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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4.23 08:09

위대한 탄생! 대중 vs 멘토, 막귀의 반란!

막귀가 들어 좋은 음악도 좋은 음악이다.

 
시발은 손진영과 백청강에게 주어진 멘토들의 점수였다. 손진영에게는 신승훈을 제외하고 모두 7점대의 점수를, 백청강에게는 유독 이은미, 방시혁 멘토만 72점, 73점의 낮은 점수를. 더구나 상당히 괜찮았던 무대였기에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

하긴 사실 납득할 만한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손진영은 여전히 투박한 노래방 스타일의 자기만의 창법을 고수하고 있었고, 백청강의 무대는 지드래곤의 카피였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리고 오디션의 심사위원이라는 입장에서 판단했을 때 그것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또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직 서툴고 투박하지만 손진영의 목소리에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썩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니지만 집중해서 듣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손진영만의 개인사와 그동안 축적된 서사가 있었다. 캐릭터가 있었다. 시청자가 듣기에 - 모두는 아니지만 - 손진영의 노래는 충분히 들을 만한 것이었다. 아니 다른 몇몇 출연자들에 비해 더 낫다 할 만한 것이었다. 심사위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그동안도 <위대한 탄생>이 첫방송을 시작한 이래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이야기였다. 심사위원의 전문가적인 판단에 대해 시청자가 그에 반기를 들고 그를 비판하고. 심지어 심사위원의 자질이나 프로그램자 자체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었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전문적인 판단이 반드시 대중의 일반적인 정서와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그것이 그 동안, 아니 <슈퍼스타K>에서도 매번 방송이 나가고 나면 심사내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위대한 탄생> 생방송이 시작되면서 이른바 위대한 국민투표라고 하는 시청자 문자투표의 비중이 70%로 심사위원 점수 30%를 압도하면서 국민투표의 반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전문가일 테니 막귀의 반란이다.

내가 듣기에는 나쁘지 않다. 내가 듣기에는 썩 훌륭하다. 더불어 MC인 박혜진 아나운서의 말대로 다음주에도 한 번 더 그를 보고 싶다. 멘토들의 판단이 어떠하든 그래서 표가 몰리는 것이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기의 판단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그에 대한 반발로 더욱 적극적인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멘토들의 판단을 뒤집고 싶다. 실제 그렇게 되었고.

실제 생방송 첫회에서도 손진영이 멘토들로부터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번에도 손진영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러나 살아남았다. 손진영에게 가장 낮은 점수를 준 방시혁과 이은미 멘토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판단에 대한 반란표가 손진영을 살렸달까? 점수가 낮으면 오히려 살아난다는 손진영의 역설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시청자의 반발표가 손진영에게 몰려 손진영을 살려낸다.

백청강의 경우도 심사를 보는 입장에서야 오디션에서 오리지널을 아무리 완벽하게 카피해낸다고 모창이라는 것이 그다지 좋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김윤아와 신승훈처럼 카피임에도 훌륭하게 소화해낸 그 자체에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은미와 방시혁은 카피이고 모창이라는 이유로 7.2점과 7.3점이라는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고 그것이 시청자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음모론까지 불거져 나왔다. 이은미와 방시혁이 김태원을 견제하려 한다. 역시 표가 몰렸다. 그렇지 않아도 가장 큰 팬덤을 자랑하던 백청강이다.

어차피 한국의 대중에게 전문성이란 그다지 고려할만한 대상이 아니다. 아무리 대단한 전문가라도 오로지 내가 바라는,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만을 보여주고 들려줄 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철저히 그 위에 군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대중의 - 자신의 판단과 어긋나는 결과에 대해서는 아예 받아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오만한 것이고 불손한 것이고 불순한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여론의 판단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위대한 탄생> 생방송의 규칙 안에서. 심사위원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으니 대중이 - 내가 나서서 그것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매주 높은 문자투표율을 보이는 것도 그것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결국 손진영이 살아남고, 아마 백청강 역시 위대한 국민투표에 의해 1, 2위를 다투는 높은 점수를 얻었을 테니, 이은미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백청강까지 3 명이 이번에도 살아남고 말았다. 김태원이 처음 예언한대로 TOP6를 뽑는데 절반인 3명이 김태원 멘티들이다. 밸런스 붕괴다. 5명의 멘토가 있는데 이은미는 이제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고 김태원만 세 명이니. 역시 충실히 출연자들에 몰입할 수 있게 배려한 김태원의 전략의 성공이었다.

김태원 멘토스쿨의 감동과 그를 통해 김태원 멘티 개개인에게 씌워진 감동의 서사, 캐릭터, 여기에 각자의 개성을 극대화시켜주는 선곡까지. 생방송 전까지는 그렇게 단점을 보완하려고 애쓰더니만, 생방송에 들어가서는 그 단점마저 장점으로 돋보일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나간다.

"모든 이들이 기피하는 음색을 그대는 이미 개척해 가고 있습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특유의 처절함을 단점으로 지적하며 1절과 2절을 만들라던 김태원이었는데 지난주는 'She's gone'을 선곡하여 처절함과 더불어 손진영의 장점인 고음을 강조하려 했었고, 이번주에는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선곡하고서는 특유의 처절함마저 남들이 기피하는 독특함으로, 스스로 개척해가는 것으로 포장하려 들고 있다. 실제 그런 목소리가 좋아서 지난주에도 후반부의 음이탈을 듣기도 전에 투표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었다.

