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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17 09:11

사랑비 "지금 지나는 어딘가에 비처럼 누군가는 지나치고 있지 않을까?"

어느 시대에든 누구이든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한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지나고 있는 이 길 어딘가에 내 첫사랑도 나와 전혀 모른 채 무심히 스쳐지나가고 있지 않을까?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어딘 가에서 그녀는 지나고 있지 않을까?

아주 오래전이었다. 오랜만에 어렸을 적 살던 동네를 지나고 있었다. 긴가민가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렷을 적 같은반 친구였다. 인사를 하기도 어색한 순간 그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고 있었다.

지나온 시간 만큼이나 다시 만날 수 없는 그 기억의 거리가 때로 서럽기조차 하다. 퇴색해버린 감정이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 만난다. 어느 비오는 날 거리에서 우연히 스치며 다시 지나온 기억들을 떠올리고 만다. 지나쳐온 감정들을 떠올린다.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것일게다. 다가오는 사랑의 감정이 무겁다. 버겁다. 무섭다. 그래서 그토록 사랑의 감정을 조롱하던 서준(장근석 분)조차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다. 솔직해질 수 없다.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무엇보다 두렵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고 마는 자신이 어색하다. 어째서 정하나(윤아 분)라고 하는 저 여자는 자신을 이렇게 당황스럽게 하는가? 화도 난다.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시대는 안 그랬을까? 음악이 있는 다방에서 요란스럽고 화려한 클럽으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 시절에도 사랑이 가벼운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사랑이 무거운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너무나 가벼웠기에 무거운 사랑의 감정을 감당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시대를 초월해 서준의 사랑 또한 아버지의 세대처럼,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수줍고 어설프다. 그는 솔직해지지 못한다.

뻔한 로맨틱코미디를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이어놓는다. 흔한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이 마치 구름다리처럼 과거의 낭만과 기억에 걸쳐진다. 뻔하지 않다. 흔하지 않다. 어째서 그랬을까? 어떻게 그러고 있을까? 그러나 어느 시대에든 사람은 사랑을 한다. 어떤 시대이든 사람이 사랑을 한다. 그 순간 서로 엇갈리는 그네들의 부모들처럼.

사랑이란 마냥 행복하기만 한가? 드라마는 아니라고 말한다. 백혜정(유혜리 분)을 절망케 하는 것이 바로 그 사랑인 까닭이다. 여전히 그녀는 서인하(정진영 분)를 사랑한다. 그러나 서인하는 아직도 김윤희(이미숙 분)에 대한 감정을 잊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는 만큼 절망이 쌓인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어느새 덧나 끔찍한 흉터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도 서인하를 사랑할 수 있다. 절망이기만 했을까? 그녀는 서인하를 사랑해서 그저 불행하기만 했던 것일까?

서로의 감정이 엇갈린다. 하기는 모든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보답하지 못할 사랑을 받는다. 그렇게 상처입고 절망하면서도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기에 그들은 살아간다. 오래전 헤어진 연인에게 뒤늦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일 터다. 어떤 이유에서 헤어졌던 사랑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다. 사랑한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껏 행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고 있는 지금 그들은 행복하다.

영상이 아름답다. 한 순간도 놓치기 싫다. 그다지 대단하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전하는 일상의 대화들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뻔한 감정들이 흔한 대사 속에 녹아든다. 익숙한 일상의 감정들이 그렇게 평범하게 와닿는다. 그러면서도 절묘하게 계산된 영상이 아름답다. 그래서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란 판타지다. 꿈속을 거닌다.

오랜 친구들이 만난다. 오랜 사진을 보며 오랜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결코 현재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면서도 현재란 과거와 별개다. 그 시절 그 무렵처럼 모여 기타치며 노래하는 가운데 또다른 감정이 스친다.

아쉽다면 33년 전과는 달리 이선호(김시후 분)의 역할이 애매하다. 당시는 그래도 사랑의 라이벌로서 존재감이 있었다. 지금의 이선호는 독특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크게 인상이 없다. 분량도 없다. 그를 위한 새로운 사랑도 필요할까? 그들은 바로 지금을 살아간다. 지금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갑작스런 비가 작위적이면서도 뻔한 감수성을 자극한다. 운명처럼 어떤 예감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드라마다. 아름다운 영상을 본다. 기억을 떠올린다. 나도 사랑을 했었다. 그립기도 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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