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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21 09:06

남자의 자격 "일상과 필요의 만남, 발명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발명은 전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멀지도 않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어쩌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일 것이다. 근대란 시민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시민이란 독립된 단위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배타적인 자유와 권리를 행사한다. 근대의 제국주의 침략 역시 처음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이윤추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당장 제국주의의 첨병에 있던 동인도회사부터가 아시아와의 무역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였다.

시민이 역사를 만든다. 시민 스스로 주인이 되어 역사를 발전시킨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의 모든 중대한 변화 역시 시민 자신이 주도한다. 발견과 발명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민 가운데 그런 특별한 능력과 업적을 남긴 사람이 있어 그들이 특별해지는 것이다. 당장 발명왕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토마스 에디슨만 하더라도 어떤 특별한 자격이나 학위를 가지고 발명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정규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혁명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억압적이고 일방적인 권위주의적인 전통사회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바로 그것이 근대화였다. 하지만 바로 그 근대화의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지배라는 커다란 재앙에 직면한다. 식민지지배가 끝나고 나서는 군사독재가 시작된다. 권위주의란 특별한 권력과 지위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통사회로부터 미처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전통사회와는 또다른 근대적 권위가 개인을 억압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이다. 평범한 다수가 그에 대해 관심을 보이거나 노력을 기울이거나 하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하게만 여겨진다. 평범한 다수라면 정치나 발명, 혹은 발견과 같은 일상에서 벗어난 일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다지 옳지 못하다. 정치도 그래서 특별한 사람만 한다.

바로 그래서였을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래서 어쩐지 발명가라 하면 괴짜같은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코미디의 소재로 쓰여왔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기괴하고 이상하다. 사실 대부분의 발명품이란 그다지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 이경규가 중간중간 딴죽을 거는 것처럼 조금만 수고를 감수하면 굳이 그같은 발명품이 필요한가 싶은 경우가 오히려 일상에서는 더 많다. 아마 현재 등록되어 있는 특허 가운데 일상에 쓰이고 있는 것은 그래서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불필요하다. 쓸데없다. 무용하다. 여기에 발명가란 특별한 사람이다. 오죽하면 발명을 직업으로 삼았는데 학부모의 직업으로 발명가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하던 시절까지 있었다 하겠는가. 발명가 김경희씨도 진심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맙다며 인사를 전하고 있았다.

그러나 과연 보다시피 프로그램에 출연한 수많은 발명가들의 발명품 가운데 그렇게까지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함이나 대단함을 보여주는 것들이 얼마나 되던가? 대부분은 소소하다. 그리고 평범하다. 대신 요긴하다. 평소 일상에서 흔히 보아오고 겪어 온 것들이나. 느끼고 생각해 온 것들이다. 때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편함이나 성가심마저 발상의 전환으로 쉽게 풀어낸다. 식칼에 붙은 음식물을 제거하는 작은 플라스틱 고리를 누가 생각하겠는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받는 음료수컵 뚜껑에 토마토캐찹을 담을 수 있는 홈을 팔 생각을 누가 하겠는가? 해당 기업에서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같은 필요를 느끼는 수많은 개인들인 것이다. 우리들 자신이다. 학생이거나, 직장인이거나, 주부이거나, 아버지이거나, 어머니거나, 손녀인 출연자들처럼. 하다못해 학교에서 휴대폰을 단속하니 그것을 몰래 숨겨다닐 수 있는 통을 만들고 싶다. 바로 자신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돌들의 출연은 매우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기획사 차원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출연한 것은 아닌가 색안경을 끼고 봤었다. 비록 최근 많이 침체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상당한 고정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안정된 프로그램이다. 대중들에 어떻게든 자신들을 알려야 하는 아이돌이나 기획사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같은 생각을 가져 볼 수 있다. 하지만 특히 브레이브걸스가 가지고 나온 발명품은 놀라웠다. 과연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외모에 투자해야 하는 아이돌다운 발명품이라고나 할까?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칫솔걸이와 터치장갑을 이용해 그런 물건을 만들어내다니. 오히려 아이돌이기에 더욱 절실했을 일상의 필요가 현실에 구현된 예일 것이다. 틴탑의 경우는 필요성은 인정하는데 너무 번거롭다.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한다.