변신을 꾀하고, 반전을 시도하고,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찾아내고,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다른 멘토들에 비해 김태원의 멘티들이 갖는 유리한 점일 것이다. 자기 스타일대로 충실하면 된다. 자기 할 수 있는대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다. 그것이 멘토들의 심사위원 점수와는 상관없이 시청자 투표에 의해 결과가 뒤바뀌는 기적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그 대표적인 수혜자가 항상 꼴찌는 맡아 놓았던 불사조 손진영, 미라클맨이었다. 가장 위대한 출연자일 것이다.

아무튼 무대 자체는 사실 조금 실망이었다. 아이돌 미션이라는데 아이돌스러운 무대를 꾸민 출연자는 백청강과 노지훈 둘 뿐 아니던가. 정작 아이돌 미션이라고 아이돌 음악을 선곡하고서도 정희주를 비롯 하나같이 단지 아이돌 음악을 가져다 부를 뿐인 솔로 음악인으로 보였다. 이제는 폐지된 <라라라> 첫회에서 이승렬이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부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나 할까? 이승렬이 '노바디'를 부른다고 아이돌이 되지는 않는다.

정희주의 무대는 원숙했고, 김혜리의 무대는 노숙했으며 이태권의 무대는 잔잔했다. 손진영의 스타일은 어떻게 해도 아저씨 스타일이지 아이돌 스타일은 아니다. 데이비도 오는 해맑기만 했다. 데이비드 오에 대한 김태원의 일관된 지적. 신승훈도 지적했다. 이은미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다. 마치 동요를 부르는 듯 강약도 밀당도 없이 한결같다. 아무 근심걱정없는 아이들의 노래처럼 가사와는 어울리지 않게 그저 해맑기만 하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노지훈의 경우는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역시나 '허그'이래로 반복되어 온 노지훈의 무대만 답습해 보이고 있었다. 솔로로서는 한계가 있는 음색이다. 퍼포먼스에 강점을 두고 있지만 퍼포먼스와 함께 듣기에는 너무 말랑한 - 달리 표현하자면 느끼한 목소리다. 표현할 수 있는 장르에 한계가 있다. 노래실력이 조금만 더 좋다면 발라드 쪽으로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계에 부딪혔고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가장 아이돌스러워야 하는데 전혀 아이돌스럽지 않았다.

가장 아이돌스럽다면 백청강일 텐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드레곤의 '하트브레이커'를 원곡에 가깝게 따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가수다>만 해도 준비기간이 2주일인데, 1주일동안 편곡에 안무에 연습까지 모두 마치고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 다른 출연자들도 그다지 크게 준비가 필요 없는 보컬버전으로 자기만의 무대를 꾸며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구나 '하트 브레이커'는 랩이 주를 이루며 멜로디가 랩의 플로우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다. 아예 랩을 하지 않으면 상관없겠지만 단순히 편곡 조금 바꿔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이다. 그 스타일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부르는 것이 베스트다. 더 이상은 없다. 그런 가운데 완성도를 따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그러면서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 줄 수 없을 때 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을 이은미와 방시혁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김윤아와 신승훈은 받아들였다. 가장 크게 차이가 벌어진 심사위원의 표는 그것을 반영한다.

노지훈이 그동안의 한결같음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노래로 인해 도태되었다면, 백청강의 경우는 흉내내기일 지언정 자기의 강점을 드러내고 시청자의 호응마저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결과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투표가 결정적이다. 대중이 만들어낸 결과다. 백청강도 살아남았다.

어쩌면 당황스러울 지 모르겠다. 대중의 선택인데 대중의 의지에 반한다. 대중이 생각하기에 이것이 옳고 이것이 틀린데 무엇이 옳은가를 바로 적어낸다. 그래서 막귀논란이 나오는 것일 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막귀들이 전문가의 안목을 의심한다. 그런데 이제 그 막귀들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딱히 비난할 대상도 없이 음모론이 나오고 마는 이유일 것이다. 어떤 불순한 의도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한결 음모론이 더욱 극성인 이유일 것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백청강이 부른 지드래곤의 '하트비트', 가장 안 좋았던 것은 자기의 한계를 생각하지 않은  노지훈의 '와 줘', 의외로 손진영의 무대는 괜찮게 들었다. 지난주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정석은 아니지만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하여튼 문제다. 프로들의 무대인 <나는 가수다>에서조차 2주에 한 번 녹화해서 한다. 편곡에 안무에 연습에 그 모두가 1주만에 한 번씩 새로 준비되어야 한다. 음향조차 기대에 못미치는데 무대가 더 보기 좋아질 리 있을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비교마저 당하고 있다면.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분발하고. 멘토 김태원조차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라며 무조건 시청자에 보답해야 한다는 말 그대로.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게.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오디션을 비롯한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전문가인 멘토와 비전문가인 대중, 그러나 대중음악이란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면서도 대중의 정서에 기대어 존재하는 것이다. 그 딜레마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무엇이 옳은가. 심사위원의 전문적인 시각과 대중의 비전문적인 감수성 그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결국은 예능일 것이다. 예능이기 이전데 대중문화일 것이다. 전문가적인 비평과 비전문적인 기호가 공존하는. 오디션이라고 다를까? <위대한 탄생>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술 없는 감성은 자기만족이고 감성 없는 기술은 수단에 불과하다. 어쩌면 모순된 그 사이에 예술은 존재한다. 대중문화란 바로 그를 통해 아티스트와 대중을 잇고 보편화된다.

흥미롭다. 과연... 대중의 선택에 대해 그 비전문성을 비판하고, 전문가의 비판에 대해 대중의 감성과 유리되었음을 지적하고, 결국에 그 무엇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그 어디로부터든 외면받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다. 지켜본다. 다음주는 어떤 새로운 것들이 기다릴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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