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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27 10:41

옥탑방 왕세자 "용태무의 순정과 탐욕, 홍세나 다시 죄의 기로에 서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이각 박하에게 고백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이래서 용태무(이태성 분)를 악역이라고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제까지 홍세나(정유미 분)가 자기에 대해 한 모든 말들이 사실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말한다. 그런 것 전혀 상관없다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다만 그럼에도 악역이라는 것은 그 순간에조차 그는 자기를 위해 일을 꾸미고 만다.

겸사겸사였을 것이다. 일단 아무래도 가짜인가 의심이 드는 용태용이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자기가 미국에서 용태용이 실종되기 전 그를 만난 사실을 안다. 그것을 떠보듯 전하며 경고까지 하고 있었다. 자칫 자신의 죄가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용태용이 이제는 홍세나의 주위를 얼쩡거리며 그녀를 자기로부터 빼앗아가려 한다.

회사에 대한 욕심도 있다. 처음부터 회사에 대해 욕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연과 실수가 겹치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용태용이 바다에 빠진 것은 실수였지만, 그 순간 용태용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한 것은 그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회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실력과 실적을 인정받아왔다. 이각(박유천 분)만 아니었다면 그는 별 무리없이 회사의 후계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서자라는 이유로 창업주의 부인인 현회장 앞에 주눅들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용동만(안재환 분)의 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각이 나타나면서 그것이 엉뚱한 놈에게 돌아가게 생겼다. 용납할 수 없다.

홍세나에 대한 배려도 있다. 거짓말인 것을 알았다. 모두가 거짓인 것을 알았다. 직접 홍세나의 어머니 공만옥(송옥숙 분)의 생선가게를 찾아 사실여부를 확인해 보았다. 아버지의 입을 통해 들었다. 홍세나의 실체에 대해. 그녀가 감추고 있던 진실에 대해. 어째서 그녀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자기를 밀어내려 하고 있는가. 협박을 받았다. 아버지의 태도에서 확신을 갖는다. 그렇다면 그녀를 위해 지금 용태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장회장(나영희 분)의 딸이 될 수 있다면 아버지도 그녀를 용납해 주리라. 홍세나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과 만날 수 있으리라.

짧은 순간이었다. 공만옥의 가게에서 과거 홍세나와 박하(한지민 분)가 죽은 아버지와 함께 사진 오래된 가족사진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사진속의 박하가 과거 장회장이 보여주었던 가족사진에 있던 잃어버린 그녀의 딸과 닮아 있었다. 홍세나는 공만옥의 딸이다. 박하 또한 공만옥의 딸로 되어 있다. 공교롭다는 것은 홍세나 역시 장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거짓이지만 거짓이 아니다. 오해의 빌미가 된다. 하여튼 그 얼마 안 되는 순간에 모든 계산을 마칠 수 있다는 자체가 용태무가 인재는 인재라는 증거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실적과 회사의 신뢰가 허튼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에 유리하게 이끌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경영자의 자질이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애석한 일이다.

회사가 망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단지 회장의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실적도 없이 바로 팀장이라는 자리가 주어진다. 그를 보좌할 인물까지 준비되어 있다. 표택수(이문식 분)는 과거 창업주인 전회장으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받았던 능력있는 인물이지만 단지 회장의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용태용에게 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입사시험에서 한 문제도 맞추지 못한 이각의 신하들마저 용태용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새 정사원이 되어 용태용이 된 이각과 함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박하도 용태무의 추천으로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경우다. 도대체가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대로 뛰쳐나가 계약을 무산시킨 인물을 아무런 징계없이 유임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상적인 기업은 아니라 할 것이다.

회사의 이익보다 혈연의 이익이 우선한다. 하필 왕세자가 지금의 회사 홈&쇼핑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일 것이다. 전근대의 왕조와 닮아 있다. 전근대의 왕조도 왕실이 우선이었다. 왕실이 곧 국가였다. 혈연이 곧 명분이고 정의였다.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창업주의 부인이 회장이 되고, 다시 그의 혈연 가운데 후계자를 뽑는다. 용태용은 여회장(반효정 분)의 손자이니 성골이고, 용태무는 창업주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의 아들이니 방계다. 이미 그때부터 용태무의 악역은 예약되어 있었던 셈이다. 원래 그의 자리가 아닌데 회사의 후계자 자리를 탐낸다. 용태용이 죽지 않았어도 용태무는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각은 바로 그런 조선에서 온 왕세자였다. 블랙코미디였을까? 한국의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조롱이었을지 모르겠다.

