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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9.29 08:38

[김윤석의 드라마톡] 공항 가는 길 3회 "갑자기 들이킨 위스키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아름다운 영상과 다채로운 감정들, 섬세하고 정교한 연기와 연출

▲ ‘공항 가는 길’포스터 ⓒ스튜디오 드래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공항 가는 길. 사랑일까? 아니면 단순한 착각일까?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내몰리고 따라야 하는 일상의 억압과 족쇄로부터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리고 하필 그때 그 남자가 있었다. 자기에게는 없는 일상의 여유와 온기를 가진 것만 같은 그 사람에게. 마치 갑작스럽게 들이킨 독한 위스키와도 같다. 후끈 치밀어 오르는 열기에 취하며 한 편으로 후회한다.

아내 혜원(장혜진 분)에게 기대한 것이었다. 그녀에게 바라던 것이었다. 어머니로서의 모습이었다. 피는 이어져 있지 않지만 자신이 사랑한 딸에 대해 어머니로서 사랑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필 그 바람을 갑작스럽게 딸을 잃고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곁을 지켜준 그녀가 보여주고 있었다. 겨우 집에 돌아왔을 때 그가 보았던 것은 여전히 기대한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아내 혜원이었다. 마치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 답답해진 일상에 옭죄여지는 그녀 최수아(김하늘 분)처럼. 과연 이곳은 내가 있어야만 하는 나의 자리일까?

하긴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꾼다.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꿈을. 현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꿈을. 때로 세상에 없는 것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단지 이미지에 불과한 TV속 모습들로 현실을 대신하기도 한다. 연예인과 사랑에 빠진다. 오히려 현실의 연인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열정적이고 더 진실하기도 하다. 그래서 문득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런 상상을 하고는 한다. 과연 그들의 눈앞에 있는 서도우(이상윤 분)는, 그리고 최수아는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의 사람이었던 것일까.

그토록 딸을 거부했으면서도 서도우의 아내 김혜원은 혼자서 딸의 유품을 정리하며 일기를 읽고 있었다. 그토록 아내에게 억압적이던 남편 박진석(신성록 분) 역시 함부로 행동하는 듯 보이면서도 정작 여승무원들과 엄격하게 선을 지키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이란 한 가지가 아니다. 사랑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타고난 만큼, 살아온 환경 만큼, 그동안 보고 듣고 겪었던 경험들 만큼, 그래서 세상에는 사람 숫자만큼 많은 다양한 사랑들이 존재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어떤 것은 진짜 사랑이고 어떤 것은 거짓된 기만인가.

그래서 혹시나 꿈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기대해 본다. 고단한 일상의 한가운데 잠시 스쳐간 바람과 같은 것이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맞는 강가의 풀비젖은 바람내음 겉은 것이다. 마치 자신을 세상에 없는 어딘가로 데려다 줄 것만 같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나 꿈이라면 상관없지 않겠는가. 꿈속에서야 무엇을 하든 어떤 일들을 하든.

영상이 아름답다. 그보다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복잡하며 다채로운 감정의 색들이 눈부시도록 화려하다. 결코 좋은 감정들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울하고 답답한 것들이 더 많다. 하지만 숲의 푸르름도, 봄들의 화려함도 결국 살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증거다. 어른들의 이야기다. 살아온 시간 만큼이나 복잡하게 뒤엉킨 어른들의 감정이다. 나노 단위로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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