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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19 11:59

빅 "강경준과 서윤재의 일치, 특별한 로맨스를 선택하다"

영혼교체를 통한 존재의 물음보다 사랑을 택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존재란 기호다. 실재하는 기표와 인식하는 기의가 만나 하나의 기호를 만든다. 기호는 언어의 단위이며 소통의 단위다. 누군가 '해'를 '달'의 뜻으로 쓴다. 밤에 해가 뜬다. 깊은밤 햇빛이 휘영청 밝다. 과연 뜻이 통하는가? 그런데 그같은 일이 사람에게도 일어난다.

몸은 분명 서윤재(공유 분)다. 눈으로 보기에도, 귀로 듣기에도, 손으로 만지기에도, 그를 대하는 자신의 모든 감각이 그를 두고 서윤재라 말하고 있다. 그런 한 편 그의 말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모든 것에 대해 서윤재가 아니라 말하는 의식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은 지금 서윤재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일까?

서윤재 자신도 마찬가지다. 강경준(신원호 분)의 영혼이 길다란(이민정 분)을 본다. 길다란도 강경준, 아니 서윤재를 본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것은 다름아닌 서윤재의 모습이다. 설사 길다란이 강경준의 영혼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굳이 서윤재의 모습을 한 강경준과 웨딩사진을 찍으려 한 역시 강경준의 영혼이 아닌 서윤재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길다란의 앞에 있는 자신은 과연 서윤재인가? 강경준인가?

존재란 작용이다. 그리고 인식이다. 강경준으로서 말한다. 그런데 서윤재로서만 듣는다. 강경준으로서만 행동하는데 정작 반응하기는 서윤재에 대해서만 반응하려 한다. 최소한 그들의 관계 속에 강경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데 과연 강경준이란 존재한다 할 수 있을까? 강경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관념속의 존재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강경준이 길다란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말하더라도 길다란이 그에게서 서윤재의 모습만 보게 된다면 그의 진심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영혼이 교체되는 이유일 것이다. 실재와 인식의 괴리다. 실체와 관념의 유리다. 결국은 존재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그같은 혼란과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영혼교체물의 주된 내용인 것이다. 자신과 자신 아닌 다른 존재의 사이에서 주위와의 관계 속이 진정한 자신의 실체를 찾아간다. 육체를 벗어난 인식과 영혼이 보이지 않는 실재가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며 본질적 물음에 대한 답을 전한다.

하지만 멜로다. 역시 로맨틱코미디다. 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그같은 영혼교체물이 갖는 본질적 물음이나 답이 아니다. 단지 그 형식이 갖는 특별함을 멜로라고 하는 장르에 연결짓고 싶을 뿐이다. 서윤재의 원래 모습이 아직까지 그다지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단지 강경준의 영혼을 가진 서윤재라고 하는 특별한 대상으로도 충분하다.

서윤재지만 서윤재가 아니다. 강경준이지만 강경준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강경준이며 서윤재로서 내 앞에 서 있다. 이전의 서윤재와는 전혀 다른 강경준의 영혼이 들어간 새로운 서윤재다. 이전의 강경준과도 전혀 다른 서윤재의 육체를 입은 또다른 강경준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강경준과 서윤재와 길다란은 사랑을 한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혼란이나 갈등따위 없이 명쾌한 한 사람의 남자와 여자만이 있다.

굳이 길다란이 서윤재에 대한 감정을 정리해야 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래서 강경준 역시 강경준인 채로 길다란에게 고백을 한다. 그리고 강경준의 영혼과 서윤재의 육체를 일치시키기 위해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떠난다. 12년의 시간을 채우며 강경준은 서윤재의 주인이 되어 길다란에게 돌아온다. 길다란이 보게 되는 것은 서윤재의 몸을 입은 강경준의 영혼인 것이다.

하기는 그 또한 영혼교체의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혼란과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화와 안정이 있을 수 있다. 금새 영혼의 교체를 받아들이고 또다른 자신으로서 일상에 적응한다. 그런 또다른 자신을 역시 받아들이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여전히 영혼교체는 흥미로운 변수로서 자리하게 된다.

상당히 특이하다. 굉장히 낙천적이다. 다른 말로는 그다지 고민같은 건 하지 않는 것 같다. 영혼이 교체되었어도 사람은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한다. 그래서 로맨틱코미디는 판타지다. 그래도 그들은 사랑을 하며 행복한 꿈을 꾸어간다.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강경준의 영혼과 서윤재의 육체가 일치하게 되면 그것은 또 하나의 기호로서 정의된다. 어떤 괴리나 유리 없이 그대로 서윤재라 불리면서 강경준이라 스스로 인식하는 또 한 사람의 인간이 만들어질 뿐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아직 강경준의 몸은 깨어나지 않았고 서윤재의 영혼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변수가 된다. 과연 앞으로 이같은 변수들이 이미 정해진 질서 안에 어떤 혼란과 풍파를 일으키게 될 것인가.

장마리(수지 분) 역시 변수다. 그녀도 어렴풋 강경준의 존재에 대해 눈치채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강경준과 서윤재가 서로 다른 몸과 영혼으로 일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언제고 반드시 파탄은 일어나고 원래의 혼란과 갈등으로 돌아가게 되리라. 인식과 실재란, 아니 존재란 자기 자신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단지 길다란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정의되는 것도 아니다. 장마리도 있고 주위의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그들은 선택해야 한다.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누구인가? 무엇인가?

당분간은 평안할 것이다. 안정을 찾을 것이다. 강경준은 서윤재가 되고, 다시 강경준으로 길다란에게 인식된다. 그 조화가 깨졌을 때 다시 드라마는 시작된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서윤재는 길다란과 보다 깊은 서사를 쌓아가야 한다.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재미있다.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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