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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8.27 08:36

[김윤석의 드라마톡] 굿 와이프 15회 "이태준의 합리화와 김혜경의 자신감, 싸움을 앞두고"

권력이 타락하는 이유, 마왕으로부터 왕자를 구하는 공주

▲ 굿 와이프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굿 와이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 것 역시 어색하다. 이미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 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거기서부터 권력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원래 악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다. 본능에 약하고 유혹에 약하고 욕망에 약하다. 그러면서 자기가 약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는 규범과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어차피 휘두를 힘도 없는 절대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자칫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도 돌이키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소수를 위한 것이다. 정의를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는 순간 한 번 허용되기 시작된 예외는 또다른 이유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것이 정의인 이유이고, 정의여야 하는 이유이고, 정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므로 언제나 자신의 행동은 정당하다.

어째서 하필 김혜경(전도연 분)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었을까? 아내인 김혜경으로부터 이혼서류를 받고, 직접 찾아가서 확정통보를 받은 그 순간 이태준(유지태 분)은 서중원(윤계상 분)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그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유죄를 인정받을만한 증거 하나 없이 일단 인력을 투입하여 수사부터 시작하고 본다. 단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서중원과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MJ로펌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다. 바로 자신의 아내를 빼앗아간 아내가 도망치려 하는 서중원과 MJ로펌에 크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 이태준은 오로지 정의만을 말하고 있었다.

도덕적으로 자유롭다는 말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의 판단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막연히 자기의 책임을 대신 떠넘긴 채 마치 남의 일인 양 그 뒤를 따르기만 한다. 책임은 그 사람이 진다.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아무 책임도 없다. 그때 과연 자기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었는가.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자기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만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어차피 모든 책임은 소송진행을 맡은 데이비드 리(차순배 분)가 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매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려 한다. 자기가 책임진다. 결국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진다. 그럴 자신이 생겼다. 다른 변호사들에게 묻기 전에 먼저 자기가 행동으로 옮긴다. 로펌의 대표이자 소송의 당사자인 공동대표 서명희(김서형 분)나 자신의 남자가 된 서중원에게도 한 마디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닥으로 로펌조사원인 김단(나나 분)을 움직여 증거를 확보한다. 자신이 서명한 부칙의 행방을 기억하지 못해 허둥대던 모습과 비교된다. 그만큼 달라졌다. 그만큼 성장했다. 변호사로서 그런 김혜경이 보기 좋다. 김혜경 자신도 그런 자신이 마음에 든다.

많은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공주님이 사악한 마녀나 용에게 사로잡혀 높은 탑에 갇히거나 하면 왕자님이 나서서 이들을 무찌르고 공주님을 구하고는 한다. 자신으로부터 아내를 빼앗은 서중원을 질투하여 검찰에서도 상당히 잘나가는 엘리트 이태준이 직접 올가미를 만들고 함정을 판다. 단지 이태준이 노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채 검찰수사와 재판이라고 하는 높은 탑에 갇히고 만다. 그런 왕자님을 구하는 것은 조금씩 자신의 존재와 자신감을 찾아가는 용감한 공주님 김혜경이다. 직접 서중원의 변호를 맡아 재판정에서 남편 이태준과 싸우려 한다. 그를 위한 예식과 같은 것이다. 그동안 변호사로서 김혜경은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했는가. 지금 그녀는 변호사로서 어디쯤 와 있는가.

결국 권력을 가진 많은 이들이 갔던 길을 이태준 역시 예외없이 성실할 정도로 고스란히 따르려 한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아니 단 한 번도 유혹을 이겨 본 적이 없었다. 굳이 이기려 하지도 않았다. 법과 규정과 절차를 모두 지켜서는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한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려 하기 보다 그저 편하고 쉬운 길만을 선택하려 한다. 실패를 경험한 적 없다. 좌절을 겪어 본 적도 없다. 오로지 성공만을 거두며 살아왔다. 이번에도 반드시 자신은 성공하고야 말 것이다. 절박함이다. 여유따위 없다. 그럼에도 자신은 정의롭다. 필사적인 합리화다.

이태준의 무죄판결 이후 침묵하던 최상일(김태우 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상일의 손쉬운 제안을 서중원은 단호히 거절한다. 아직 이태준은 김혜경의 남편이다. 더이상 이태준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다. 김혜경이 서중원의 변호를 맡는다. 무리한 수사에 이태준을 보는 주위의 눈들도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자격을 갖췄다. 정면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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