방송국PD도 있었다. 타이어공기압감지기는 단순하면서도 의외의 적확함과 편리함을 보여준다. 조금만 발전시킨다면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눈으로 타이어의 공기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는 역시 직업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단순한데 의외로 이것저것 목에 걸고 다니다 보면 느끼게 되는 여러 불편함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 개인적으로 손에 들고 다니기도, 그러다고 가방에 넣어다니기도 애매한 스마트패드의 경우도 적용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 꺼냈다 넣었다 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목에 걸고 다니려도 자꾸 부딪힌다.

평소 접은 채 있다가 먹을 때 펴지는 컵라면 용기라든가, 특히 과자를 먹을 때 마지막 부스러기를 먹기 편하도록 봉지 밑단을 잘라낼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도 좋았다. 둥근 통 안에 든 과자 역시 먹다 보면 어지간히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는 그만큼 박동민 학생이 그동안 느껴온 불편함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심규혁 학생이 만들어 가지고 온 꼬치받침도 꼬치나 핫바 등을 먹다 보면 느끼는 불편함을 일거에 해소해준다. 김태원의 테이프 캔뚜껑도 잘만 개발하면 좋을 듯하다. 바로 그것 때문에 필자가 캔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다.

역시 가장 탐난 것은 분리판을 이용한 수납형 서랍장이었다. 특히 바퀴벌레에 좋다. 항상 옷장서랍에는 벌레가 꼬인다. 나무서랍장은 대책이 없다. 약을 써도 그때 뿐이다. 지금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옷과 옷 사이를 분리해 놓으니 통풍도 잘 될 테고,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안의 옷들의 상태도 잘 보이고, 만들기에 따라 장식성도 좋을 듯하다. 필자에게 당장 요긴한 물건이다. 더불어 옥동훈 학생이 만들어 온 일체형 커피믹스는 커피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매우 반가운 발명품이기도 했다. 구조도 복잡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쓸모는 그 안에 다 들어가 있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필자에게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물건들인 때문이다. 한 가지 추가하자면 다림질에 그다지 솜씨가 없는 필자의 입장에서 다림질 없이도 구김없이 옷을 말리고 보관할 수 있는 노다리 또한 요긴해 보인다. 역시 필요가 발명을 만든다.

옷걸이 겸용 쇼핑백이나 케잌받침을 개인접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나눔받침대 같은 것은 오히려 업체의 입장에서 요긴하게 쓰일 듯하다. 굳이 옷걸이를 추가해 포장할 필요도 없고, 케잌 같은 경우도 항상 먹으려 하면 일일이 잘라서 접시에 담는 것도 일이다. 하이힐 매너캡의 경우는 발명은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로 자신을 위한 자석이 붙은 구두주걱이었다. 결국 매너캡 역시 도서관 등의 기관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구입해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역시 많이 요긴한 제품이다.

슬픈 발명품도 있었다. 혼자서 등에 로션을 바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자친구를 사귀라. 차라리 등도 긁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바라던 독거노인 양준혁의 심정을 이해할 듯하다. 최대한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위안을 받을 수 있게 재질도 실리콘으로 만들었다. 그야말로 솔로부대원의 처절한 아픔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발명품이었달까? 개인적으로 표면에 때수건을 달아주면 샤워할 때 무척 요긴할 듯 보이기도 한다. 역시 등이 파인 굴곡까지는 긴 때수건으로 둘러 닦아도 잘 닿지 않는다.

발명은 일상에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가깝다. 아마 이번 <남자의 자격 - 남자, 그리고 발명왕>미션의 취지일 것이다.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다. 일상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발명과 발견이 나올 수 있다. 일상의 어쩌면 무심코 지나쳤을 작은 불편함이 어느새 발명품이 되어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그래서 더 반갑다. 참 요긴한 발명품들이다.

더구나 참으로 고무적이었던 것은 마치 세일즈 사원인 듯 상황극까지 곁들여가며 적극적으로 발명품을 소개하던 일반인 출연자들이었다. 예능을 안다. 아니 굳이 예능을 알아서가 아니라 일상이 발명만큼이나 즐겁다. 예능 역시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일상의 유쾌함이 예능의 유쾌함으로 바뀐다. 예능으로서도 충분히 즐거운 일상의 예능이었다. 그것이 더 재미있고 기분좋았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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