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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아직 남은 한 번의 격구경기, 격구드라마인가 지겹다."
50부작 대하드라마에 6부작 격구경기, 스파르타쿠스를 떼어내야 한다.
2012년 03월 04일 (일) 09: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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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제목을 바꿔야 할 지도 모르겠다. <무신>이 아니라 <격구>로. 아직 분량이 남았다. 4회부터 8회까지, 그 준비과정까지 포함하면 3회부터 8회까지 무려 6회 분량을 오로지 격구를 위해서만 할애하고 있다. 50부작짜리 대하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길지 않은가.

역시 불필요한 잔혹한 묘사에 집착하려는 때문이다. 고려는 로마가 아닌데 기원전의 로마가 13세기의 고려로 옮겨졌다. 노예의 검투경기가 재현된다. <스파르타쿠스>야 바로 그 검투노예의 이야기지만 <무신>의 김준(김주혁 분)은 마침내 최씨정권을 무너뜨리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정치군인이었다.  최의를 제거하고 권좌에 오르기까지가 41년, 그로부터 다시 10년 뒤에 죽임을 당하고 자리에서 내려온다. 51년이다. 고작해야 김준에게 격구가 차지하는 비중이란 그런 정도다. 그런데 그것을 벌써 6회나 할애해야 했을까?

차라리 한 번에 깔끔하게 끝냈으면 어땠을까? 굳이 경기를 여러 차례 나눌 필요 없이 한 번의 싸움으로 모든 것을 끝내 버린다. 아직 승려로서의 자비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김준이 결국 상대의 공격에 말위에서 떨어지고, 김준이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을 구르고 있을 때 최충헌에게는 압록강을 건넌 몽골의 소식이 전해진다. 급한 마음에 몸을 일으켜 도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김준이 마침내 몸을 일으켜 말 위에 올라 분전을 시작한다. 월아(홍아름 분)의 눈물과 송이(김규리 분)의 아쉬움, 그리고 스승 수법(강신일 분)의 안타까움, 주위의 환성 속에 김준은 부상을 무릎쓰고 일어나 마지막 적을 무찌르고 승자가 된다. 도방으로 돌아가려던 최충헌(주현 분)과 최우(정보석 분)는 그 모습에 감탄하여 그를 깊이 새기게 된다.

결국 지난 6회 동안의 요약일 것이다. 굳이 잔인한 격구장면의 묘사에 대한 집착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더 인상적으로 김준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을 드러내는 데는 원래 두 번도 많은 법이다. 지루해진다. 지겨워진다. 한 번에 확실하게 인상을 결정짓고 나머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차근히 승리를 거두는 것도 좋지만 드라마는 격구드라마가 아니다. 격구 이후가 더 중요한 드라마다. 그런데 너무 격구의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김준의 존재감 또한 희석된다.

사실 초보자들이 많이 범하는 실수다. 딱 한 번 확실하게 그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으면 좋을 것을 자꾸만 사족을 붙인다. 말 그대로 사족이다. 탁월한 기마술과 빼어난 무예, 그리고 어느새 승려로서의 자신을 벗어던진 독심까지, 오히려 김준이 무인으로서 각성하는 모습을 보이자면 축성장에서의 참혹함을 강조하는 것도 좋을 뻔했다. 고난을 보다 깊게 강조하고 절박함 속에 김준으로 하여금 스승 수법을 외면하게 만든다.

역시 PD의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집착이 문제였다. 다시 말하지만 고려는 로마가 아니다. 13세기 고려는 기원전 로마와 다르다. 사람이 서로 죽이고 죽는 모습을 보며 즐기던 기원전 로마는 어느새 불교와 유교의 영향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던 고려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니면 고려란 고작해야 기원전 로마 수준의 야만적 문명이었다는 뜻일까? 불교의 승려들마저 그 잔혹함에 열광한다. 그도 아니라면 무신정권에 대한 통렬한 비웃음일 것이다. 무신정권 아래 고려는 이렇게까지 야만적인 사회로 후퇴하고 있었다. 후자를 믿고 싶지만.

아무튼 너무 길다. 그래서 지루하다. 초반의 충격도 벌써 격구장면만 5회를 넘겨가며 더 이상 자극적이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또 죽이는구나. 또 죽는구나. 그런 가운데 열혈소년만화의 캐릭터처럼 김준은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쳐가면서까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적을 쓰러뜨린다. 쓰러진 만큼, 피를 흘린 만큼 김준은 강해진다. 그런데 그러다가 격구 끝나면 어찌하려 하는가? 다시 도방의 무사가 된 김준이 격구씩이나 하게 될 일은 없을 터다. 오히려 격구가 더 크게 인상에 남게 됨으로써 안게 될 문제다. 격구밖에 없게 되면 앞으로 드라마가 갈 길은 더 험난하다.

어쨌거나 최우의 걱정이 참으로 무의미하다. 최향의 자신감 역시 허무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시 고려의 정예란 어디에 속해 있었는가? 도방이었다. 도방에 속한 최씨정권의 사병이 물경 수천에 이르고 있었다. 격구를 위해 자원한 그 대단한 장사들이 바로 최씨정권에 고용되어 도방에 사병으로 있었다. 거란이 개경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나가서 싸우려 하면 처벌받던 오로지 최씨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무력이었다.

