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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채홍주의 증오와 이강토의 방황, 시대의 슬픔에 대해..."
조선과 조선인을 증오하는 채홍주, 조선독립군을 원망하는 이유를 듣다.
2012년 06월 14일 (목) 09: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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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위태위태하다. 너무 위험한 부분을 건드리려 한다.

물론 조국의 독립이란 매우 중대한 가치일 것이다. 내 나라를 찾겠다. 내 나라를 다시 찾고야 말겠다. 그런데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되면서도 그에 대한 협력을 거부한다. 어찌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과연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임의로 빼앗는 것마저 허락되는가? 더구나 같은 동포다.

원한을 남긴다. 재산을 빼앗긴 이는 재산을 빼앗긴 대로, 목숨을 빼앗긴 이는 목숨을 빼앗긴대로, 그 목적이 옳다고 해서 수단마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목적이 옳다고 수단이 옳지 않다면 그것은 한을 남기고 다시 고스란히 자기에게로 돌아오고 만다. 조국이란 자신을 지켜주기에 조국이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기에 조국이다. 그로 인해 오히려 불행하다면 그것은 조국인가?

우에노 주리라는 이름으로 각시탈을 제거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돌아온 채홍주(한채아 분)가 조선인에 대한 시린 증오를 품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조선의 독립이라고 하는 먼 당위보다 당장 자신의 가족이 그들이 내세운 정의에 의해 희생당했다는 사실만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므로. 더구나 그때는 채홍주가 아직 한참 어린 때였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희생시킨 이의 딸이 다시 독이 되어 칼을 품고 돌아온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당연히 희생되어야 했던 이의 딸이 품은 한이 다시금 조선과 조선인을 향한 칼이 되어 돌아오고 만다. 누구의 잘못일까? 너무나 당연한 당위에 동조하지 않으려는 이를 응징한 조선독립군의 정의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과 동포에게 한을 품고 칼을 겨누려는 채홍주의 어리석은 이기인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어리석고 이기적이다.

단순히 일본과 일본인은 나쁘고, 조선과 조선사람은 그로 인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선량한 약자라고 하는 도식에서 벗어나려 한다. 일본인 가운데도 조선인조차 돌아보지 않는 조선의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기무라 슌지(박기웅 분) 같은 이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스럽게 조선과 조선인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이강토(주원 분)와 같은 이들도 있었다. 이강토라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이강토가 과거에 남겨두고 온 목단(진세연 분)과의 기억이 그것을 말해준다.

우국지사 이선의 아들이었으며, 한 소녀를 위해 목숨을 걸 줄 알았던 용기있는 소년이었다. 형을 위해서는 매를 맞아가며 하루종일 인력거를 끌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강토는 모든 조선인들이 일본인보다 더 이를 가는 흉악한 이름이 되었을까? 심지어 이강토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의를 꾸미기도 한다. 채홍주가 각시탈을 죽이려는 것이나, 이강토가 각시탈을 잡으려는 것이나, 그리고 목단을 비롯한 조선인들이 각시탈을 지키려는 것이나. 돈을 위해 밀정노릇을 받아들이는 계순(서윤아 분)의 모습은 그래서 차라리 서글프기까지하다.

그런 군상들이었다. 물론 일신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팔고 겨레를 배반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단지 가난해서, 자신을 지킬 힘이 없어서, 무엇보다 시대의 거친 흐름에 치이며 나부끼는 나약함이 그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길을 걷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해. 그나마 기회를 부여잡기 위해. 그로 인해 쌓인 한을 풀기 위해. 차라리 조국을 원망한다. 민족을 원망한다. 누군가는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을 경멸한다. 벌을 주듯 오히려 더 과격하게 등떠밀며.

목단은 바로 그런 상징이다. 이강토가 버렸고, 기무라 슌지가 다시 찾았던. 이강토가 외면했고, 기무라 슌지가 소중하게 지켜왔던. 흔한 오해가 중첩된다. 원래는 이강토의 첫사랑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기무라 슌지는 자신의 첫사랑을 가리키는 말이라 잘못 알아듣는다. 이강토는 목단에 대한 기무라 슌지의 진심을 목단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 잘못 이해한다. 원망이 쌓이고 그런 가운데 그리움 또한 더욱 쌓인다. 오해가 쌓이고 절망도 함께 쌓여간다. 그런 와중에도 각시탈을 말하고 목단의 원망을 들어야 하는 이강토의 처지란 그가 놓인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강토는 목단을 총독부 직할 병원에 입원시키고 우병준(김규철 분)의 집도까지 받게 할 수 있다.

세상에 단순한 일이란 없다. 자연수만 있는 줄 알다가 정수를 알게 되고, 정수만 있는 줄 알아다 유리수를 보게 된다. 무리수는 하나의 혁명이었다. 무리수로 인해 한 사람이 죽었고 하나의 학파가 사라졌다. 허수가 발견되었다. 허수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수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산다는 것이 그렇다. 일제강점기, 과연 조선에는 일본인과 조선인, 친일파와 우국지사, 그렇게 명확한 사람들만이 살고 있었겠는가? 그림자조차 어둠에 가리워지기에 밤그림자는 다양한 색을 그리게 된다. 일본제국주의의 그늘은 너무 짙고 깊었다.

다만 과연 그같은 제작진의 의도에 대해 시청자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기는 벌써 21세기다. 한국인의 의식 또한 그동안 많이 성숙해졌다. 아마도 무심코 일본인과 친일파만을 욕하거나, 아니면 그저 드라마로서의 재미만을 쫓거나, 그러면서도 그같은 다양성을 이해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슬픔을 보게 된다. 인간은 악해서 미운 것이 아니라 죄를 지어 슬픈 것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시대란 그래서 슬픈 것이다.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지배를 증오하는 이유다.

각시탈의 정체가 마침내 기무라 겐지(박주형 분)에 의해 포착되고 말았다. 각시탈 이강산(신현준 분)을 대신해 어머니(송옥숙 분)이 목숨을 잃는다. 이강토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이강토를 돕기 위해 기무라 겐지를 찾아간 계숙은 오히려 기무라 겐지에게 고문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강토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온다. 과연 이강산을 대신해 나타난 각시탈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머니의 죽음 앞에 이강토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형이고 어머니였다.

프롤로그가 길었다. 원래는 이렇게 길 이야기가 아니었다. 각시탈이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이 각시탈이 되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길었다. 어째서 이강토는 각시탈이 되는가? 그보다 각시탈이 되기까지의 이강토의 모습에서 각시탈이 필요했던 당시의 시대를 보게 된다. 시대를 보여주려 한다. 이강토가 살아갔던,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선택하며 살아갔던 그 시대를 보여주려 한다. 그것이 각시탈의 주제다.

흥미롭다. 그리고 재미있다.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지나치게 넘겨짚은 것일까? 증오보다 분노한다. 기무라 슌지의 선택을 기대한다. 그곳에 어쩌면 주제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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