이각과 같이 일한다면 자르는 것이 맞다. 아무래도 회장과의 혈연관계도 있고 하니 자를 수 없다면 처음부터 평사원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 옳다. 차근차근 말단에서부터 일을 배워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최소한의 자기 몫은 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다. 후계자를 말한다면 그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회장의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그에게 유예가 주어진다. 박하를 구하기 위해 그랬다? 소방관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이각이 구할 수 있으면 소방관도 구할 수 있다. 최소한 양해를 구하고 그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현명했다. 왕세자답지 않다. 너무 성급하고 너무 경솔하다. 하기는 굳이 소방관이 있는데 이각이 뛰어들어가 박하를 구해나오는 자체가 너무 극적이고 작위적이다.

아무튼 과연 굳이 이각을 왕세자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기왕에 왕세자로 설정했으면 왕세자다운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팀장이 되어 중요한 업무를 맡았다. 어찌되었거나 그의 밑에서는 송만보(이민호 분)와 도치산(최우식 분)과 우용술(정석원 분)이라는 충성스런 신하들이 있다. 그들 각자에게도 캐릭터가 있고 캐릭터에 따른 남다른 능력이 있다. 장차 왕이 되어야 할 몸으로 그에 어울리는 교육과 훈련을 받아왔는데, 그런 신하들을 활용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왕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리더십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이각이 보여주는 모습이란 왕세자라고 하는 그의 원래 신분에 어울리는 것인가? 신하 3인방은 이제 그들의 장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송만보는 분명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천재였을 터다.

설정은 단지 설정으로만 머문다. 이각의 말투며, 박하와의 좁힐 수 없는 거리로서만 역할을 한다. 이제 와서 이각이란 단지 용태용의 망상속에 존재하는 이름이라 했을 때 과연 드라마에 어떤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겠는가? 홍세나에 대한 운명조차 박하와의 인연으로 어느새 극복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이각이 아닌 용태용이다. 홍세나가 용태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용태용이 되어 박하와 함께 그들과 싸워야 한다. 아쉽다. 설정은 참 흥미롭다.

어쨌거나 홍세나도 참 가엾다. 용태무를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용태용을 선택했다. 회장의 손자라는 배경도 있었을 것이다. 용태무의 아버지로부터 협박받고 거부당한데 대한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각의 순수함이 좋았다. 순수하게 자기를 위해주는 마음이 편하고 끌렸다. 그런데 이각은 자기를 돌아봐주지 않는다. 이각이 보고 있는 것은 박하 뿐. 박하는 홍세나 자신이 용납할 수 없다. 이제는 용태무가 다가와 그녀를 유혹해온다. 자산가의 딸이 되도록 해주겠다. 용태용으로만 알고 있는 이각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자기와 함께 그 모든 것을 차지하자. 박하의 자리를 대신해 빼앗는다는 것도 큰 유혹이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죄의 유혹에 빠져들고 말까?

공만옥도 어지간히 사건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홍세나가 자기에 대해 밖에서 감추고 다니는 것을 안다. 자기에 대해 감추고 거짓으로 가족관계를 꾸며 말하고 있는 것도 안다. 그런데 굳이 말한다. 딸이 다니는 회사의 관계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자기와 홍세나에 대해 털어놓는다. 어머니란 그렇게 무심하고 맹목적이다. 용동만이 그래서 홍세나에 대해 알았고, 용태무도 그를 통해 홍세나를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녀의 잘못은 없다. 결국은 홍세나와 그를 이용하려는 용태무의 잘못이다. 다만 딸이 아예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바로잡거나, 아니면 최소한 밖에서 곤란한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신중함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때로 갑갑한 마음도 든다.

이번에는 이각이 박하에게 고백을 한다. 박하가 아예 이각과 거리를 두려 포항으로 떠나려는데 그녀의 빈자리에서 이각은 박하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역시 홍세나만 불쌍하게 되었다. 단지 과거의 기억만으로, 더구나 이용하고자 진심이 아닌데도 접근했고, 이제는 그조차 저버리려 하고 있다. 홍세나의 고민이 무색하다. 확실히 이각은 왕세자다. 제멋대로다.

결국 오래오래 돌아 용태무와 홍세나, 그리고 이각과 박하의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애초 의도한 것이었겠지만 참으로 멀리도 돌아왔다. 선과 악일까? 진실과 거짓일까? 탐욕과 순수일까? 아니 단지 그들은 그렇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300년의 시간이 그렇게 그들을 운명지었다. 홍세나도 마침내 심판의 기로에 선다. 죄의 유혹 앞에 선다. 과연. 급하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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