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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6.13 11:43

빅 "동화같은 사랑의 음험한 그늘, 영혼이 뒤바뀌게 된 이유..."

설정보다 캐릭터, 캐릭터보다 자신의 매력, 이민정과 공유에 집중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프쉬케 이래 사랑은 항상 의심을 동반해 왔다. 사랑하기에 관심이 생기고, 사랑이 깊어지며 호기심도 깊어지고, 어느새 더 깊은 감추어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때로 더욱 아름답거나 혹은 더욱 추악한 균열과 이면에 대해. 사랑의 어리석음과 놀라운 기적에 대한 우화다.

너무나 완벽한 상대였다. 잘생긴 외모, 훤찰하니 잘 빠진 몸매, 직업까지 의사다. 성격도 좋다. 아니 좋다고 믿었다. 운명처럼 찾아와서 필연처럼 맺어졌다. 하지만 과연 이대로 좋은가? 이대로 끝나기에는 너무나 순탄하지 않은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일까?

하지만 정작 그것을 직접적으로 다루자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지기 쉽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결혼까지 앞두고 있는 상대다. 그런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감추고 있다. 결코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아름답지 않은 비밀이다. 무엇보다 배역을 맡는 공유(서윤재 역)에게도 그다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틱코미디다. 사랑에 대한 유쾌한 판타지일 터다.

그래서 영혼을 바꾼다. 어른의 사정을 10대 소년의 순수로 희석한다. 그렇지 않아도 바보같이 순진하고 대책없이 눈치까지 없는 길다란이다. 그녀가 서윤재를 의심하여 그의 균열과 이면을 보고, 다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그녀의 곁을 지켜줄 존재가 필요하다.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타자다.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원망을 쏟아낼 대상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상대다. 모순이지만 이 모두를 납득시키는 것이 10대 소년의 영혼이 들어간 성인남자 서윤재다.

하기는 과정이 없었다. 짓궂게도 바로 직접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달콤한 판타지를 그럴싸하게 펼쳐보이고 있었다. 한 순간에 우연으로 만나 운명처럼 사랑하고 필연처럼 맺어졌다. 별다른 사연 없이 어느새 결혼까지 앞두고 있다.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구경하는 입장에서 조금은 짓궂은 악의적인 상상도 해보게 된다. 라디오 사연으로 읽혀질 정도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단히 멋진 동화같은 사랑이기에 마가 낄 수밖에 없다. 이만한 남자가 어찌 이런 정도 사연도 없이 길다란과 같은 여자와 맺어질까? 대중이란 많은 경우 무척 세속적이다.

결국 그 사이를 채우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이미 어떻게 서윤재가 길다란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의 내용은 보여진 바 있었다. 서윤재와 사귀게 되기까지의 내용도 간단하게 다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 서윤재란 어떤 인물인가? 보다 입체적으로 살피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서윤재가 부재한 사이, 그러면서도 서윤재가 있을 때. 다만 그 과정에서 서윤재보다 더 솔직하고 직설적인 강경준의 영혼이 크게 한 역할을 하리라.

굳이 서윤재의 본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유였다. 서윤재가 서윤재가 아니게 되어서는 곤란하다. 강경준이지만 서윤재다. 이를테면 기믹이다. 서윤재이지만 서윤재가 아니고 서윤재가 아니면서도 서윤재다. 서윤재는 서윤재인 채 등장하면 좋다.

연출이 아쉽다. 아마 현실을 초월한 판타지적인 소재의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제작진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양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어 맥이 끊긴다. 자연스럽게 일상 가운데 튀어나온 장면이 아닌 의도적으로 연출하여 만든 장면들이다. 배우들의 연기보다 그같은 맥을 끊는 연출이 몰입을 방해한다.

다만 장면설계는 장르의 전형을 쫓으면서도 완성도가 높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정확히 잡아낸다. 비와 아이침대가 무척 어울린다. 어른이 된 몸과 아이인 영혼의 부조화가 그 하나의 소품과 장면으로 모두 설명된다. 비란 어른의 사정이고 침대는 아이의 기억이다. 대책없이 충동적으로 집을 사버리는 무모함이란 10대의 그것이다. 이번만큼은 길다란이 보호자다.

사실은 많이 뻔하다. 하지만 뻔한 가운데 작품을 내놓는 것이 역량이다. 그만한 능력들이 된다. 설정보다는 캐릭터이고 캐릭터보다는 연기자 자신의 매력이라는 점에서 볼 때 공유와 이민정은 충분히 드라마를 끌고 나갈 만하다. 그만한 힘이 있다.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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