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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5.13 10:05

TOP밴드2 "시즌1만 못한 시즌2, 네임드라는 함정에 빠지다."

밴드에 대한 선의가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다. TOP밴드2의 위기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방송을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콘서트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앨범에도 어떤 일관된 규칙과 질서가 있다. 서로 다른 팀과 음악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 어우러지는 것이지만 록페스티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언젠가는 끝나고,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넘치고 만다. 사람이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며 최대한 의도하는 바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인 것이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너무 다른 패턴이 무질서하게 나타나도 산만하고 정신없어한다. 하나의 감정만 지속되면 이내 지쳐버린다. 너무 다른 감정들은 혼란스럽다. 충분히 의도한 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조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자칫 서로 간섭함으로써 감동을 해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래저래 신경쓸 것이 많다. 그러나 오디션이란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심사위원의 입장을 생각해서 참가자들의 순서를 임의로 정하고 들려줄 음악까지 미리 결정해서 심사를 보도록 시킬까? 그것은 이미 오디션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네임드라 불리우는 유명밴드들이 대거 참가를 결정하며 생겨난 부작용이다. 슈퍼키드나 피아와 같은 팀들은 심사위원들조차 탈락시키기가 부담스럽다. 하물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편집한다는 것은 더욱 밴드음악의 부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TOP밴드>의 입장에서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는 행위일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각 밴드가 무대에 올라 경연하는 내용을 순서대로 심사평까지 더해 일일이 보여주고 만다. 그나마 심사위원은 음악적으로 충분히 훈련된 프로들이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는 단지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시청자의 고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시즌1과 비교해서도 <TOP밴드>의 시즌2가 한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시청률마저 시즌1보다도 낮다. 그렇지 않아도 밴드음악이란 한국사회에서 매우 마이너한 장르다. 그다지 사람들이 익숙하지도 않고 잘 즐겨듣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런 음악만 아무런 개연성이나 일관성 없이 보여지고 들려지는데 과연 시청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지게 될까? 그나마 시즌1에서는 편집이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백에 이르는 참가팀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남겨 적절한 이야기와 더불어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다. 한결 정제된 재미가 가능하다. 그에 비해 지금의 <TOP밴드2>는 두서없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단락단락 끊기는 무대들이다.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 멋대로 보여지고 있는 무대들이다. 그나마 열기라도 이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 만큼이나 그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채 다음 무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조차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막아 버린다. 너무 이성적이다. 너무 냉정하다. 음악을 즐기고 나서 자꾸 판단하게 된다. 판단하고 나면 다시 시작이다. 하필 각 팀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심사평이 달리며 경연이라는 취지마저 무색해진다. 차라리 모두가 한 무대에서 한꺼번에 연주를 마치고 나중에 몰아 한꺼번에 심사를 하든 했다면.

그래서 아쉬운 것이 차라리 아예 상관없은 아마추어들로 하여금 현장의 열기를 그대로 반영해 투표로써 결정하게끔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다른 아무런 판단 없이, 당연히 그 어떤 이유조차 없이, 오로지 현장의 열기만으로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하고 투표로써 결정을 한다. 무대가 끝나면 바로 선택이 이루어지고 표의 결과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무대에 이유따위는 필요없는 것이다. 논리도 개연성도 무대가 주는 감동이 있고 난 다음에 따라붙는 것이다. 때로는 아무말도 없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 당장 지난주의 장미여관만 하더라도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그들을 스타로 만든 것은 아니지 않던가 말이다.

기대에 못미쳤다. 기대에 못미쳤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수렁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밴드음악의 부흥이라는 명분이 있다. 출전한 밴드들에 대한 예우라고 하는 지켜야 할 덕목도 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 TV 오락프로그램이라고 하는 본질을 잊은 것은 아닐까? 다큐멘터리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게 하려면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밴드음악을 듣게 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TOP밴드>를 볼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겠는가? 지금으로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밴드가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이다. 음악프로그램으로 3% 정도면 시청률이 아주 낮게 나온 것만은 아니다.