더구나 드라마에서는 최씨정권을 두고 '막부'라는 표현을 쓴다. 어쩌면 비슷하기도 하다. 가마쿠라 막부 이래 이후의 모든 막부들은 하나의 독립정권이 아니었다. 막부 아래 존재하던 지역의 각 다이묘나 번의 번주들은 막부의 신하가 아니었다. 단지 막부의 힘에 굴복하고 막부의 권위에 복종하고 있을 뿐 그들은 어디까지나 반독립적인 존재로 남아 있었다. 에도 막부를 끝장낸 것도 결국 에도 막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던 초슈와 사츠마 등의 웅번들이 텐노를 등에 업고 막부에 도전한 결과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최씨정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당시 무신정권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 한계였다.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던 이의민과 두경승이었지만 이의민이 정권을 쥐고 있을 때 두경승과도 공존하고 있었다. 최충헌이 스스로 사병을 거두고 이의민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최충헌 또한 이의민 아래 존재하던 무수한 무신 세력 가운데 하나였다. 최의를 끝으로 최씨정권이 몰락한 이후로도 김준이 죽고 임연과 임유무가 무신권력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었을 정도로 최씨정권 아래에서도 반독립적인 무신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최충헌이 제거하고자 했던 최우의 장인 정숙첨 역시 그런 하나였다. 그래서 그는 최우의 장인이 되었고 최충헌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으며 최우에게 다시 목숨을 구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을 다스리는 것은 누구였던가? 그래서 '막부'인 셈이다. 도방이 바로 그들을 결집시키던 구심점이었다.

최향이 아무리 고려의 군권을 한 손에 쥐고 있더라도 무의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최향과 그 무리가 최우를 죽이려 할 때도 최충헌이 병으로 누운 때를 노려 최우를 유인해 죽이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고려의 군권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그 군대를 움직이는 일선지휘관들이 모두 무신으로 도방에 속해 있었다. 고려의 최정예가 배치되어 있던 곳이 바로 도방이었다. 워낙에 최충헌을 사리사욕없는 우국충정이 가득한 인물로 묘사하려다 보니 격구가 도방의 사병을 뽑고자 하는 목적에서 치러진 경기라는 설정마저 잊은 모양이다. 하기는 장차 자신들의 권력을 옹위해야 할 사병들일 텐데도 오히려 뛰어난 인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모습은 기원전의 로마보다도 무지하고 야만적이다. 고작 그런 정권이라는 뜻일 게다.

김준과 월아의 나이를 알았다. 김준의 아비가 만적의 난에 가담했다가 강보에 싸인 김준을 안고 도망친 것이 아마도 1198년, 흥왕사의 승려들이 다른 승려들을 규합해 최충헌을 죽이겠다고 나섰다가 모두 죽임을 당한 것이 1217년, 김준은 현재 그 난에 연루되어 충령사에서 다시 최씨일문의 노비가 되어 끌려온 상태다. 19년의 터울이 진다. 당시 강보에 싸여 있을 때 김준의 나이가 아직 채 돌이 지나지 않았을 테니 얼추 19살과 20살 사이가 될 것이다. 대단한 노안이다.

월아의 경우는 대략 10여 년 전 그 아비가 최충헌을 죽이려던 사건에 연루되어 목숨을 잃었다 나오고 있다. 당시 월아의 나이 8살, 그런데 최충헌을 죽이려던 모의가 들통나서 사람들이 죽어나간 사건으로는 최충헌이 자신의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던 외조카 박진재를 제거한 1206년의 일과 희종이 동원한 승려 10여 인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한 1211년을 떠올려 볼 수 있다. 1211년이라면 고작 6년 전이고 그렇다면 월아의 나이는 이제 겨우 14살이 된다. 박진재와 연루되었다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니 19살로 김준과 비슷한 또래가 된다. 역시 김준은 20살이었던 것일까.

최충헌의 며느리이며 최우의 아내인 정씨부인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 볼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씨부인은 친구인 월아의 어머니도 월아마저도 구해주지 못한다. 조선시대 권신 한명회 역시 자신의 친구이던 권람의 외손녀인 남이의 딸을 노비로 삼고 내어주지 않았다. 노비란 재산이다. 아무리 친구의 딸이라고 재산을 함부로 내돌리는 며느리가 어디 있겠는가? 알뜰하다. 잔혹한 우정이며 냉혹한 인정이다. 정씨부인의 눈물이란 고작 그런 수준이다. 11년 전 박진재의 숙청이 그런 점에서 확실해 보인다.

결국은 드라마상에서 월아의 나이가 19살, 월아와 오누이라 했으니 김준의 나이가 20살 쯤 되었을 것이다. 41년 뒤 김준이 최우의 손자인 최의를 쓰러뜨릴 무렵에는 대략 61살쯤 되는 모양이다. 임유무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 10년 뒤인 1268년이니 당시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오래도 살았다. 어떻게 그려내려는지. 아무튼 가장 좋은 때일 것이다. 19살과 20살, 가장 순수하고 가장 힘이 넘친다. 다만 비극이 앞에 기다리고 있다. 최씨일족의 죄가 무겁기는 무겁다.

원래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다. 그런데 설정의 오류로 최우나 최향이나 너무 심각하다. 아니 여유가 있어야 할 최우는 심각하고 심각해야 할 최향은 여유가 있다. 지나치게 길어진 격구는 그나마 긴장마저 흐트러 버린다. 또 한 회를 더 보아야 한다. 새로운 인물도 아닌 이미 나온 이들로 격구를 한 번 더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도 이번 격구는 더 잔인하고 흉폭할 것이다. 지루하다.

50부작 대하드라마다. 그려야 할 것들이 많다. 몽공의 침략까지 다루려면 50부작으로는 어림도 없다. 김준이 죽기까지는 무려 5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회당 1년의 시간이 흘러도 모자르다. 치밀한 계획과 안배가 필요하다. 지겹기 이전에 불안하기까지 하다. 아쉽다. 모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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