실은 과연 진실인가?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는 망량이 산다.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는 의도와 의지가 머문다. 실체없는 의지야 말로 유령이 아니겠는가. 여러 종류의 유령이 제목처럼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실재하지 않는 존재와 존재하지 않는 실재, 거짓 아닌 진실과 진실 아닌 거짓일 터다. 의식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라면, 의식에 깃든 거짓이 만든 세상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그러나 그 진실이 거짓된 세상의 진실이라면.

단순한 기업의 경영권싸움이 아니기를 바란다. 고작 기업의 경영권을 차지하자고 그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를 너무 키워 버렸다. 이제는 세강그룹이라는 대기업조차 사소해 보일 정도다. 조현민의 존재가 너무 자라 버렸다. 이대로라면 허무할 뿐이다.

조현민이 세상을 속이는가? 아니면 제작진이 시청자를 속이는가? 전자와 후자는 분명 다르다. 드라마속 세상에서 거짓은 진실이 될 수 있지만, 드라마밖 현실에서는 거짓은 단지 거짓일 뿐이다. 드라마의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 재미를 기대한다. 통쾌한 배신과 반전을. 진지해진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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