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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3.22 09:25

적도의 남자 "아버지와 아들, 죄와 복수, 첫출발이 좋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고자 한다. 닮지 않기를 바란다. 성장통, 프로이트를 보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사랑하고 원망하고 증오하면서도 아들은 어느새 아버지를 닮은 또다른 아버지가 된다. 그 모습마저 아들은 사랑하고 원망하고 다시 증오한다.

아버지를 닮고자 했다. 아버지와는 다르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아버지에게 없는 아버지를 찾았다. 김선우(아역 이현우 분)가 굳이 이장일(아역 임시완 분)을 돕고자 하는 이유다. 이장일이 유일하게 김선우에게 마음을 여는 이유다.

아버지를 닮아 누군가에게 든든한 그늘이 되어주기를 바랐던 김선우와 아버지와는 다른 당당함과 강함을 가지고 싶었던 이장일, 그래서 김선우는 이장일과 그의 아버지 이용배(이원종 분)를 위해 사채업자들과 위험한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이장일 또한 그런 김선우를 돕기 위해 억지로 말리려는 아버지를 밀쳐내고 달려가게 된다. 시험의 답안을 보여주려던 비겁함이 자기가 잘하는 공부로써 김선우를 도와주고자 하는 당당함과 강함으로 바뀌어가게 된다.

물론 한계는 있다. 그들은 아직 어리다. 어른이 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들의 전부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전부다. 아버지의 죽음은 세상의 종말과 같고 아버지를 위해 출세를 꿈꾼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바꾼다. 그것은 하나의 성장통과도 같다. 진노식(김영철 분)이란 그들이 모르는 새 그들 자신을 짓누르는 또다른 아버지일 것이다. 그들을 태어나게 하고 그들을 성장케 한다. 과연 어른이 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은 어떠할 것인가?

오랜만에 보는 제대로 된 진짜 악인이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유년기의 거세공포일 것이다. 아버지란 아이가 만나는 최초의 폭력이다. 그를 통해 아이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만 더불어 그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을 함께 학습하게 된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바로 어른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진노식이 하필 김선우의 생부이며 이장일의 후견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기는 진노식이라는 인물 자체도 그같은 불완전한 성장을 담고 있다. 그는 무엇을 보고 어른이 된 것일까? 누구를 보고 지금의 자신이 된 것일까? 자신의 약혼녀마저도 믿지 못하고, 형제와도 같던 가장 가까운 측근마저도 믿지 못하고 질투하고 의심한다. 그의 잔인함은 자신에 대한 불안이다. 그의 과격함은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다.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김경필(이대연 분)을 죽이는 순간 그러한 그의 불완전한 나약함이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두렵기에 잔인해지고 확신이 없기에 난폭해지는 지독스런 허무와 공허다. 그래서 그는 악인이 된다.

많은 부모가 그렇다. 많은 아버지들이 그렇다. 아버지가 되었어도 어떻게 자식을 길러야 하는가를 모른다. 어떻게 자식을 보살피고 가르쳐야 하는가를 모른다. 자신도 그런 것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두렵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난폭해진다. 그래서 잔인해진다. 심지어 그런 자신을 혐오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진노식은 아버지인 것이다. 김선우는 아들이고 이장일 또한 그의 또다른 아들이다. 아들들은 아버지를 닮고 싶고 닮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는 여전히 아이인 채다. 어른이 되고 난 뒤에도 아직 두고 온 아이인 부분들은 언젠가 어른이 되기 위해 기회를 노린다. 발버둥친다. 싸운다. 자신을 얽매는 것을 이겨내려 한다. 어른이어도 여전히 성장드라마인 이유다. 그들은 성장할 수 있을까? 아버지를 닮아서. 혹은 아버지를 닮지 않으며. 만족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기억이란 아이가 두고 온 자신이다. 기억이 추억이 되었을 때 아이는 어른이 된다. 그들은 어른이 된다.

아직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많이 성급하다. 상당히 전형적이다. 출생의 비밀과 감추어진 과거의 죄악, 복수와 죄의식, 사랑과 우정, 그러나 아직은 어리다. 아직은 쌓아가는 단계다. 아이가 어른이 되듯 인연을 쌓아가며, 관계를 만들어가며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된 다음에 펼쳐질 것이다. 이현우와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엿보이지만 임시완의 아역연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아역이 드라마의 씨앗이 된다. 싹을 틔우고 줄기가 자라 무성해지면 그때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선우와 한지원(아역 경수진 분)이 위기와 분노 속에 서로 만난다. 이장일과 최수미(박세영 분) 역시 열등감과 자괴감 속에 서로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가 죽었다. 세상이 무너졌다. 또 다른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비밀을 만든다. 아버지가 자식을 죽이려 한다. 잔혹한 비극이 준비된다.

출발이 좋다. 아역들의 연기도 김영철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도 벌써부터 기대를 갖게 한다.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대로만 가기를. 아주 좋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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