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칼럼] 거장(巨匠)의 자세, 조용필은 역시 조용필이다
조용필,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클래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칼럼니스트] 지난해 11월 1일, 조용필의 정규 20집이 발매되었다.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발매시기에 관해 설왕설래가 오갔으나 그는 침묵을 유지하며 수백 곡을 직접 듣고 교체하면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음반을 내놓았고 해당 음반의 완성도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그가 얼마나 음악에 관해 완벽주의를 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용필부터 서태지 그리고 BTS까지 역대 최고의 아티스트가 누구인가에 관한 논쟁에서 조용필은 절대 1위 자리를 뺏기지 않는다. 그보다 더 많은 음반을 판매한 가수가 있어도, 그보다 더 시대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가 있어도 가왕 그리고 역대 최고의 대한민국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은 오직 단 한사람 조용필의 몫이다.
조용필이 수많은 아티스트 중에서도 여전히 역대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 조용필은 트로트나 발라드 같은 장르로 설명할 수 없는 가수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발라드, 록, 트로트, 민요, 동요, 가곡 등 거의 모든 장르를 학습, 실험해 왔다. 가수 자체가 고유 장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조용필은 그 원조에 해당한다. 조용필 자체가 장르다.
둘째, 그 어떤 가수보다 팬층의 스펙트럼이 넓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10년대 걸쳐 차트 1위를 보유한 가수는 조용필이 유일하다. 그의 공연장을 방문하면 20대부터 80대까지 볼 수 있고 국내 콘서트에선 매우 드문 남성 관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2023년 그의 대구공연을 방문한 관객 중 20대와 30대 비율은 무려 48.7%에 해당했다. 모든 세대에 걸쳐 팬의 관심과 호응을 유발하는 가수도 조용필이 유일하다.
셋째, 변함없는 공연의 높은 완성도다. 보통의 연예인들이 TV에 더 많이 출연하고 인지도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조용필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미디어 노출보다 공연의 완성도를 통해 팬과의 접점을 늘렸다. 조용필이 공연에서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기 위해 목소리를 관리하며 날마다 몇 시간씩 연습하는 건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미지 관리가 아닌 실력을 연마하는 그의 모습에서 거장의 자세가 느껴진다.
KBS-2TV 광복 80주년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가왕 조용필의 공연에 관한 자세, 팬을 대하는 모습, 음악에 관한 생각 등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직접 KBS 9시 뉴스에 출연해서 팬들에 대해 진심이라고 말하며 항상 신인가수의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는 많은 가수들에게도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아티스트에서 한발 나아가 사상가(思想家), 거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일생을 살아오며 음악밖에 모른다는 그의 메시지에서 음악에 관한 그의 겸허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음악과 연기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후 건물 투자에 골몰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진 세상에서 오직 음악에 관해 생각하고 사운드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그가 왜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아티스트인지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늘 가왕 또는 최고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하며 겸손하게 시대와 교감하며 호흡, 변화해간다.
조용필을 설명할 때 국내 최초 단일앨범 100만장 판매, 일본 내 한국가수 최초 단일앨범 100만장 판매, 국내 콘서트 최다관객 동원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가왕, 국민가수라는 그의 타이틀이 지닌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데뷔 후 55년 동안 보여준 그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수식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가왕, 역대 최고의 대한민국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도 그의 무게감을 표현하지 못한다.
조용필이라는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오직 조용필 그 이름뿐이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