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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27 09:59

빅 "이제서야 겨우 결혼, 너무 사설이 많고 사족이 길다."

이야기의 중심이어야 할 결혼이 너무 늦어지며 주위가 흐트러지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무래도 사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차피 결혼할 것 아닌가? 서윤재(공유 분)아닌 서윤재와, 서윤재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서윤재를 사랑하는 길다란(이민정 분)이 결혼해서 함께 살게 된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한다. 모순과 역설 가운데 헤프닝이 일어난다. 갈등과 긴장이 만들어진다. 결국은 그것이 드라마의 핵심이었을 터다.

그동안 너무 주변만 훑었다. 고민도 그다지 없었다. 갈등도 없었다. 사소한 헤프닝의 연속이었다. 강경준(신원호 분)은 너무나 쉽게 서윤재가 되었고, 주위에서도 너무나 쉽게 서윤재를 받아들였다. 길다란은 거구로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강경준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제서야 겨우 영혼교체라는 소재에 어울리는 갈등과 긴장이 만들어지려 하는 중이다. 그로 인해 벌어지게 될 일들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려 하고 있다. 신혼여행 아닌 신혼여행을 떠나며 짓궂은 미소를 짓는 강경준과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길다란의 모습처럼.

조금 더 압축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굳이 길충식(백성혁 분)의 가출과 같은 군더더기는 붙일 필요가 없었다. 길다란의 아버지 길민규(안석환 분)과 어머니 이정혜(윤해영 분)에 대해 김영옥(최란 분)과 강혁수(장현성 분)과 얽힌 옛사랑의 이야기는 더욱 의미도 재미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강혁수가 다시 이정혜에게 접근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면 길민규와 김영옥 사이에 어떤 섬씽이 있을 것이란 말인가? 그래서 이들의 사이로 인해 서윤재, 아니 강경준과 길다란은 영향을 받게 될까? 중요한 것은 바로 주인공인 서윤재, 혹은 강경준과 길다란인 것이다. 나머지는 나머지로서의 자신의 역할이 있다.

굳이 강경준이 미국으로 갔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지금 강경준이 서윤재로서의 겉모습과 강경준으로서의 내면에 대해 느끼는 고민과 혼란은 이미 미국으로 가기 전에 겪어야 했을 과정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나 태연했다. 덕분에 그때 하지 못한 고민과 갈등을 미국에서 돌아오고 이제와서야 한꺼번에 미뤄둔 숙제 해치우듯 몰아서 해치우고 있다. 그리고 결혼한다. 그 모든 갈등과 혼란의 결정이 바로 결혼이다. 영혼교체로 인한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질 수 있는 것도 바로 결혼이라고 하는 극단적 상황이다. 서윤재를 사랑하는 길다란이 서윤재의 모습을 한 강경준과 가장 가까이에서 부부로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제까지의 사소한 헤프닝 쯤인 이에 비하면 사소한 정도가 아니다. 이렇게까지 미뤄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동안 느껴왔던 위화감의 정체였을 것이다. 너무 사설이 길다. 지나치게 상세하게 설명하려 한다. 중요한 것은 어째서 영혼이 교체되었고 그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인데, 정작 그보다는 그 전후의 사정들에 대해 시청자들에 설명하는데 주력하다보니 극적 긴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아마 거기서 조금 더 바짝 조였다면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지금보다 더 좋아졌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중심이 부실한 느낌이다. 많이 헷갈리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과연 어떻게 강경준과 서윤재는 영혼이 뒤바뀌게 되었는가? 결국 그 그림이 힌트가 되었다. 강경준과 서윤재가 함게 가지고 있던 그림책의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이 있는 동화책은 서윤재의 아버지가 누군가를 위해 한정해서 제작해 배포한 것이었다. 서윤재의 아버지와 아는 소수만이 그 책의 존재에 대해 안다. 서윤재의 아버지 서인욱과 어머니 안혜정(김서라 분)가 말하는 총기강도사고를 당해 죽은 엄마와 그 아이란 아마도 강경준이 아니었을까? 강경준의 외삼촌인 강현수 자신도 강경준의 출생에 대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서윤재가 길다란과의 결혼마저 미뤄두고 어디론가 떠나려 했던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추측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서윤재와 강경준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천사의 그림과 강경준의 출생의 비밀,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영혼이 뒤바뀌게 되는 필연적 이유에 대해서. 다만 과연 그대로인가는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대로라면 드라마가 너무 뻔해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재미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바로 제작진의 능력이기는 할 테지만 말이다.

일단 결혼부터 시키고 두 사람을 서로 붙여 논 뒤에 그 위에 사건들을 쌓아간다. 장마리(수지 분)든, 이세영(장희진 분) 그 위에 관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길다란 부모의 옛사랑이야기가 필요하다면 거기에 추가하면 된다. 강경준의 출생의 비밀도 그 와중에 밝혀나간다. 이제 길고 복잡한 중간과정을 거치며 결혼에까지 이르는데 느닷없이 그런 사정들이 터져나오니 주위만 산만해진다. 정작 두 사람의 결혼보다는 주위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공유와 이민정은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두 사람의 결혼 자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최소 2주 분량이 여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2주는 더 빨랐어야 했다. 빠르고 간결하게 지금의 지점에까지 이르렀어야 한다. 그래야 이후의 전개도 힘을 받아 흥미롭게 전개된다. 뜬금없다는 느낌일까? 벌써 몇 회나 지났는지 헷갈릴 정도다. 드라마는 재미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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