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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4.04 10:44

사랑비 "순수했기에 더 서럽고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송가..."

금지곡 '고래사냥'과 김윤희의 결핵의 이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니 이게 왜 금지곡입니까?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춰봐도 내 가슴이 답답하다는데, 이게 뭐가 퇴폐조장이고 풍기문란입니까? 나는 친구놈들때문에 하도 답답해서 무조건 불러야 되니까 듣기 싫은 사람은 나가고, 계속 들을 사람은 요기 있어서 나와 함께 노래 부르던가 알아서 하세요!"

답답하다. 무언가 서럽고 억울하다. 어느 시대에든 마찬가지다. 열정이 넘친다. 젊음이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가장 깨인, 가장 선동적인 세대일 것이다. 가장 순수하며 가장 적극적이다. 그래서 더욱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과 쉽게 부딪히고 쉽게 깨져나간다. 쉽게 좌절하며 절망한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 아닐까? 사랑이란 미안하다는 말을 않는다는 말처럼, 돌이켜 보면 어리석고 한심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 순간에는 하나 남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던져 시간에 충실했다. 사랑에 충실하고, 우정에 충실하고, 정의에 충실했다. 우정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려 했고, 사랑을 위해 우정을 저버리려 했다. 그럼에도 우정을 위해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고, 사랑을 위해 우정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랑이야기에서 결국 주인공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일 것이다. 그 순간에마저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어째서 결핵이었을까? 그나마 결핵은 이미 오래전에 치료약이 개발되었다.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아주 치료하지 못할 병은 아니다. 그러나 여주인공의 병이라 할 수 있는 백혈병은 지금도 치료가 요원하다. 골수이식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결국 죽어야 한다. 죽음이란 영원한 이별이다. 서로 사랑이 식거나 해서가 아니라, 혹은 다른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서도 아닌, 질병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 상황에서의 이별이다. 그 순간에마저 사랑을 한다. 영원한 이별이 예고된 상황에조차 그들은 사랑을 한다. 결핵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병을 치료하고 다시 돌아와 직접 서인하(장근석 분)에게 말하겠다는 김윤희(윤아 분)의 다짐처럼.

하지만 돌이켜 보면 허무하지 않을까? 젊은 날의 열정과 순수는 어디로 가고 지난 시절의 기억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영원하리라 여기던 것들이 어느새 세월에 마모되고 시간에 꺾이고 만다. 결국 김윤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서인하도 마지막까지 김윤희를 기다리지 못했다. 그 시절 뜨겁게 외치던 젊음들 역시 지금에 와서 다시 그 시절의 열정과 순수를 되돌리지 못한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시절이기에. 한 순간 화려하게 불타고 사라지는 불꽃처럼 그 시절에만 가능한 재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모한 올곧음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시간이 남기고 간 잔해다. 추억이라 이름한다. 과연 서인하와 김윤희가 이후로도 계속 무난한 사랑을 이어갓어도 그들의 사랑은 지금처럼 아름다울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32년을 훌쩍 뛰어넘어 이어가는 드라마의 이야기란 그같은 미련이고 아쉬움이었을 터다. 젊은 날과 같지 않은 지금에 대해. 그럼에도 지금의 젊음은 지금의 젊음대로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미처 완결짓지 못한 젊은 날의 이야기와 그리고 지금의 젊음을 살아가는 그들의 2세들. 지금의 세대는 지금의 세대대로 그려질 것이다. 지금의 세대만의 답답함과 서러움과 분노와, 그럼에도 그들이 믿는 순수와 열정들. 꿈과 의지들. 그리고 다시 훌쩍 32년 뒤로 날아간다.

고작해야 노래 하나 가지고. 아마 그러면 말할 것이다. 고작해야 노래 하나 부르지 못하게 한 것 가지고. 고작해야 조금 성가시고 불편한 것을. 조금만 참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참지 못해했다. 친구들과 술약속에 발걸음을 서둘다가도 그래서 문득 거리에 넘치는 최루탄속으로 몸을 던지기도 했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 내 노래를 내 입으로 부르고 싶다. 그 작은 자유를 위해서. 마음껏 정의를 외치고 부르짖을 수 있는 그 작은 만족을 위해서. 대단한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다. 금지곡이라며 투덜거리다가도 어느새 함께 따라부르던 다방안 손님들처럼 그것은 그리도 작고 사소했다. 하지만 당시는 무엇보다 무겁고 중요했다.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던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닌 단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으로 잡혀가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고작 그 노래 하나와 책 몇 권 때문에 수배자가 된 선배를 위해 엄마의 패물까지 챙겨 들고 나온 백혜정(손은서 분)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머금고 만다. 수배자가 되어 숨어다녀야 하는데 옷가지 가운데 심지어 잠옷까지 들어 있다. 그래서 동생도 다섯이나 된다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은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 경찰에 쫓겨가며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것일 테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 아쉽다면 전에도 지적했듯 극중 나오는 '사랑비'의 멜로디가 지나치게 세련되다. 70년대의 스타일이 아니다. 70년대는 조금 더 소박하고 간결했다. 그리고 2011년. 사랑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전혀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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