같은 2차예선인데도 작년의 양주 300초경연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300초라고 하는 시간제한과 무대 뒤에서의 각 팀들의 모습, 그리고 심사평이 다시 참가팀들과 관계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사건사고들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주었다. 무대에 오르고 또한 탈락하고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더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설레어하고, 기대하고, 그리고 환호하거나 절망하고. 실시간 순위전광판도 흥미의 요소였다. 24위 바깥으로 밀려나는 순간 2차예선에서 탈락이다. 그에 비하면 더구나 TOP초이스로 인해 구제되는 팀들까지 많아졌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하는 안타까움보다는 그래도 살아남았다는 밍밍한 안도감이 남고 만다. 아쉬움이나 미련을 가질 여지조차 없다. 안타까워하고 안달할만한 여지 자체를 지워버리고 만다.

지난주 슈퍼키드의 탈락여부에 대해 굳이 이번주로 결론을 미룬 것 또한 오락프로그램에 익숙지 않은 교양국다운 실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이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만한 시간을 견디려면 그만한 화제성이 있어야 한다. <TOP밴드2>가 두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프로그램인가? 아니면 슈퍼키드가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밴드인가? 슈퍼키드가 네임드라는 것도 밴드마니아들 사이에서나 그런 것이다. 대부분은 슈퍼키드가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다음주로 결론을 미룬다고 몇이나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질까? 오히려 뜨뜻미지근한 결론으로 말미암아 반감만 커질 뿐이다. 뻔한 결론을 일주일이나 미룬 탓에 허탈함에 분노만 살 뿐이다.

차라리 슈퍼키드가 아예 탈락했다면 그쪽이 더 나을 뻔했었다. 그랬다면 슈퍼키드만한 팀도 탈락한다는 상징적 의미는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슈퍼키드에게는 불운이겠지만 <TOP밴드2>와 참가팀 전체로 보면 플러스가 된다. 피아가 올라가는 것보다 떨어지는 쪽이 시청자가 받는 충격이나 <TOP밴드2>에 대한 인상에 있어서도 보다 유리하다. 기왕 반전을 줄 것이면 보다 강한 인상으로 한 번에 기억될 수 있도록 반전을 주어야 한다. 아니라면 깔끔하게 이번주 경연의 결론은 이번주에 모두 밝히고 넘어간다. 그렇게까지 한다고 관심을 보일 사람은 그다지 없다.

역시 노익장일 것이다. 정통록의 향수를 느낀다. 과연 록에 정통이 있는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록이라는 것을 듣기 시작했을 때의 바로 그 느낌이었을 것이다. 록의 에티튜드라. 좋은 말이다. 지난주에는 마그마폴이 유전자레벨에 새겨진 록의 실체를 보여주었고, 이번주에는 젊은 날에 아로새겨진 중년의 록의 기억을 들려주었다. 하필 심사위원들도 하나같이 40대다. 그들의 음악 또한 같은 곳에 고향을 두고 있을 것이다. 탕아들과 해리빅버튼. 아저씨들이 멋지다. 시즌1에서의 액시즈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어린 밴드 메탈라템+도 인상깊다.

애쉬그레이는 강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음악은 진짜였다. 바닐라시티도 이름없는 팀은 아닐 텐데. 탈락에 납득하고 만다. 블랙독이나 피아와 맞붙은 판타스틱드럭스토어는 딱 필자의 취향이다.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한다. 러버더키는 여성밴드로서 상당히 파워풀하면서도 사랑스런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미모들도 출중하다. 포브라더스는 아마도 애드훠의 오마주가 아니었을까? 하기는 싫은 밴드를 찾는 것이 더 빠를 테지만 말이다. 덜 좋아하는 밴드는 있어도 싫어하는 밴드는 없다. 밴드란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음악의 한 단위다.

아쉬움이 많다.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추어 오디션과 프로 경연의 경계를 알지 못한 느낌이다. 아직 헤매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미 끝난 예선이기에 굳이 말을 더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미 제작진과도 약속한 바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때 가차없이 비판하겠다. 그것이 필자의 프로그램에 대한 의리다.

밴드의 이름값만으로는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하는 현실을 새삼 확인하고 만다. 트랜스픽션과 피아 가지고도 안된다. 음악이 훌륭하다고 그것이 재미가 되지는 않는다. 음악이 훌륭해서 재미가 되는 것은 음악프로그램 뿐이다. 음악프로그램으로서 이 정도면 준수하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 만족하자고 그들 유명밴드들도 출연을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작진의 보다 깊은 고민과 노력을 요구한다. 기꺼이 경연이라는 진흙탕으로 자신을 내던진 밴드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할 것이다. 기왕에 출연한 것 재미있어야 한다. 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악소리 나도록 재미있어야 한다. 작년 만큼만 해도 좋다. 안타깝다.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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