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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11.08 08:29

[김윤석의 드라마톡] 낭만닥터 김사부 첫회 "동기와 만남, 인연, 그리고 시련, 프롤로그가 끝나다"

정신없이 빠르고 알찬 전개, 시작을 압축하다

▲ '낭만닥터 김사부' ⓒ삼화네트웍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낭만닥터 김사부. 적어도 한 가지는 만족스러웠다. 걱정했었다. 이번에도 또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한참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같은 우려는 시작하고 10분도 되지 않아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5년 전 이야기까지 하루만에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정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고, 서로 호감을 느끼고, 그리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중요한 사건과 만난다.

그래서 한 편으로 다른 걱정도 생겼다. 이런 식으로 시작부터 너무 세게 나가면 결국 끝날 때까지 그것이 전부인 경우도 그동안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사실 응급실에 대한 묘사 자체는 상당히 허술했다. 응급실이라지만 결국 주인공 윤서정(서현진 분)과 주위의 몇 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무리 많은 환자와 의사가 있어도 오로지 그들만 보였을 만큼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처지하는 모습은 박력 그 자체였다. 비상수단을 필요로 하는 다급한 상황에 상식을 벗어난 처치로 마침내 환자를 구해내는 것은 응급실의 판타지다. 벌써 두 명이나 그런 식으로 주인공 두 사람의 인연을 위해 목숨을 구했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며 두 사람이 만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를 함께 살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깊어진다. 하필 처음 서로 다른 환자를 맡아 살리고 다시 한 환자를 힘을 합해 살리는 모습은 그래서 무척 노골적이면서 인상적이다. 의사인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의사로서 치료해야 할 환자면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같은 의사였지만 환자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떠나보낸 윤서정의 연인 문선생(태인호 분)은 또하나 계기가 되어준다.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남겨진 숙제와도 같다. 여자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그들은 죽은 문선생에게 필요했던 일들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얄궂다. 두 사람이 서로 사귀는 사이라는 것을 안다.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차에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의사이지 못했다. 그저 한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에 지나지 않았다. 의사로서 검사를 위해 상의를 벗겨야 함에도 그마저 참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의사로서 말하고 있었다. 진짜 심하게 다친 것은 그 남자이니 돌아가서 살펴봐 달라. 여자의 말로만 들렸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더러 그 남자를 살펴달라 말하는 것이다. 겨우 남자를 찾아나서고도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바로 등돌리고는 남자를 보지 않았었다. 그때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하필 강동주(유연석 분)에게 설렜던 그날 문선생은 고백했고 자신은 그 고백을 거절했다. 자신을 설레게 한 새로운 만남을 위해 문선생의 마지막에 그를 외면한 채 떠나보내고 말았다. 만일 그때 그에게 다른 대답을 들려주었더라면. 그때 자기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그래도 한때 서로 좋아했던 사이이고 결혼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사귀고 있던 중이기도 했다. 깁스를 한 채로 무작정 위험한 밤산행에 나설 만큼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다. 과연 윤서정은 그런 자신을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하고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것도 어쩌면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일지 모르는 강동주와.

의사로서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 그래서 굳이 강동주의 어린시절을 짧게나마 드라마의 시작에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동주가 의사가 되고자 결심한 동기였다. 분노였다.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불의한 세상과 그를 상징하는 듯한 의사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심이었다. 실력으로 그들에게 되갚아주라. 그래서 의사가 되고자 했고 그들 가운데 최고가 되고자 했었다. 의사란 단지 자신의 분노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아직 그를 움직이는 것은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아닌 개인의 감정이다. 바로 문선생 앞에서 그같은 태생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래서 만일 강동주가 의사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윤서정이 어떻게든 여자로서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면. 결국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드라마의 나머지 부분은.

조금은 허술하고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정신없이 지나간 한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었고, 그럼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 그들을 갈라놓는다. 통속적이지만 확실하다. 확실히 드라마를 끌어가는 주인공은 윤서정이다. 벌써부터 등장할 때 긴장감이 남다르다. 재미있다. 상업드라마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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